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6,000원 도시락과 자장면

운동을 한 나의 경험이다. 경기에서 패한 후 밀려오는 후회. 조금만 더 준비했더라면. 그러나 배는 떠났다. 고통과 자책을 아무리 하더라도 패배한 전쟁을 돌이킬 수는 없다.

글을 쓰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준비한 글과 아닌 글의 차이는 크다. 먹이 사냥을 하는 동물들의 준비를 보면 배울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알에서 깨어난 새도 하늘을 날기 위해 얼마나 목숨을 건 준비를 하는가. 비렁뱅이도 밥 담을 깡통은 준비하는 염치는 있어야 한다. 하물며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야 더 말 해 무엇하랴.

청문회에 불려 나온 증인들을 보면서 진실을 생각한다. 저들은 무엇을 준비했을까. 그 좋은 머리와 변호사의 조력을 받으며 쏟아놓는 증언을 국민들이 믿어 주리라고 생각했을까. 이재용 김기춘 우병우 조윤선의 머릿속에 들어 가 볼 능력이 없음을 한탄한다.

■대권 후보들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문재인 전 더민주당 대표.

공약의 풍년. 이제 우리 국민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에서 살 것이다. 지상낙원에서 아무 걱정 없이 평생을 보낼 것이다. 적어도 대권을 향하는 후보자들의 공약대로라면 말이다. 그러나 그들의 공약을 믿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후보들에게 물어보자. 정말 공약을 실현할 자신이 있어서 공약을 말하는 것인가. 무슨 대답이 돌아올지 궁금하다. 혹시 ‘그걸 믿느냐 이 바보야’ 하는 냉소나 돌아오지 않을까.

경험처럼 좋은 스승은 없다고 하지만 인간은 그 좋은 스승에게서 배운 것을 항상 까먹는다. 좋은 대통령을 뽑을 준비를 말하는 것이다. 국민이 할 준비란 무엇인가. 투표장에 가서 투표지에 도장 찍으면 되는가. 그놈이 그놈이니까 아무 데나 꾸욱 찍으면 끝인가.

영도다리 밑에 손가락이 동동 떠다닌다는 말을 많이 들었을 것이다. 통한의 후회를 말하는 부산시민들의 말이다. 어찌 부산시민들뿐이랴. 취임식 선서의 여운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대통령의 공약은 허공으로 날라 갔다. 주먹을 부러 쥐고 ‘믿습니까. 믿습니까. 믿습니까’를 외치던 전과 14범의 대통령은 멀쩡한 강바닥을 파느라고 국민의 혈세 32조 원을 날렸다.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

박근혜, 아니 최순실은 무슨 공약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지금 국민은 무엇을 보면서 촛불을 들고 있는가. 아무리 촛불을 켜고 외쳐도 되돌릴 수 없는 과거는 촛불과 함께 탄다.

■거짓말 하는데 세금 안 낸다

대통령으로 출마하겠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간다. 이럴 때 쓰는 적당한 말이 있다. ‘쥐나 개나’다. 15번 당적변경에 ‘피닉제’도 4번째 대선출마를 하고 장X민도 XX의 당에 입당, 경선한단다. 안철수도 기가 막힐 것이다. 쥐나 개나 다 덤빈다고 할까.

벌써 대선 출마자들이 열 손가락을 넘는다. 앞으로 얼마나 더 될지 예측불가다. 후보가 많다는 것은 좋다. 물건이 많으면 비교해 고르기가 좋다. 문제는 이들이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것이다. 개중에는 그저 언론에 이름이나 한번 나자고 하는 후보도 있을 것이다. 경선하는데도 만만치 않은 돈이 드는데 그 돈은 어디서 났는지.

발정기가 된 동물들은 결투에 나선다. 자신이 이만큼 강한 신랑감으로 준비가 됐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서다. 뿔을 부딪치며 싸운다. 싸우다가 실력이 없는 놈은 포기하고 줄행랑. 얼마나 현명한가. 실력도 없으면서 구질구질하게 달라붙는 인간들보다는 백 배 깨끗하다. 짐승한테 배워야 한다.

■준비된 후보임을 천하가 알아야

반기문이 귀국했다. 수많은 후보자 중에서 그래도 지지율로는 상위를 달리고 있는 반기문. 자신의 귀국을 기다리는 국민들의 소망을 알 것이다. 또한, 자신에 대한 우려 역시 잘 알 것이다. 2만 원으로 전철표를 사려고 한 해프닝이나 서울역에서 한파에 쫓겨 난 노숙자들의 고통도 그냥 덮어두자. 누운 노인환자에게 죽을 떠먹이는 위험한 연극도 보기 민망하다.

반기문을 둘러싼 얼굴을 보며 놀란다. 이명박이면 어울릴 것 같다고 말들을 한다. 속단하지 말라. 이명박의 사람도 새사람이 되지 말란 법 없다. 왜 그들이라고 4대강의 악몽을 모를 것인가.

한승수 (국무총리)
노신영 (원로회의의원)
곽승준 (정책기획팀장)
박진 (인수위 외교통일안보분과 간사)
임태희 (비서실장)
이동관 (홍보수석)
박형준 (정무수석)
손지애 (홍보비서)
정진석 (정무수석)
김두우 (정무수석)
유종하 (외무장관)
김봉현 (호주대사)

반기문이 걸어 온 흔적은 그의 역사다. 나름대로 변명이 구구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 배신은 변명이 구차하다. 환영 입장을 냈던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도 그렇고 박근혜에게 등을 돌렸다.

