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8세계여성의날
여성노동계 공동행동 '3시STOP' 선언문 [전문]

명백한 차별의 증거, 성별임금격차를 해소하라!

수많은 국민에게 국가와 사회에 대한 불신의 증거로 남을 박근혜 정부시기. 특히 힘겹게 견딘 건 여성들이다. 여성노동자 6명 중 5명은 최저임금선에서 생존을 도모하고 있다.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은 ‘경단녀’로 호명되며 저임금·불안정 노동으로 밀려나고 있다. 그러나 전사회적 위기의 부담이 여성에게 가장 먼저, 무겁게 전가된 것은 이번 정부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8일 3.8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여성노동계 공동행동이 '3시STOP' 캠페인을 광주 동구 충장로 광주우체국 앞에서 펼치고 있다. ⓒ광주여성노동자회 제공명백한 차별의 증거, 성별임금격차를 해소하라!

1970년대 경제개발의 주역이었던 여성노동자들은 공로를 인정받기는커녕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렸다. 1990년대 IMF사태 때에는 여성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해고되었다.

그리고 2017년 올해, 역대 최악의 고용한파는 청년세대 여성에게 더욱 날선 칼바람이다. 꿈을 가지라고 배웠고, 해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취업전선에 선 여성들이 목도한 것은 고용차별이었고 외모차별이었고 젠더폭력이었다. 모든 것이 공공연했다.

여성으로서는 두 발 딛고 서있기도 힘겨운 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여풍당당’은 조롱이며 ‘여성 상위 시대’는 기만이다.

질 좋은 일자리는 여성의 진입을 거부한다.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통과한 여성을 기다리는 것은 ‘유리천장’이다. 여성은 ‘기여도가 낮다’는 ‘만들어진 이유’로 승진에서 밀려나고, 낮은 임금을 받고, 불안정한 고용형태로 노동하게 된다. 고위직 여성 비율은 위로 갈수록 낮다.

그 다음으로는 ‘독박육아’가 여성노동자를 기다리고 있다. 돌봄에 대한 모든 책임이 여성에게 전가되지만 ‘돌볼 수 있는 권리’는 보호받지 못한다. 남성노동자의 ‘돌볼 수 있는 권리’ 역시 철저하게 무시된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쓰는 건 대범한 남의 얘기인 것만 같다’는 것이 저출산 위기 국가에 사는 노동자들의 심정이다.

결국 수년 간 출산과 육아에 시달리다가 다시 노동시장으로 나온, 경력이 단절된 여성은 예전보다 더 저임금이고 더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노동하게 된다. 중·장년 여성은 비정규직 중에서도 최하층인 간접고용으로 일을 하거나, 국가가 ‘공식적으로 착취하는’ 돌봄노동에 종사한다.

중·장년 여성의 임금은 가계보탬을 위한 부수입 정도로만 여겨지며, 일자리 역시 보조적인 역할이 주어진다. 이 땅의 여성들은 시기를 막론하고,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차별과 착취를 겪는 것이다.

이 모든 모순과 불평등은 100:64로 귀결된다. 100:64. 이것은 OECD회원국 중 15년째 부동의 1위이며, 회원국 평균치의 2배에 달하는 한국의 성별임금격차이다. 남성이 100을 벌 때 여성이 버는 몫은 고작 64. 노동시간으로 환산하면 여성은 오후3시부터 무급으로 일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세계여성의날, 우리 일하는 여성이 한 자리에 모여 “3시 STOP”을 외치는 까닭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기회를 박탈당하고 능력을 평가절하당하고 싸구려 노동력 취급을 받는 우리 여성노동자의 현실은 말 그대로 ‘벼랑 끝’이다.

우리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권리를 박탈당하지 않는 사회를 원한다.
우리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착취가 잘못이라는 것이 상식인 나라를 원한다.
우리는 ‘떼먹힌’ 36만큼의 임금을, 빼앗긴 권리를 쟁취하고자 사회에 고한다.

여성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보편적으로 차별과 착취를 당해왔다. 그러나 여성에게는 끈질기게 싸워 권리를 쟁취하고 세상을 바로잡는 힘이 있다. 그렇게 여성은 참정권을 얻었고, 이제는 세계 최고 권력자의 ‘잘못’을 ‘잘못’이라 외치고 있다. 우리 한국의 일하는 여성들은 문제를 문제라 말하며 끈질기게 싸울 것이다.

우리 일하는 여성은 여성에게 공정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대선의제 10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할 것을 선언한다.

성별임금격차를 해소하라!

2017년 3월 8일 세계여성의날

조기퇴근시위 ‘3시 STOP’ 광주공동행동 참가자 일동

광주청년유니온, 광주광역시청소년노동인권센터, 광주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광주여성민우회, 광주여성인권지원센터, 광주광역시비정규직지원센터, 빛나홈사회적협동조합, 광주광산여성새로일하기센터, 전국여성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 광주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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