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작가회의와 함께하는 '촛불 詩' 연재

국민의 심장으로 켠 촛불은 바람의 방향을 바꾼다
전숙

 

조선의 테레사, 서서평을 아시나요?
32세 꽃나이에 가난한 나라 조선에 선교사로 와서 고아와 걸인과 나환우와 과부와 소박데기들의 어머니가 된 그이, 22년의 선교의 삶을 마치고 푸른 눈을 감은 뒤 그이가 남긴 유품은 강냉이가루 2홉, 담요 반 장, 현금 7전,
낡은 담요의 반을 이름도 없는 걸인에게 내어준 그이
삶은 성공이 아니라 섬김이라는 그이
선교지에서 가난한 흙을 덮은 어머니

여기 조선에 또 한 여인이 있어
성공을 좋아하는 그이는
눈동자 검은 그이는 공주에서 여왕이 되었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행복한 국가를 만들겠다고 사탕물을 국민들의 머리에 발랐네
얼굴 아름다움에 몰두하다가 마음의 아름다움을 놓친 그이
국민을 섬긴다더니
문고리만 섬긴 그이
대통령이라는 자리
국민의 발 씻어 주는 자리인 줄 모르고
자기 발만 씻어달라고 내밀다가
촛불에 데이고 말았네
섬긴다는 말이 군림과 축재와 자기편 몰아주기인 줄 알았던 그이
이제 섬긴다는 말 앞에서
무릎 꿇고 부끄러움을 고백할 때네

파라핀 촛불은 풍전등화지만
국민의 심장으로 켠 촛불은 바람의 방향을 바꾼다네.
 

ⓒ광주인
 

 

 

 










 

*1955년 출생
*2007년도 <시와 사람>으로 등단
*시집 <나이든 호미>, <눈물에게>, <아버지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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