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지사, "양 발언은 노조의 사회주도성 발휘가 맥락" 간접 해명

안희정 충남지사가 양향자 더민주당 최고위원의 '귀족노조', '전문 시위꾼' 발언에 대해 문재인 전 대표에 이어 용서를 구하고 "양 최고위원의 발언은 노조가 좀 더 우리 사회에 주도성을 발휘해야한다고 것이 원래 맥락이었을 것"이라고 간접 해명했다.

그러나 안 지사는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과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그리고 정의당 광주시당 등에서 공개적으로 요구한 '당직 사퇴'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9일 오전 광주시의회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광주인

안 지사는 9일 오전 광주광역시의회 브리핑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양 최고위원의 '반올림' 왜곡 폄훼 발언에 대해 "노동조합과 기업인 그리고 정부와 정치가 대한민국을 함께 협동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했을 때 민주당은 노조가 갖고 있는 사회적 리더십을 키우고 응원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노조와 동반자 관계를 전제했다. 

안 지사는 "양향자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동지다. 우리 당이 갖고 있는 노동조합이 사회를 좀 더 책임 있게 이끌 수 있도록 노조의 리더십을 강화해야 된다. 이것에 대해 민주당은 거의 같은 맘"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 최고위원이) 부분적으로 실수가 있었다면 용서를 구한다. 광주의 딸로서 어려운 삼성에 평사원으로부터 그가 걸어왔던 일생을 이해해 본다면 그가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은 노조가 좀 더 우리 사회에 주도성을 발휘해야한다는 말씀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것이 원래 맥락이 아니었을까요"라며 양 최고위원의 발언을 '노조의 사회주도성 강화'에 방점을 두고 거듭 해명했다.  

또 안 지사는 "민주당 동지로서 양향자 최고위원이 그런 취지로 이야기 했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그 것 때문에 화가 난 분들께 대신 또 용서와 양해 말씀 드린다. 민주당은 노조와 함께 갈 것"이라고 거듭 용서와 양해를 구했다. 

그러나 안 지사는 "정치도 바꾸고 우리 사회의 모든 기업의 지도력도 바뀌어야 한다. 똑같이 노조의 지도력도 바뀌어야 한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해야 한다"며 "지난 20세기까지의 지도력으로부터 우리는 한 걸음 더 나갈 것을 요구 받고 있다"고 정치, 기업, 노조의 대혁신을 주장했다. 

끝으로 안 지사는 "노조가 이 혁신을 통해서 대한민국의 가장 강력한 시민사회 그리고 협치의 리더십으로 노조가 정책 영향력을 더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함께 갈 것"이라고 노조와 동반자 관계를 강조했다.

그러나 안 지사는 양 최고위원의 '당직 사퇴'여부에 대해서는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한편 양 최고위원은 지난 6일 삼성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활동을 하는 '반올림'에 대해 '귀족노조', '전문 시위꾼' 등의 왜곡 폄훼 발언을 했다가 비판여론이 급등하자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어 8일 국회에서 공개 사과했다.

이날 양 최고위원은 국회 기자 회견장에서 "부족한 점을 채우고 더 신중하게 말하고 행동하겠다.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이미 개인 성명으로 사죄드린 바 있으나 국민 여러분께 직접 사죄드리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 다시 고개 숙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등 떠밀린 사과"라며 비판의 시선을 놓지 않고 있다.   

더민주당 중앙당도 8일 최고위원회에서 양 최고위원에 '구두경고'를 하는 등 진화에 나섰으나 반올림과 민변 그리고 정의당 광주 등은 성명을 통해 '당직 사퇴'를 요구하는 등 비판여론이 이어지고 있다.

양향자 더민주당 최고위원(맨 오른쪽)이 지난 3일 최고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더민주당 누리집 갈무리

그러나 양 최고위원으로부터 '전문 시위꾼'으로 비난을 받은  '반올림'은 이날 성명을 내고 "직업병 피해 가족들이 혼자서는 삼성을 상대할 수 없기에 만들어진 단체가 반올림"이라며 "그런 반올림을 함께 만들고 지켜온 피해가족들, 활동가들, 그리고 그 곁에서 응원하고 연대해온 수많은 사람들에게 양향자 씨는 씻을 수 없는 모욕을 줬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반올림'은 "아무리 삼성출신이라고 해도 유력 대선 후보가 손수 영입한 제1 야당의 최고위원이 기자들 앞에서 이런 말들을 서슴없이 내뱉다니 탄식을 금할 수 없다"며 "이런 사람을 최고위원으로 둔 정당은 과연 노동자와 직업병 피해자에게 어떤 미래를 약속할 것인가. 어떻게 그 약속의 신뢰를 확보할 것인가. 민주당이 답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도 이날 성명에서 "기업을 상대로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한낱 '전문 시위꾼'이고 강력한 노동조합은 '귀족 노조'라고 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기본권, 노동자들에 연대하는 행동이 그저 떼쓰기, 행패 부리기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며 양 최고위원의 당직 사퇴와 민주당의 분명한 입장을 요구했다.  

'구두 경고'에 그친 더민주당과 사퇴 압박여론을 받고 있는 양향자 최고위원이 어떤 정치적 결단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고교출신으로 삼성전자에 입사하여 상무까지 오른 '인생 스토리'로 주목 받다가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전 대표에 의해 더민주당에 입당했다. 지난해 4.13총선 당시 광주광역시 서구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후 8월 전국여성위원장에 선출돼 중앙당 당연직 최고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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