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8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두 번째 전시회
박나은 큐레이터, 지역 젊은 여성작가 5명 초청

5월 조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과 언론은 장미와 라일락, 카네이션 등 각종 화초들을 수식어로 소환하고 있다.

여야 예비후보들은 청년공약을 봇물 터지듯 쏟아내며 젊은 표심에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펼치는 중이다. 정작 청년들은 진정성과 현실성 등 엄정한 잣대를 들이밀며 이들 공약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대인예술시장 한평 갤러리가 꿈과 현실이 격절된 상황에서 청년들이 마주한 처지와 삶의 위기를 회화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대인예술시장별장프로젝트는 오는 18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한평일보-우리는 여전히 꿈을 꾼다’를 주제로 두 번째 전시회를 연다. 박나은 큐레이터의 초청으로 강예진, 서가형, 안수영, 정영소, 정지혜 등 5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한평일보’는 모든 것을 성과로만 재단하고 환원하는 경쟁사회의 위기적 징후를 보여준다. ‘우리는 여전히 꿈을 꾼다’는 부제는 단지 꿈꾸는 일밖에 할 수 없는 시대적 우울을 역설적으로 상징한다.

꿈은 꿈일 뿐, 저만치서 닿을 듯 닿을 수 없는 미완의 꿈으로 회항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신분상승의 사다리가 오래전 사라지고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 현실에서 흙수저나 무수저들의 유일한 탈출구는 꿈밖에 없다. 그래서 꿈은 몽환적이다.

작품 속 화려한 색채들은 현실의 고통을 상쇄하기 위해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엔도르핀처럼 불안한 현실에 대한 보호색에 다름 아니다. 이때 작가의 일부는 현실에서 낙오되는 것에 대한 강박증세에 시달리거나 가상의 현실세계를 만들어 망명처를 떠돈다. 반대로 현실 재창조와 사회적 관계망 복원을 통해 현실 돌파의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강예진의 ‘불나방’은 취업과 미래에 대한 불안한 심리를 여성이 전구를 끌어안은 모습으로 묘사하고 있다. 빛을 향한 맹목적 구애와 빛을 차지하기 위한 사투가 경쟁사회의 민낯처럼 처절하다.

서가형은 꿈이 먹고 사는 수단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또 다른 현실을 새롭게 재구성한다. 작가적 상상력을 동원해 현실의 도피처가 아닌 내일의 희망을 설계한다는 점에서 건강성이 엿보인다.

안수영에게 ‘선인장’은 생존을 위한 간난신고의 사투 끝에 척박한 환경을 이겨낸 생명력의 상징이다. 작가는 자본의 입맛에 맞게 관상용으로 개량된 선인장을 보며 자아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한다.

정영소는 돈 보다는 별을 세는 인생을 목표로 낭만 가득한 삶을 화폭 속에 담아냈다. ‘우주를 줄게’에는 빛나는 별들과 초승달이 상자 속에 담겨 있다. 판도라의 항아리처럼 상자에는 모든 나쁜 기운들이 빠져나가고 희망만 남았을까?

정지혜의 ‘island’ 연작에 등장하는 섬들은 각기 개성을 지닌 개인의 메타포다. 섬은 사면을 향해 열려 있지만 동시에 바다로 고립되고 닫힌 공간이다. 작가는 열림과 닫힘의 변증법적 지양을 통해 인간의 사회적·개인적 초상을 묘파하고 있다.

박나은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젊은 여성작가 5인의 삶과 꿈에 대한 이야기이자 나와 당신의 일상과 사회에 대한 이야기”라며 “이 전시의 주인공은 수많은 이야기 가운데 미술작품처럼 오롯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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