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블랙리스트 예술인, 손해배상 집단소송

27일 광주민예총. 민변.예술인 기자회견 후 소장 법원에 접수

“예술인들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보다 밝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글, 노래, 연극 등 예술행위로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나쁜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올바른 말을 하고 정의로운 예술행위를 통해 발표하고 나타내고 투쟁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정의로운 예술인들을 줄줄이 이름을 써서 어떤 혜택도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짓이다. 이를 항의하고 우리 사회를 바로 잡기 위해서 이 자리에 섰다.”

84세의 광주전남 문화예술계의 큰 어른인 리명한 선생이 27일 오전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광주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사건 대응’ 기자회견에서 '블랙리스트의 존재'와 '문화예술인 탄압'의 심각성에 분통을 터뜨렸다.

광주전남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문화예술인들과 광주민예총, 광주전남 민변이 27일 오전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와 김기춘 조윤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한다고 밝히고 있다. ⓒ광주인

개인과 단체 모두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정찬일 놀이패 <신명> 대표도 “많은 신명 단원들도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 과연 우리들이 뭘 잘못 했을까 고민했다. 예술을 통해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을 뿐 인데 참담하다. 민주주의 위기에서 이번 소송을 계기로 표현의 자유가 침해 당하지 않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한다”고 이번 소송 참가 의미를 밝혔다.

이번 소송은 광주전남 예술인 등 우선 38명이 국가와 박근혜 대통령,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부 장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등으로 상대로 손해배상을 법원에 집단으로 제기한 것.

소송대리인은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지부장 김상훈) 소속 김정호, 정준호, 김지현 변호사 등 6명이 맡아서 진행한다.

소송대리인 팀장을 맡은 김정호 변호사는 “블랙리스트는 보수 진보의 문제가 아닌 문명국으로 대한민국 국격의 문제다. 블랙리스트라는 시대착오적인 행태가 반헌법적 행위이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며 “손해배상 집단소송은 두 단계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블랙리스트 손해배상 소송에 참여한 예술인들이 27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광주인

김 변호사는 “우선 1단계 소송청구는 정부가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예술인에 대한 사찰과 관리를 했다는 존배 자체로 소송이 가능하다. 따라서 작성관리 행위에 대한 문제점을 놓고 최소한의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송액을 100만원으로 책정한 이유는 조윤선 김기춘 박근혜 소송이 진행되면 소송기록을 본 후에 다시 청구할 것”이라며“한국사회에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밝혔다.

연극인 임인자씨도 “블랙리스트는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이전인 지난 2014년 12월 서울연극제 대관 사태를 통해 알려지고 이어 2015년 박근영 작가에 대한 정치검열을 통해 지원이 안되는 것을 알고 많은 예술인들의 고소 고발 등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것”이라고 밝혔다.

임씨는 “블랙리스트 존재는 단순한 지원배제라는 피해가 아닌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와 양심사상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예술인들에게 표현의 자유는 생명과 같다. 100만원 위자료 비용으로는 말 할 수 없는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라고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강조했다.

광주전남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소송대리인단 팀장을 맡은 김정호 변호사(왼쪽)와 허달용 광주민예총 회장이 27일 오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광주지법에 접수하기 위해 민원실로 들어서고 있다. ⓒ광주인

이어 임씨는 “블랙리스트에 연관된 조윤선 김기춘 박근혜와 끝까지 싸워서 법적 단죄를 이끌어 낼 것”이라면서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광주지법 민원실에서 손해배상 집단소송을 청구했으며 일부 예술인들은 광주지법 앞에서 손팻말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번 광주전남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집단소송을 시작으로 더 많은 예술인과 단체들이 소송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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