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보다 신뢰가 먼저다

■왜 끊임없이 신뢰를 묻는가.

어느 대기업 총수와 대화를 하면서 나눈 얘기다.

‘아프리카 방문 때 노무현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 그 나라 대통령 만나서 꼭 반기문을 유엔사무총장으로 지지해 달라고 부탁해 달라.’

노무현 대통령은 정상외교와 해외순방 일정을 ‘반기문 선거운동’에 적합하게 조정해 각국을 돌아다니며 직접 선거운동을 했다. 이집트·알제리·아랍에미리트·코스타리카·아제르바이잔 등 한국 대통령이 한 번도 가지 않은 나라까지 찾아다녔다. 

외교관으로서 최고의 영예인 외무장관으로 발탁해 주고 더 해서 세계의 대통령이라는 유엔사무총장이 되도록 힘 써준 노무현의 은혜는 바로 결초보은이란 말이 딱 맞는다. 인간이 은혜를 모르면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 그럼 반기문은 어떠했는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누리집 갈무리

반기문 총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고 정중하게 부탁한 추모영상 메시지마저 거절했다. 2009년부터 2011년 8월까지 여러 차례 귀국했지만 노 전 대통령의 묘소가 있는 봉하마을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았다.

급기야 2011년 8월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가 "반 총장에게 인간적으로 실망했다"고 공개 비판하자 그해 12월 뒤늦게 묘소를 찾았다. 그러면서 참배를 비공개로 해 달라고 했다. 참으로 야박한 행동이다.

■이제 노무현이 필요한가

반기문이 대통령 출마를 생각하는 모양이다. 아니 마음을 굳힌 모양이다. 출마야 자신이 결정하는 일이니 누가 뭐라고 할 일이 아니지만, 출마를 하려면 지지 세력도 필요하고 국민의 신뢰도 중요하다. 반기문이 요즘 갑자기 노무현 대통령을 언급하는 일이 잦아졌다. 노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세론에 대해 강하게 부인을 했다. 자신은 노 대통령을 존경하고 고마움을 잊지 않는다고 했다.

500만의 추모물결이 흐느낀 노 대통령의 영결식. 반기문도 어떤 형태로든 영결식 영상을 보았을 것이다. 구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늦게나마 인간의 마음을 회복했다는 게 여간 다행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진심인지는 의문이다. 언제 다시 돌아설 것인가.

사람에게는 신뢰가 중요하다. 더구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에게야 더 말을 해 무엇하랴. 고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의 역대 대통령 중 가장 혁신적이고 존경받는 대통령이라는 여론조사가 또 나왔다. 반기문 총장으로서는 여간 신경이 쓰일 노릇이 아닐 것이다. 세간의 여론이 반기문 총장의 의리를 입에 올린다. 심지어는 기회주의자라고 한다. 안희정 지사의 말이 아플 것이다.

“반기문 총장님 정치에 기웃거리지 마십시오” “자신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그 슬픈 죽음에 현직 대통령의 눈치를 보느라 조문조차 하지 못했던 분이십니다.” ”대통령 서거 2년 뒤 몰래 봉하 묘역을 다녀왔고 해마다 권양숙 여사에 안부 전화를 드린다고 하시는데 그 말씀을 듣는 것조차 민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반기문 총장의 소회는 어떨까. 많은 후회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엎어진 물이다.

■기름 바른 장어

별명이란 한 인간을 압축한 설명서다. 반기문 종장의 별명이 ‘기름장어’다. 결코, 자랑스러운 별명이 될 수 없는 ‘기름장어’란 별명에 대해서 화도 나겠지만, 도리가 없다.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 해가 가면 세계의 대통령이라는 유엔사무총장의 직함도 사라진다. 그는 귀국해서 대통령 출마준비에 진력할 것이다. 지금 그의 인생에서 가장 각광받는 인물이 되었다. 대선후보감이 없는 정당에서는 너도나도 반기문에게 손을 내민다. 그런데 자꾸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배신이란 딱지다. 아, 내가 왜 그 때 좀 더 현명하게 처신을 못 했을까. 현명한 처신은 사람다운 처신이란 의미다. 그러나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기름바른 장어란 시류를 따라 능란하게 처신한다는 의미가 짙다. 누구는 별수 있느냐고 항의를 해 봐도 국민들 마음속에 담겨있는 부정적 의미는 지을 수가 없다. 안타까운 일이다. 앞으로 얼마나 매끄럽게 시류를 탈 수 있을까.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다시 안희정 지사의 말이 떠오른다.  

