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가 열렸을 때, 그 속에서 질병, 슬픔, 가난, 전쟁, 증오 등 모든 악이 나왔지만, ‘희망’만이 상자에 남았다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너무도 유명하다.

김정희 변호사.

종합편성 채널이 생겨나고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다. 그리고 예상대로 종편의 부작용은 속속히 확인되었다. 종편들은 하루 종일 종북, 빨갱이 타령만 하면서,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의 홍위병이 되었고, 예능프로는 마초들의 음담폐설로 가득한 ‘선데이 서울’의 ‘아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너무도 다행스럽게 우리에게는 jtbc가 있었다. 그는 거짓의 장막을 걷고, 그 뒤에 숨겨진 박근혜 정권의 추악한 민낯을 속속들이 보여주었다. 정권의 겁박에도 굴하지 않고, 적당히 타협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촛불의 친구가 되어주었다. jtbc가 없었으면 어쨌을까? 다양성, 다원성이 언론의 가장 중요한 생태계라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되었다. 그것이 희망!

최순실의 판도라 상자가 열리고 거기에는 온갖 추악하고 더러운 이야기가 쏟아져 나와 온 나라를 뒤덮었다. 어떤 범죄영화보다 악하고, 어떤 포르노보다 추접했으며, 어느 3류 드라마보다 막장인 ‘상상 그 이상’의 순실 아니 현실이었다.

그러나 최순실의 판도라 상자안에는 진실이 남아 있었고, 우리는 박근혜 정권의 ‘거대한 허상’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진실의 힘은 꺼지지 않는 촛불이 되었다. 그것이 희망!

우리는 대통령이 없는 아노미 상태를 살아가고 있다. 물론 박근혜는 아직 법률상 탄핵을 받지 않고 그 자리에 있지만, 6주째 타오르는 100만이 넘는 촛불은 이미 그녀를 탄핵해버렸다.

대통령이 없어지면 주인 없는 나라가 되어 혼란과 불안이 가득할 것 같았는데, 대한민국 국민들은 스스로 주권자임을 자각하고 헛깨비 대통령에게 주었던 주권을 회수하여 스스로 대한민국의 주인이 되었다. 직접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3일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6차 광주시국촛불대회에 10만 광주시민이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촛불을 들고 있다. ⓒ함인호

도도히 꺼지지 않는 이 촛불은 헌법의 실현이자, 민주주의 정신 그 자체이다. 훗날 역사라고 이름 붙여 질 것이다. 그것이 희망!

박근혜는 지난 11. 29. 3차 담화(혹자는 박근혜를 ‘연쇄담화범’이라고 비꼬았다)를 통해, 자신의 임기를 국회에서 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어느 정치9단이 기획한 이 한 마디에 국회는 난장판이 되었다.

박근혜의 제1부역자인 소위 ‘친박’은 수령님의 교시를 받은 것처럼 의기양양하게 박근혜의 퇴진시기를 자신들이 정하겠다고 큰소리치고(공범이 공범의 형량을 정하겠다는 난센스는 어디에서 온 것인지), 탄핵을 하자던 ‘비박’이란 자들도 탄핵을 내던지고 친박과 하나가 되어버렸다.

공중파방송과 조선일보, 동아일보는 이틈을 타 ‘탄핵은 물 건너갔다.’라고 비아냥거리고, 야당의 분열을 부르짖었다. 야당은 불투명해진 탄핵 상황의 원인을 서로 상대방에게 돌리며, 스스로 분열을 실천하고 있다.

어떤 세력들은 탄핵이 실패할 것이라며 국민을 겁박하기 시작했다. 오리무중 속에서 각자 정치세력들은 서로의 셈법으로 주판질을 하며 갈팡질팡했다. 다시 판도라가 열린 것이다.

그러나 지난 3일(토요일) 촛불은 정치인에게 ‘동작 그만 다시 원위치’를 명했다. 사상최대규모의 촛불은 서울은 물론 전국을 가득 채울정도로 더 강해졌고, 요구는 더더욱 간단명료했다. 

대통령은 당장 하야하고, 국회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탄핵을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날카로운 죽비를 맞은 정치권은 주말을 반환점으로 다시 원래자리로 돌아가 탄핵 대오에 섰다.

탄핵이 부결될 것을 걱정할 것 없다. 탄핵소추가 부결되면 촛불은 국회를 먼저 탄핵할 것이고, 국회는 해산 요구에 직면할 것이다. 나쁜 상황도 아닐 것이다. 한 때 탄핵의 동료라고 착각했던 새누리당에 대해, 박근혜의 공범자로서 함께 단죄할 확실한 기회를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3일 광주 금남로 촛불집회에 등장한 '박근혜 감옥'. ⓒ광주인

어디로 갈지 잘 보이지 않는다고 정치인들에게 길을 묻지 말자. 그 셈 잘하는 정치인들에게 맡겨온 결과 대한민국 정치는 이 지경까지 와버렸다. 촛불에게 길을 물어라, 광화문을 밝혔던 촛불은 이제 국회 앞 마당을 훤하게 밝힐 것이다. 

정치인들도 주판질 그만두고 민심의 강줄기에 뛰어들어야 할 것이다. 거기에 민주주의와 헌법이 도도하게 함께 흐를 것이다. 그것이 희망!

마지막으로 필자는 지금 이 시기를 ‘촛불 혁명’이라고 명명하고 싶다. 촛불혁명의 끝이 박근혜와 최순실을 청와대에서 뽑아내고 새로운 사람으로 그 자리를 채우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박정희 시대의 유산을 청산하는 것, ‘재벌을 위한

경제체제’, ‘승자독식의 정치체제’를 막을 내리고,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남은 우리의 숙제이다. 그 길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토론하며 대안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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