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검찰·언론, 거부한다면

역사는 2017년을 어떻게 기록할까. 수갑을 차고 호송차에서 내리는 재벌 이재용과 법꾸라지 김기춘. 취재현장에서 쫓겨나는 ‘기레기’를 보면서 국민들은 거대한 역사의 몸부림을 느낄 것이다.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과제다. 그래야 나라 꼴이 바로 선다. 개혁이 살길이다. 두려워 말라.

■수갑 찬 이재용

삼성의 역사 79년 동안 세상없어도 수갑은 차지 않았던 삼성의 총수가 이재용에 이르러 수갑 찬 모습을 보였다. 사람들은 의식도 없이 병상에 누워 있는 이건희가 차라리 다행이라고 한다. 만약에 의식이 있었다면 수갑 찬 자식을 보면서 어떤 심정이었을까.

ⓒ팩트TV 제공

삼성은 범법을 하고도 웃었다. 어느 놈이 나를 건드릴 수 있으랴. 자신만만했고 지극히 여유로웠다. 삼성에서 밥 먹는 변호사만 200명이라던가. 이재용은 이번 삼성물산 합병으로 8천억의 이익을 봤으며 국민연금은 1,300억대의 손해를 입었다고 한다. 국민의 피를 빤 것이다. 그렇게 잡수시고 소화제는 드셨는가. 철판 뱃속이라 배탈 날 걱정 없다고 했을 것이다.

수갑을 찬 이재용은 기가 막혔을 것이다. 어쩌다가 내가 이 지경이 되었는가. 자업자득이다. 벌써 수갑 차야 할 집안이다. 이제 삼성도 법을 지키고 사람 노릇 하면서 기업을 해야 한다. 돈만 많으면 뭐하는가. 사람이 사람대접을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나 좋은 일할 것이 많은가.

경주 최 부자의 인생은 전설처럼 전해 온다. 흉년이 들면 곡간을 열어 인근 포항, 영천, 밀양 등 경남 일대 주민들의 주린 배를 채워 주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재산을 헐어 상해 임시 정부를 후원했다. 영재를 길러 낼 대학을 설립했다. 대학은 박정희가 약탈해 갔다. 죽 쒀서 개 좋은 일 시켰다.

삼성은 어떤가. 이병철은 사카린을 밀수했고 정치자금을 박정희에게 바쳤다. 수은중독으로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어린 여공 황유미에게 500만 원을 내밀었다. 더 할 말이 없다. 재벌도 죽으면 재산도 끝이다. 우리 풍습에 사람이 죽으면 입에다 지전 한 입 물려주었다. 저승행 차비다.

공수래공수거를 아는가. 누가 돈 버는 걸 나무라는가. 정당하게 벌어서 제대로 쓰라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뇌물 같은 거 바치지 말라는 것이다. 내 돈 안 먹은 권력 있으면 나와 보라고 큰소리친다. 이제 개도 못 줄 그따위 짓은 단념해야 할 것이다.

■수갑 찬 김기춘

김기춘이 수갑을 찼다. 수갑 찬 손목을 보는 김기춘의 심정은 어떨까. 국민들은 특검의 쾌거 중에 가장 으뜸인 것이 바로 김기춘의 구속이라고 한다. 우병우를 놓친 게 한이라고 생각한다. 김기춘은 자신이 죄가 없다고 한다.

법꾸라지의 대표인 김기춘이야 당연히 무죄라고 주장을 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없는 구치소 독방에 앉아 생각해 보라. 수십 년 검사생활에서 자신의 손으로 수갑을 채운 억울한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가. 김기춘은 사필귀정이란 말을 곰곰이 씹어 보라.

좋은 머리에 고시 합격하면서 좋은 세상을 만들어 보겠다던 검사들이 얼마나 많은가. 우병우는 고등학교 때 꿈이 법관이 돼서 세상을 바꾸는 것이었다고 한다. 지금 꿈이 이루어졌는가. 지금도 법관으로서 책임 다 하는 많은 법관이 있다. 몇몇 출세에 눈이 먼 인간들 때문에 도매금으로 넘어가 욕을 바가지로 먹는다. 얼마나 억울하고 원통하겠는가. 미꾸라지 한 마리가 연못을 흐린다는 말이 백번 옳다.

지금 특검이 얼마나 칭찬을 듣는가. 전에는 특검한다면 코웃음 쳤다. 그 나물에 그 밥이 뭘 하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박영수 특검을 보면서 국민들은 무릎을 쳤다. 검찰이라면 고개를 흔들던 국민들이 입을 모아 칭찬을 하는 이유는 바로 해야 할 일을 했기 때문이다. 당연한 일이 칭찬을 받는 것도 비정상이지만 그래도 국민은 너무나 기분이 좋다.

