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자의 촛불을 켜고 '탄핵열차'가 달리고 있다.
‘탄핵’이라는 간이역을 지나 ‘민주정부 3기’라는 종착역에 도달할 수 있을까?

헌법파괴, 국정농단의 책임을 물어 주권자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 내리고 있다. 촛불은 100만에서 200만을 넘어 광야를 활활 태우는 들불로 번지고 있다.

야권은 언론과 시민들이 만든 촛불탄핵열차에 합류할 수 밖에 없었고, 급기야는 여당마저 꼼짝마라며 탑승하게 만들어 버렸다. 주권자들의 시민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대통령은 이미 정치적으로 사망한 셈이다.

지난 3일 10만명의 광주시민이 촛불의 바다를 이룬 6차광주시국촛불대회. ⓒ광주인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세력을 이대로 두면 나라를 거덜낼 수도 있다는 생존의 위기감을 느낀 보수세력도 결국 이들을 쓰레기통에 버리기로 결정하였다. 그들 역시 생존을 위해 탄핵열차에 탑승할 수 밖에 없으며 열차가 달리는 동안 전열을 새롭게 정비하여 재기를 노리려 하고 있다.

이렇듯 열차노선은 종착역을 향해 직선으로만 뻗어있지 않다. 곳곳에 옆으로 새는 간이노선이 숨어 있다. 이 간이노선들은 늘 대의민주주의의 혐오스런 한계(여의도 정치)가 만들어낸 작품들이다. 틈만 생기면 거리와 광장의 힘을 되치기하려는 온갖 기도들이 숨어 있어 열차는 직선을 이탈할 수도 있다.

12월 9일 국회에서 탄핵은 가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박과 친박으로 분열된 새누리당 역시 전열을 정비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고, 탄핵은 그 시간을 벌어주기 때문에 그들 역시 자유투표를 통해 탄핵절차에 동참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되면 대통령은 그 직무가 정지되고,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행사하게 될 것이며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거쳐 탄핵은 완성될 수도 있고 무산될 수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법리논쟁을 통해 생존을 유지하려 안간힘을 쓸 것이며 비박은 비박대로 연합세력을 구축하여 보수여당을 새롭게 재편, 재활을 노릴 것이다.

그렇다면 야당을 포함한 야권은 탄핵 이후를 준비하지 않으면 언제나 열차가 이탈할 수 있다는 경계심을 가지고 열차가 종착역으로 직진할 수 있도록 깃발을 더 튼튼하게 매달아야 한다. 

지난 3일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6차 광주시국촛불집회. ⓒ함인호

대권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야당지도자 문재인 더민주당 전 대표가 ‘탄핵가결 즉시 박근혜 대통령은 사퇴하라’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국회의 결정대로 따르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담화처럼 국회가 탄핵을 가결시켰으니 그리하라는 주장이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의 원대대표가 "반헌법적"이라 주장하는 것은 오로지 문재인을 비난하려는 것에만 방점을 둔 자가당착이다. 그들에게 가장 두려운 존재가 ‘문재인’임을 반증하는 것이다. 

야당 일각의 비판도 역시 그 의중이 비슷해 보인다. 문재인의 주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확언한 말을 확인해 준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읽힌다.

'하야'와 '탄핵정국' 속에서도 이른바 물타기 개헌카드를 만지작 거리는 세력들의 불순한 의도를 읽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87년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향의 선순환 개헌이 아니라 이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보수세력의 장기집권 플랜차원이 작동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지난 3일 6차 광주시국촛불대회에 등장한 '박근혜 감옥'. ⓒ광주인

그들은 ‘차라리 잘 된지도 모른다’며 이 참에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지적하며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식의 개헌을 끄집어 내어 주권자들의 힘을 되치기하려는 시도들을 벌이고 있고, 이 시도들은 여야의 경계를 넘나들며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은 불가능해도 총리는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자조적 희망을 가진 정치인들도 거들고 있다. 또한 국회의원 자신들의 권한이 막강해지는 내각제를 선호하는 여의도 정치의 순진한 경향성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민주정부 3기'로 가는 길, 그 이탈을 막는 힘은 결국 주권자들이다. 지도자 역시 주권자의 대열에 있어야 한다. 탄핵이 가결돼도 대통령의 '즉각사퇴'를 요구하는 까닭은 그 이탈을 막는 선결요건이며 촛불은 더 거대하게 타올라야 한다. 주권자의 위임을 받은 대통령이 주권자와 다시 맞서려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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