"개헌은 '유럽식 정당명부제' 담아야"

6월 항쟁 직선제는 피와 죽음의 산물

개헌하면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떠오른다. 5·18광주학살을 통해 등장했던 신군부 전두환은 그 해에 박정희처럼 체육관 선거를 통해 권좌에 오른다.

군사독재의 친위부대로 구성된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들이 장충체육관에 모여 100% 찬성으로 전두환을 11대 대통령으로 선출한 것이다. 그 뒤 1년 후 5공화국에 의해 선거인단 5,200명이 투표를 했고 전두환은 90.2%의 지지로 또 다시 12대 대통령에 오른다.

'지방분권형 헌법개정 광주전남주권회의 회원들이 16일 오후 광주YMCA 무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당 졸속 개헌 합의'에 대해 비판하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광주인

전두환 민정당은 피의 학살로 정당성을 상실한 까닭에 국민대중의 정치적 진출을 두려워할 수  밖에 없었으며 대통령은 직접선거가 아닌 체육관이나 요식행위 정도에 머물러야 했다. 그러나 학살과 폭압에 맞서 민중의 저항이 시작되었고 기존 선거방식을 고수하던 군사도당의 호헌에 맞서 마침내 1987년 6월 항쟁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쟁취하기에 이른다.

이 과정에 꽃다운 젊은 청춘들이 최루탄과 곤봉에 짓이겨져야했고 악귀들의 만행에 소중한 목숨마저 민주재단에 바쳐야했다.

정치권 개헌의 속내는?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어느덧 30년의 세월이 흘렀고 그 사이 지방선거까지 더해지면서 직선제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로 굳건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직선제 개헌이후 지난 30년을 돌아보면 개헌하자는 이야기가 잠잠하다가도 부정부패나 선거 패배 등 정권이 위기에 봉착할 때, 선거를 앞두고는 공천싸움이 한창일 때, ‘내각제’니 ‘이원집정부제’니 하는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그때마다 내세우는 명분은 ‘대통령제를 바꿔야 나라가 산다’는 것이었다. 최근 박근혜 탄핵 국면 또한 마찬가지이다. 개헌추진파는 대통령 1인이 권력을 독식하다보니 제왕적 대통령인 박근혜가 등장했고 언제든 똑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개헌만이 적폐 청산과 사회개혁을 완성시키는 길이다 라고 까지 주장한다. 촛불민심은 박근혜를 탄핵하여 청와대로부터 추방시켰다. 하지만 기존의 정치세력들은 여전히 그대로이다.

여당은 둘로 쪼개지고 이름만 바꿨을 뿐 탄핵 이전과 똑 같은 목소리고 호시탐탐 청와대 재장악의 기회를 엿본다. 야당은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높아 졌지만 힘의 차이로 다른 꿈을 꾼다.

허나 탄핵 국면을 통해 정치활동이 금지되거나 해산된 정당은 하나도 없으며 그들은 이번 조기대선국면에서 자신들의 집권을 위해 욕망을 불태우고 있다. 불행스럽게도 대통령은 1인뿐이며 대통령이 장악한 권력을 여럿이 나눠가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혼자의 힘만으로 대통령에 당선되기 어려운 정치세력들은 권력에 입성할 장치를 필요로 하고 박근혜의 국정 농단과 탄핵은 이러한 요구를 상품화 시키는데 절호의 기회가 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 권한을 총리와 나누면 부정부패나 정경유착이 사라진 나라는 동서고금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다.    

자본정치는 돈과 권력이라는 고유상품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가 15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국민의당 광주시당 앞에서 이날 오전 국회에서 국민의당 자유한국당 바른당이 합의한 헌법개정안에 대해 강력하게 성토하고 있다. ⓒ광주인

내각제든 대통령제든 ‘권력의 형태가 어떠 하느냐?’가 아니라,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착취를 인정해주는 자본주의 사회구조에서는 이 모든 것이 함께 잉태되고 성장할 뿐이다.

즉,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들의 이윤은 노동자민중에 대한 통제와 탄압에 기반하고 있으며 이를 원할히 하기 위한 장치로서 정치는 작동해야 한다. 돈과 권력이라는 뗄 레야 뗄 수 없는 자본의 정치는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이라는 고유한 상품을 동반할 뿐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정치의 구경꾼이나 표 찍는 기계로만 머물러야 하고 항상 권력으로부터 멀리 있어야 한다. 정치는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자본을 위해 봉사하는 지위에 있거나 그런 학식이 높으신 분들만의 소유물이어야 한다.

이러한 자본의 정치가 바뀌지 않는 한 대통령제든 내각제든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종이 한 장 차이일 뿐이다.

개헌은 유럽식 정당명부제 개헌으로 노동정치가 강해져야  

지난 시기 노동진영은 노동자정치세력화 운동으로 약간 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숫자는 겨우 전체의 2~5% 수준에 불과했고 노동자후보의 대선 득표율도 3%대를 넘지 못하는 등, 정치를 바꾸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선거제도나 노동정치에 대한 탄압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기도 하지만 그러나 종국에는 돈과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노동자 민중들의 정치역량이 성장해야 진정한 사회개혁은 달성될 수 있다. 그래서 지금 시기 개헌은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진출을 확장하는 것이 주가 되어야하며 개헌은 ‘유럽식 정당명부제’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원집정부제니 내각제니 하는 것들은 노동자민중을 표 찍는 기계에서 한 발짝도 못나가게 하는 음흉하기 짝이 없고 자신들만이 돌아가며 해먹겠다는 뻔뻔한 술수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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