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용서를 빌 기회도 없다.

인기가 좋았던 어떤 드라마에서 연인과 헤어진 여자 주인공의 한 말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가장 슬픈 것은 잊혀진다는 것이다.’

어찌 연인들만의 슬픈 일이랴. 자신이 잊혀진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잊혀진 경우만이 그럴까. 잊는 사람도 고통스럽다. 천륜이라는 자식도 너무나 못되고 사람 노릇을 못하면 부모는 잊었다고 한다. 버린 자식이라는 것이다.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하다는 부모의 마음이 오죽하랴. 사실이든 아니든 말이다.

■잊혀진 이름 박근혜

박근혜는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다. 지지했든 안 했던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상 국민들은 그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좋은 대통령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 주기를 빌었다. 

ⓒ박근혜 대통령 SNS 갈무리

대통령으로서 박근혜의 능력을 평가한 국민은 얼마나 됐을까. 많은 국민들은 박근혜가 불쌍해서 찍어줬다고 한다. 인간으로서는 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은 박근혜의 불행은 능력과는 상관없이 원래 인정 많은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대통령으로 뽑아 줬으면 잘해야 한다.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와 그 후광으로 대통령이 된 딸. 그러나 박근혜가 정치만 잘했으면 아버지 박정희의 허물까지도 덮어 줄 수 있었다. 결론은 국민을 실망하게 했다는 것이다. 박정희나 박근혜는 한국역사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이름이 되었다. 탄핵이라는 작두 위에 올라서 있는 박근혜. 생각하면 박근혜도 국민도 모두 불행한 일이다.

세월호의 참극이 벌어졌을 때 박근혜는 눈물을 흘리며 참혹하게 숨진 생명들을 슬퍼했다. 멀쩡한 연기였다. 그다음 얘기를 더 할 필요가 있는가. 세월호는 3년이 되었어도 아직 바닷속에 있다. 사라져 버린 박근혜의 7시간도 아직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 무슨 짓을 했기에 꼭꼭 숨어 있는가.

최순실의 이름은 이제 이완용급이다. 최순실과 더불어 한국을 거덜 낸 박근혜를 이제 동정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 80%의 여론은 박근혜의 탄핵을 요구한다. 탄핵을 모면하려는 박근혜의 몸부림은 거의 광적 수준이다. 대통령의 체면은 고사하고 시정잡배 수준을 뛰어넘는다. 어쩌다가 저런 대통령을 뽑았느냐는 탄식을 넘어 이게 나라냐는 자학이 고통스럽다.

■다시는 기억하기도 싫은

박근혜가 탄핵을 면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을 바꿔 말하면 자신의 죄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머리가 비었다 하더라도 자신이 한 말은 기억할 것이다. 그가 한 거짓말을 모두 털어놓으면 주워 담을 그릇이 없다. 돈을 주고 동원한 태극기를 촛불의 2배라는 그를 보면서 그의 머리가 이상증세를 일으키지 않았나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40년을 옆에 두고 일일이 지시를 받았던 최순실을 ‘평범한 가정주부’로 알았다는 가증스러운 거짓말을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 박근혜의 거짓말은 이제 고칠 수 없는 버릇으로 중독이 되었다.

국민에게 수도 없이 사과하고 약속했다. 특검에 나와 조사를 받겠다고 했다. 한두 번이 아니다. 눈물까지 흘렸다. 연기한 것이다. 그는 참고인이 아니라 피의자로 적시됐다. 피의자가 무엇인가. 죄가 있는 것으로 의심이 되는 절반의 죄인이다.

국민과 철썩같이 약속한 대면조사를 죽자 하고 피하는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보라. 얼마나 추하게 보이는가. 욕을 먹어도 당당하게 먹어 볼 수 없는가.

■박근혜의 마지막 애국

법이란 종이 위에 써 놓은 낙서가 아니다. 법이란 정의를 규정한 것이다. 일일이 손꼽을 수조차 없는 박근혜의 헌법위반 사례. 이제 박근혜는 헌법재판소에서 심판의 날을 기다린다. 버틴다고 될 일이 아니고 거부한다고 면할 수 있는 죄가 아니다.

혹시나 하고 헌법재판관들을 쳐다볼지 모르지만, 인간에게는 보편적인 판단 기준이 있다. 상식이다. 헌재 재판관들에게도 볼 수 있는 눈이 있고 들을 수 있는 귀가 있고 더욱이 생각할 수 있는 머리가 있다. 엄동설한 꽁꽁 언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을 든 국민들이 박근혜 탄핵을 목매 소리치는 모습을 왜 보지 못하겠는가.

하늘이 두 쪽이 나도 박근혜의 대면조사는 이루어져야 한다. 말할 줄 몰라서 거부한다면 써 준 거 들고나와 읽어도 좋다. 그것도 힘이 든다면 옆에 최순실은 앉혀놓고 해도 좋다.

박근혜는 꽁꽁 언 광화문 광장에 모인 80만 촛불을 보았을 것이다. 이제 국민들은 더 이상 박근혜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다. 하루라도 빨리 가슴에서 지워 버리고 싶다. 우리 국민은 정에 약하다고 한다. 용서도 잘한다.

그러나 박근혜는 용서 못 하겠다는 것이다. 한결같이 타오르는 촛불을 보면 알 것이다. 박근혜는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해야 될 일이 있다. 죗값을 치르기 위해 탄핵을 받아드려야 한다. 대통령직에서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박근혜는 국민의 한을 풀어줘야 한다. 그것이 박근혜가 국민에게 용서를 비는 마지막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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