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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여성 현실과 여성운동
  • 황정아 전 광주전남여성연합 대표
  • 승인 2016.12.3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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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 활동을 하던 끌텅이 어디 안 가는지 미얀마의 여성현실은 어떤 것인지, 여성운동은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정부와의 거버넌스는 어떻게 형성, 작동되고 있는지 내내 궁금해하다 결국 두 어달 정도 여성단체들 몇 곳을 방문하고 여성활동가들을 만나러 다녔다.

여전히 수박 겉핧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방문이기는 하지만 내가 만난 여성조직들은 미얀마 여성들이 처해 있는 현실을 개선하고자 소명의식을 갖고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황정아

아시아 국가들의 특성이라 할 수 있는 가부장성이 미얀마도 예외일순 없어서 가부장제로 인한 여성차별들을 해소하기 위한 교육과 캠페인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고 특히 성인 및 아동 성폭력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법률제정운동의 공감대가 여성단체와 시민단체를 비롯하여 국민들에게 광범위하게 형성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또, 중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고 가사서비스 노동에 종사하는 어린 소녀들에 대한 학대문제도 주요 사회이슈이자 젠더 이슈중의 하나여서 피해를 입고 있는 여성보호를 위한 법률 제.개정을 위한 활동이 진행되고 있고 이런 작업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여성들의 의회진출을 확대하려는 노력도 더불어 같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이 기시감은 뭥미?

미얀마에서 생활하며 자주 느끼는 것 중의 하나가 각 사회의 경제, 정치사회적인 발전 단계가 비슷한 맥락을 갖고 있다는 점이고 한국이 이전에 거쳐왔던 발전 단계들을 미얀마는 지금 시작하고 있구나라는 점이었는데... 여성들의 현실뿐만 아니라 여성운동 역시 한국의 1990년대, 2000년대 초반의 여성운동 상황과 매우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기시감의 이유인 듯.

ⓒ황정아

1988년 나르기스 태풍이후 태풍 피해복구를 위해 미얀마에 들어온 서구의 INGO들과 같은 국제기구들의 영향으로 미얀마의 젠더이슈는 그동안 한국에서 해왔던 반성차별, 반폭력, 여성빈곤 해소, 성주류화 같은 활동들을 지금 개척해 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오랜 성차별적인 문화와 관습들로 인해 만연한 각종 여성 폭력의 구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성운동의 다양한 노력들이 이전의 우리 모습, 아니 지금의 우리 모습들과 어쩜 그리도 판박이인지...,

그러나 한국과 다른 미얀마만의 특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소수민족 분쟁으로부터 발생한 여성들의 피해라고 할 수 있겠다. 소수민족분쟁은 미얀마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질곡과 상처의 역사이기도 하지만 여성들에게는 특히 더 각별한 의미를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이 무장한 (남성)군인들의 무차별적인 폭력 앞에 노출된 여성들의 피해를 폭로하는 것으로부터 여성운동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 승려, 시민등 군부정권에 대한 전면적인 저항이었던 88항쟁이 무력으로 진압된후, 많은 이들이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폴, 일본, 한국등으로 망명해 국내의 민주화운동을 지속, 지원하는 일들을 계속했는데 태국의 북부 지역에 둥지를 튼 여성 활동가들은 소수민족 분쟁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여성피해자들에게 주목했다는 것.

ⓒ황정아

이들은 군사정부의 감시를 피해 분쟁 지역 여성 피해의 내용과 현황, 군인들에 의해 자행된 민간인 학살, 집단 강간, 방화같은 여러 만행들을 직접 조사해 보고서를 만들었고 이 보고서를 통해 소수민족 여성들의 이

야기가 국제사회에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미얀마 여성노동자들과 소수민족 여성들의 인권을 위해 일하고 있는 88세대 출신 여성 활동가는 2016년 메묘에서 열렸던 특별한 워크숍에 대해 소개 했었다. 2014년에 민족분쟁으로 피해를 입었던 소수민족 여성들 10여명과 88항쟁때 잡혀가 고문과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여성 10여명이 만났는데 이 두 그룹의 여성들은 서로의 폭력에 대한 경험을 나누고 치유하는 뜻 깊은 자리였고 이런 워크숍이 처음으로 열렸다고 한다.

그녀는 또, 분쟁지역에서 여성들이 집단 성폭력등 가장 큰 피해를 받고 있지만 분쟁 중에는 NGO들이 개입할 수 도 없고 분쟁이 종료되고 정부에서 출입 허가를 내줄때라야 겨우 식품과 의약품등 약간의 비상물품을 전하는 일이 전부라고 말한다.

