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전 의원의 또 다른 실패를 보며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호남정치는 서리 앉은 풀잎처럼 시들하다. 김대중 대통령을 잇는 시대적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한화갑 전 총재, 한광옥 전 비서실장 등 한때 김대중 대통령을 모셨던 핵심 측근들이 박근혜 정권에 기생하는 통탄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신의 몸의 절반을 내주면서까지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노력해왔다. 전국정당화가 일생의 염원이었다. 그러나 박지원 대표는 기꺼이 그 길과 결별하고 호남에 비루한 아성을 구축하였다. 중심을 버리고 변방을 차지할 때 남는 건 ‘호남장사’ 아닐까?

이용섭 전 의원.

민주정부 10년을 돌이켜 보면, 정권을 잡기까지는 투사적 동지가 필요하고, 정권을 잡은 이후는 기능적 관료가 필요했다. 이후 그런 관료들이 화려한 스펙을 앞세워 대거 민주당의 현역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광주 정치판이 ‘관료의 전성시대’로 바뀐 건 그런 까닭이다.
 
거기에 공천이 곧 당선이었던 호남 지역의 정치 구도는 중앙당의 공천장에 목맨 해바라기형 인물들을 양산할 수밖에 없었다. 광주정신은 그들의 자기소개서에서나 존재할 뿐 여의도를 강타하는 광주정신의 실체는 존재해본 적이 없다. 지역과 정치인의 괴리가 너무 컸다.
 
지난 해 치러진 총선은 그런 낡고 비루한 광주정치의 최종판이었다. 혁신은 사라지고, 기득권만 승리했다. 그 패배의 책임 한 복판에 더불어민주당 이용섭 전 의원이 있다. 스스로 물러났다. 광주정치의 새 장을 열어가는 데 기꺼이 몸을 던진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용섭 전 의원이 다시 광주정치의 중심이 되겠다고 소리 없이 나타났다. 복귀의 변도 없고, 번복에 대한 사과도 없었다. 오히려 싸늘한 지역 민심만 확인한 채 지역위원장 결정 보류라는 내상만 입었다. 당연하다. 과거 정치로 되돌아가는 데 찬성할 광주시민이 얼마나 될까?

지난해 12월 3일 6차 광주 금남로 촛불집회. ⓒ광주인

이용섭 전 의원 쪽에서 중앙당에 항의단이 가자느니 중앙당이 사전에 약속했는데 이를 어겼다느니 관련 기사들이 나돈다. 시민들이 혐오하는 구태정치의 민낯이다. 그래서 중앙당의 시선에 포착될지는 모르겠지만 광주시민들의 반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새로움도, 감동도 없기 때문이다.

1980년 5.18광주민중항쟁 당시 ‘민주대성회’가 금남로 촛불항쟁으로 부활하고 있다. 광주정신을 온몸으로 밝히는 촛불시민들에게 더불어민주당은 혁신으로 응답해야 한다. 세대교체, 세력교체, 그런 과감한 혁신 없이는 광주정치의 미래는 여전히 어두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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