“지도자의 실패가 민생을 파탄으로 몰고 가는 것도 제가 손수 보고 느꼈다.” 국정농단 사태로 직무정지 상태가 된 박 대통령을 ‘실패한 지도자’로 규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류에 따라 이리저리 변하는 그의 소신은 편해서 좋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 백 년까지 누리리라.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이방원의 ‘하여가’와 정몽주의 ‘단심가’다. 단심가의 ‘임’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오늘의 한국 지도자들이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반기문이 가장 먼저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것은 신뢰성이다. 정치인의 신뢰에는 이제 머리를 흔드는 것이 우리 국민이다.

반기문 전 유엔 총장. ⓒ유엔 누리집 갈무리

흙 속에 묻힌 보석은 의미가 없다. 구슬이 서 말이면 뭐하는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안철수는 호언했다. ‘문재인을 이길 100가지 이유가 있다’ 얼마나 자신감 넘치는 큰 소린가. 국민들은 그런 큰 소리가 듣고 싶은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이유를 듣고 싶은 것이다. 그래야 믿음이 간다. 괜히 큰소리만 치면 얼마나 실없는 사람이 되겠는가.

■이재용의 6,000원 도시락과 자장면

삼성 총수 이재용은 특검에서 22시간 조사를 받으며 6,000원 짜리 도시락과 자장면은 먹었다고 화제다. 도시락 맛이 어떻던가. 자장면 맛은 어땠을까. 배고픔이 반찬이란 말이 있다.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왜 이렇게 됐는지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한국 제일의 재벌이라 할지라도 법을 어기면 안 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왜 언론은 이재용의 도시락과 자장면에 관심을 표하는 것일까. 바로 그것이 개혁이기 때문이다. 몸으로 체험하는 이상의 교훈은 없다. 이재용의 깨달음이 있었다면 그는 천만금을 주고도 못살 소중한 것을 단 돈 몇 푼에 산 것이다.

잘한다는 특검이 이재용 영장청구에서 주춤 이다. 이유는 많다. 그러나 국민의 인식은 단순하다. 특검도 별수 없구나. 힘들여 잣 까서 한입에 털어 넣을 수 있다. 440억을 바친 이재용을 국민이 지켜본다. 이재용의 덩치가 너무 커서 수용할 감방이 없는가.

대선후보들이 개혁을 말한다. ‘종편 조선’에 나온 여성 패널이 지금 검찰이 잘하고 있지 않으냐고 했다. 아마 특검을 두고 말하는 모양인데 종편 조선답다.

재벌개혁이 한국경제에 타격을 준다는 걱정을 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도둑놈 잡으면 세상이 좋아진다. 재벌의 불법 비리가 한국 경제를 얼마나 망쳤는지 아는가. 악덕재벌 총수의 퇴진 후 기업이 살아난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단호하게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재벌 적폐를 청산해야 경제를 살리고 국민이 잘사는 나라로 갈 수 있다” “역대 정부는 재벌개혁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래서 저는 꼭 실현 가능한 약속만 하고자 한다” “재벌도 양극화해서 경영이 어려운 재벌도 많은 만큼, 재벌 가운데 10대 재벌, 그중에서도 4대 재벌의 개혁에 집중하겠다.”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는 크기가 100배 차이인 1위 삼성과 65위 기업이 동일한 규제를 받는다” “10대 재벌에 집중해 강력한 규제를 도입해 전체 대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내겠다” “재벌의 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을 세우겠다”“중대한 반시장 범죄자는 시장에서 퇴출하고, 집행유예를 불가능하게 하고 대통령의 사면권도 제한할 것이다”

‘최순실 국정농단’에서 드러난 정부의 강제모금과 관련해서도 “준조세 금지법을 만들어 기업을 권력의 횡포에서 벗어나게 하겠다”

재벌개혁에 대한 단호한 의지다.

■준비되지 않는 대선후보자

대통령이 되겠다고 후보로 뛰는 사람들은 많다. 그냥 한 번 해보자는 것인지 자신이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좌우간 대단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대선후보 출마는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안 될 것이니까 얼렁뚱땅 언론에 이름 나오는 것이나 즐기면서 끝낸다면 그야말로 국민에게 씻지 못할 죄를 짓는 것이다. 선택은 국민이 하는 것이고 그들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일부 언론의 왜곡편파 불공정으로 약간의 판단 착오는 있을 수 있지만 이제 언론의 민낯도 국민이 알아본다. 국민은 어느 누가 준비된 후보인지 냉정하게 판단할 것이다.

‘내가 이만큼 준비를 했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줘라. 준비가 되고 안 된 것은 국민이 판단하지만, 후보들의 진정성은 국민이 안다.

대선은 장난이 아니다. 대통령 잘못 뽑아 국민이 얼마나 고생을 하는지 지금 똑똑히 보고 있지 않은가. 몸을 불사른다는 후보. 죽을 각오로 열심히 하겠다는 후보. 준비된 후보임을 국민에게 보이라. 선택은 국민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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