게다가 분쟁 지역 주민들은 정부군과 반정부군 양쪽에서 공격당하는 입장이고 이들이 원하는 것은 분쟁이 종료되고 나면 살던 터전으로 다시 돌아가 사는 것이지만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사실상 없다고 말하며 씁쓸해 했다.

ⓒ황정아

현실이 이렇다보니 소수민족 분쟁의 피해자들인 주민들과 여성들의 인권 상황은 20여 년 전과 크게 변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곳곳에서 분쟁들이 지속되고 있고 특히, 리카인주의 로힝야분쟁은 인종청소라는 끔찍한 용어까지 언론에 등장하고 있는 현실이니....ㅜ ㅜ

미얀마의 가난한 딸들이 처해있는 또 다른 문제는 인신매매라고.

미얀마에서 인신매매의 역사도 그리 짧지 않은데 나르기스 태풍 이후 삶의 기반이 다 사라진 이들이 양곤으로 이주해 공장노동, 성매매 같은 일에 종사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런 문제를 정부에서는 전혀 해결하지 못 했고 흘라잉따야 지역을 공단으로 만들면서 농부들이 쫓겨나게되고 농부의 딸들은 외국으로 노동하러 나가면서 인신매매가 성행했다고.

최근의 인신매매는 중국인들의 와이프로 팔려나가고 있는데 20~30대 사이의 여성 1명이 400만짯에 팔리고 여자 아이들의 경우도 노예처럼 태국의 공장으로 팔려간다고 한다.

중국과의 국경지대에 있는 한 마을은 인신매매 때문에 마을주민들이 통째로 이주할 정도로 인신매매가 심각하고 중국으로 팔려간 와이프들이 아이를 낳고 또 팔려가 아이를 낳고 다시 팔리는가하면 최종적으로 상해같은 대도시의 성매매촌으로 팔려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황정아

돈을 벌러 태국으로 팔려가는 어린 여성노동자들의 문제도 심각한데 이들은 주로 가난한 농부의 딸들로 초등 교육 이후 교육이 중단된채 에이전시에게 수수료를 주고 태국으로 팔린다고 한다.

NGO 활동가들이 이렇게 팔려간 아이들을 인신매매로부터 구출은 하지만 직업훈련을 받기에는 교육 수준이 낮고 일자리가 없어서 결국 다시 태국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날 수 밖에 없다고.

하지만 이 경우, 태국내 네트워크를 연결해 언어등 사전 교육시키고 합법적 노동이 가능하도록 조력할뿐 아니라 이주노동을 간 여성들의 상황을 페이스북으로 모티터링하는 일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만난 초로의 이 여성 활동가는 미얀마의 젠더 이슈는 여전히 챌린지가 많지만 해결의 걸음은 느리고 더딜뿐 아니라 민족 분쟁으로 야기되는 여성들의 피해는 평화정착만이 답이 될수 있어서 그것의 해결을 위한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 분쟁지역이나 인신매매 피해 여성들에게 당장 시급한 것은, 폭력에 대한 치유와 잃어버린 집 대신 머물 수 있는 쉼터, 생계를 위한 직업훈련이지만 아직까지 미얀마에서 이런 활동을 할 수 있는 물적 기반이 없어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 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황정아
ⓒ황정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폭력의 최대 희생자는 여자와 어린이라는 불변의 현실이 미얀마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는 모습을 보며 그녀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할 말을 찾지 못했었다.

서구 NGO들의 펀드를 받으며 좀 덜 어려운 방식으로 일할수도 있었을텐데 그녀는 가장 가난하고 가장 힘 없는 여성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권익과 인권을 위해 일하고 있는 모습이인상적이었다. 한편으로 드는 생각 한 조각.

나는 왜 미얀마 여성운동을 알고 싶어하고 무엇을 위해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며 여성조직들을 방문하고자 했을까? 단순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고자 함인가? 이런 현실을 인식해버린 지금,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이며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있기나 한 것일까? 그녀를 만나고 돌아온 요즘 자기 검열의 시간을 갖는 중....

** 황정아 전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올해 3월부터 세계3대 불교유적지 중 한 곳인 미얀마 만달레이주 바간 타운십에서 1년 기한으로 한국엔지오 소속으로 현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황정아 전 광주전남여성연합 대표  huksan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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