“중부권 대망론과 친박계의 추대론을 은근히 즐기시다가 탄핵 바람이 불어오니 슬그머니 손을 놓고 새누리당 깨져서 후보 추대의 꽃가마가 당신에게 올 것이라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러면서 국민을 위하는 길에 정당이 뭐가 중요하냐고 일갈하십니다.

■박연차로부터 23만 달라

반기문 총장에게는 폭탄이 하나 떨어졌다. <시사저널>은 “복수의 인사들은 반기문 총장이 2005년 외교부 장관 시절 20만 달러, 유엔 사무총장에 취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07년에도 3만 달러 정도를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물론 반기문 총장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당연한 주장이다. 그러나 반총장의 뇌물수수는 일파만파 정가를 뒤흔들고 사실이 밝혀질 때 까지 반총장을 옭아맬 것이다. 더구나 박연차가 누군가. 설명할 필요가 없는 인물이다. 당시 외무장관인 반기문과 한국의 베트남 명예총영사인 박연차의 거래였다는 의혹에서 폭발력은 상상을 뛰어 넘는다.

너무나 유명한 박연차 게이트. 당시 검찰은 반기문 뇌물수수 관련 사실을 박연차로부터 확보했지만 국익에 해가 될 것을 우려해 덮었다고 한다. 시사저널은 전했다. 당시 중수부장은 이인규고 수사팀에는 홍만표 우병우 등이 있었다. 국익을 위해 사건을 덮었다는 수사 팀. 과연 국익이란 무엇인가.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반기문에 대한 세계의 평가

인간에 대한 평가는 저마다 다를 수가 있다. 천하의 몹쓸 인간이라고 하는 사람도 한 편에서는 호평을 받는다. 그런데 아무리 못됐다 해도 거짓말은 안 하는 사람이 있다. 매우 중요한 평가다. 신뢰도 같다. 신뢰는 인간에게서 매우 소중한 자산이고 평가에 기준이기도 하다. 반기문은 유엔사무총장으로 10년을 지냈다. 물론 공과가 있을 것이다. 세계의 대통령이라는 유엔사무총장 반기문에 대한 세계의 평가는 어떤가.

‘반기문 10년’에 대한 유엔 안팎의 평가는 박하다. 반 총장 측근들 사이에서도 “레거시(길이 기억될 업적)가 없다”는 자탄이 나온다. 이미 많이 알려진 “어디에도 없는 사람”(<포린 폴리시>·2009년) “유엔의 투명인간”(<월스트리트 저널>·2009년, <프랑스24>·2016년) “무력한 관찰자”(<뉴욕 타임스>·2013년) “미국의 푸들”(<폴리티코>·2014년) “가장 둔하고 사상 최악의 사무총장”(<이코노미스트>·2016년)이라는 민망한 험담이 줄을 이었다.

세계적인 유엔 전문가로 꼽히는 토머스 와이스 뉴욕시립대 정치학과 대학원 주임교수는 “10년 동안 반 총장의 레거시(업적)가 뭔지 얘기할 게 없다”고 평했다

“정치인은 절벽에서 뛰어내려 밑에 물이 있으면 살고 아니면 죽는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반기문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절벽 아래에 물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뛰어내릴 것이다.”

야박한 평가다. 그렇다고 화를 낼 수도 없다. 평가는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반기문은 분명히 한국의 지도자 중에 한 사람이다.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거명된다. 그가 귀국한 후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한국 정치가 요동을 칠 것이다. 기회주의자라는 험악한 평가까지 받는 반기문 총장으로서는 처신에 매우 신경을 쓸 것이다.

그는 스스로 몸을 불사른다고 했다. 그런 비장한 각오가 있어야 한다. 하나 그 보다 먼저 지금까지 그가 보여 준 잃어버린 신뢰에 대한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왜냐면 국민은 지금까지 신뢰를 상실한 정치지도자를 너무나 많이 겪어 온 불행한 국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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