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같다. 만화같다.'는 말이 있다. “현실 세상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들과는 달리, 책상머리에서 상상해서 꾸며 만들어낸 이야기”라는 뜻이다. 

그런데 지난 3개월 동안, 소설이나 만화에서나 만날 일들이 현실 세상에서 나타났다. 아니, 소설이나 만화로도 그려내지 못할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박근혜-게이트!!! 그 몸통은 ‘박정희 독재’이고, 그 뿌리는 ‘경상도’다

말초적 재미로만 말하자면, TV예능과 TV드라마 그리고 영화가 단연 손꼽힌다. ‘뉴스’는 특별한 사건으로 잠깐 주목을 받기는 하지만, 재미라기보다는 호기심이고, 그 호기심이 그리 길게 가지 못한다.

그런데 이번 ‘박-게이트’ 뉴스는 호기심이나 재미를 훌쩍 넘어섰다. 초등학생부터 그야말로 남녀노소를 불문했고, 식당과 술집을 벗어나서 산책길이나 뒷골목에서도 질펀하게 흘러 넘쳤다.

바글바글 수군수군 와글와글 시끌시끌 · · · , 온 세상이 들썩 들썩 떠들썩했다. 진짜 진짜 놀랍고 어처구니없었다. 하다 못해서, 자기 고향땅 대구에서까지도 묵사발이 되어버렸다.

나도 그 스캔들의 수렁에 빠져서 유투브의 갖가지 동영상에서 헤어나질 못했다. 귀를 의심하고 눈을 의심할 별의 별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지고 이어졌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헛소문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설마에 설마가 겹쳐들고, 충격에 다시 충격이 덮쳐왔다.

이병헌이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 [마스터]도 싱거워서 이야기할 맘이 도통 일어나질 않았다. 3개월이 지난 이제야, 다른 사건이 그 좁은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조금씩 조금씩 들려온다. 그래선지 [더 킹]과 [공조]의 예고편이 눈에 잡혀왔다. 

이제야 영화가 내게 들어왔다. [더 킹]의 한재림 감독 작품은 익숙하지만, [공조]의 김성훈 감독 작품은 처음이다. 어느 걸 볼까? 예고편이 맘에 들어서, 둘 다 보기로 했다. 둘 다 재미있지만, 대중재미는 [공조]가 더 좋다. 

[더 킹]은 ‘헬 조선’이라는 이 나쁜 나라에 돌직구를 날리는 통쾌함이 있지만, 그게 [내부자]나 [베테랑]처럼 감칠 맛을 내지는 않는다. 정치검찰? 검찰정치? 그 검찰정치를 정면으로 들이박는 매운 맛이 화끈하다.

잘 나가는 정우성은 이번엔 검찰정치를 이끌어가는 검사장 캐릭터로 변신이 제법 돋보이지만, 영화에서 별로 재미를 보지 못한 조인성은 이 영화에서도 그저 고만고만하다. 목포를 배경으로 한 ‘전라도 사투리’가 거슬리지만, 그나마 ‘전라도의 억울함’을 그려주어서 감사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박정희부터 박근혜까지 역대 대통령을 모두 등장시켜 ‘음습한 검찰 정치’를 사회성 짙은 돌직구로 그려내는 감독의 노력이 가상하다. 배성우, 참 뛰어난 조연이다. 다른 작품에서도 좋았지만, 이 작품에서 유별나게 그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후반부에 조성우가 깡마른 여자 검사와 마른 침을 삼킬 만큼 밀고 당기는 긴장감이 목덜미에 희번득이는 사시미 칼날처럼 서늘했다.  
 
[공조]는 유해진의 능청스런 연기가 가히 일품이지만, 현빈의 북한군 장교라는 캐릭터가 너무 멋졌다. 이 영화 이전까지는 현빈을 싫어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선 달랐다. 날씬한 몸매와 예리한 눈빛에 날렵한 액션이 눈부셨다.

액션은 [아저씨]에서 원빈과 [베를린]에서 하정우처럼 민첩하고 멋있었다. 게다가 그와 맞상대하는 김주혁의 간악한 캐릭터도 대단했다. 그가 악당 역할에 이토록 잘 어울리고 잘 해낼 줄 미처 몰랐다. 현빈과 김주혁이 이렇게 쌍벽을 이루고 그 사이에 유해진의 코믹한 양념이 어우러져서 영화가 더욱 맛있게 익어갔다.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b/video?id=97399&vclipId=53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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