출세에 눈이 먼 일부 검찰들이 장악하고 있는 검찰조직을 바꿔야 한다. 검사동일체도 고쳐야 한다. 다시는 우병우 같은 검사는 나오지 말아야 한다. 권력에 빌붙은 출세가 좋은지 몰라도 진정으로 자랑스러운 것은 국민의 칭찬이다.

황교안이 특검연장을 거부하고 정세균이 직권상정을 거부했지만, 그것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미 국민의 마음은 특검을 연장했고 죄를 묻는다. 검찰은 반드시 개혁될 것이다. 자랑스러운 검찰이라고 얼굴 당당히 들고 다니는 세상은 반드시 온다. 반드시 정권교체는 이루어져야 한다.

■무관의 제왕은 어디로 갔는가

늘 하는 예기지만 일제 강점기에 기자는 존경에 대상이었다. 웬만한 송사는 기자가 재판관이었다. 그렇게 기자는 신뢰의 상징이었다. 자유당 시절에도 당당한 기자는 많았다.

동아일보 경향신문 기자들은 존경을 받았다. 지금 그냥 밥벌이로 전락해 버린 기자란 직업은 ‘기레기’란 이름으로 모멸의 대상이다. 취재현장에서 개처럼 쫓겨나는 기레기들을 보면서 저 꼴 당하려고 그 힘든 기자가 되었는가 한탄이 나올 것이다.

언론이 타락하면 나라도 망한다. 언론이 두렵지 않은 정권은 고삐 풀린 망아지다. 이러다가 기자는 사람대접 못 받고 산다. 종편에 나와 지껄여 대는 기자들을 보면서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자랑스러운 기자가 되고 싶지 않은가.

엠병신 개병신으로 불리는 공영방송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요구다. 어떻게 바꾸는가. 제도를 바꿔야 한다. 권력자의 입맛에 맞는 사장임명을 막아야 한다. 새로운 정권이 이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의 KBS와 MBC의 올바른 기자들은 입만 뻥끗하면 목이 날라 가고 자리에서 쫓겨난다. 이런 속에서 제대로 된 언론이 존재할 수 있는가.

한 줌도 안 되는 간부들이 언론을 쥐락펴락하는 오늘의 구조 속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구조가 바뀌어야 하며 제도를 고쳐야 하며 반드시 정권교체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 줌도 안 되는 인간들이 기를 쓰고 반대하고 저항하는 언론민주화는 반드시 이룩해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바로 선다.

■개혁을 거부하는 자들

오래 살았기에 철이 들고부터 60여 년간의 한국역사를 기억한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 부끄러운 역사다. 그래도 지금 같은 적은 없었다. 어느 세상인들 부정부패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박근혜 정권 같은 적은 없었다. 아무리 함량미달의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요망한 여자한테 혹해서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놨단 말인가. 박근혜의 정치를 국민은 그저 기가 막힐 뿐이다.

눈물을 흘리며 사과를 하고 특검에 나가서라도 조사를 받겠다고 떡 먹듯이 약속을 하던 박근혜는 입을 싹 씻었다. 오리발도 유분수지 특검조사 받겠다던 여자는 귀신이었던가. 이젠 아무 죄도 없다고 도리질이다. 사람으로 여겨지질 않는다.

초등학교 애들도 핸드폰을 들고 다니는 세상이다. 박근혜가 무슨 소릴 했는지 다 안다. 박근혜가 교육을 망쳐 놨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돈만 처들인 역사교과서의 꼬락서니가 뭔가.

탄핵이 인용되고 대선도 끝나면 이제 이 나라는 새롭게 시작된다. 새롭다는 말은 바로 개혁이라는 거대한 강물이 밀려온다는 의미다. 개혁은 가랑비처럼 서서히 옷을 적셔서는 안 된다. 폭우처럼 쏟아져 입고 있던 옷을 확실하게 벗겨버리고 새 옷을 입혀야 한다. 우리는 할 수 있다. 훌륭한 대통령을 뽑으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는 좋은 교훈이다.

개혁은 가다가 안 되면 쉬었다 가는 한가한 것이 아니다. 절체절명의 과제다. 우리는 개혁의 시퍼런 칼날 위를 걷고 있다. 넘어지면 치명상을 입고 죽을 수도 있다. 어떤 난관이라도 뚫고 성공해야 한다. 개혁만이 살길이라는 절박함으로 모두 함께해야 할 것이다. 개혁을 반대하는 한 줌도 안 되는 세력들도 동참해야 한다. 그것이 그들도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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