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전 처음 연극에 입문 했을 때. 연극계가 술렁이는 분위기였습니다.

전국 최초로 생긴 광주의 시립극단이 전국 최초로 문을 닫게 되었다는 얘기들이 오가고 어떤 분들은 그 일이 광주 연극을 퇴보시킬거라며 통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리고 5년 전 광주에 다시 시립극단이 창단 된다고 했을 때 광주 연극계는 축제 분위기 였습니다.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광주 연극계의 숙원이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몇 해 전 소극장에서 2인극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기획에 성공해 전회 전석 매진이라는 신화를 썻지만 평범한 직장인의 한달 용돈에도 미치지 못한 개런티만이 배우와 스텝들에게 주어졌습니다.

ⓒ광주시립극단 갈무리

그나마 2인극이었기에 망정이지, 출연진이 많았다면 상황은 더 나빳겠지요. 개인 극단에서 메머드급 공연을 기획하기엔 너무나 힘이 드는 일입니다. 그토록 많은 연극인이 시립극단의 창단을 숙원 했던 것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광주의 배고픈 연극인들이 상임, 비상임 단원으로 근무하며 연극에만 매진 할 수 있게 되고 그래서 광주 연극의 질적 향상이 이루어지고, 개인 극단이 꿈도 꾸지 못할 대작들이 정기적으로 공연되어 광주 연극의 위상이 높아져 가는 것은 물론이고, 어른신들을 위한 악극에서부터 청소년들을 위한 연극. 어린이들을 위한 연극,극장에만 머무르지 않고 시민들을 찾아가는 연극 등등 다양한 레파토리와 콘텐츠가 가득한 시립극단!

그래서 “광주엔 연극이 있어서 행복해” 라고 시민들이 말할수 있는 연극 수도 광주!
시립이 생기면 가능할 것이라고 광주의 연극인들은 기대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영광의 주인공은 당연히 광주 연극인이 될거라고 기대했습니다.

그것이 30여년 전 시립이 사라졌을 때 애통해 했던 이유일 것이고, 5년전 시립이 재창단 되었을 때 그토록 반겼던 이유일 것입니다.

시립 극단은 독자적인 단체입니다. 광주 시민에게 양질의 공연관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첫 번째 존재 이유입니다.

광주 연극협회나 배우협회 등 여타의 광주 연극단체들의 통제를 받는 곳도 아니고 광주 연극인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의무를 진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시립 극단과 광주 연극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겁니다. 시립 극단의 소유주는 시민입니다. 광주 연극의 소유주도 시민입니다. 우리는 공동의 주인을 섬기고 있습니다.

이것이 시립 극단과 광주 연극이 서로에게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광주의 연극인들은 주장했습니다. 시립 극단의 모든 작품에 광주 연극인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해달라. 큰 결정을 하기엔 앞서 광주 연극인의 목소리를 참고해달라.

광주에서 행해지는 연극 행위에 대해 서로 논의하고 방향성을 같이 찾자는 의견을 월권이라고 여긴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

상임 단원,비상임 단원들을 연극인들로 구성해 광주 연극인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바람이 월권이라면 할 말이 없습니다.

다수가 늘 옳은 것은 아닙니다. 광주 연극인을 대변하는 연극협회와 배우협회에서는 총회를 통해 회원 한 분 한 분의 의견을 모아 시립 극단의 광주 연극과 상생하려는 노력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러므로 많은 연극인들이 시립 극단의 작업에 참여 하지 않을 것을 결의 했고, 무대에 서는 대신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습니다.

우리는 옳지 않은 다수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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