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작가회의와 함께하는 '촛불 詩' 연재

촛불은 혁명이다
김완

 


이것은 혁명이다
오늘 광화문 광장에서 보았다
세상의 어둠을 밀어내고자
모여든 백만 개의 촛불들
살아 있는 역사를 보았다

 

유모차를 끌며 모여든 부모들
피켓을 든 어린 남녀 학생들
상인 농부 회사원 노동자 학생
장년 청년 소년 남녀노소 각계각층
끝없이 이어진 목 메인 함성들
경찰과 차벽이 없는 거리에
촛불들이 거대한 강물로 흐른다

 

백만 촛불의 파도타기를 보았는가
이것은 혁명이다
"촛불은 촛불일 뿐이다
바람이 불면 다 꺼지게 돼 있다"
어느 국회의원의 말을 들었는가
한 사람이 든 촛불은 그냥 촛불이지만
백만 시민들이 함께 든 촛불은
꺼지지 않은 불기둥이다

 

우리는 함께 보았지 그리고 분노했지
세월호 침몰에서 백남기 농민의 물대포 사망까지
독재자 아비에게 쫒겨나고 딸에게 살해당한*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를 두고
벌이는 검찰과 법원과 이 정부의 몰염치를
외인사가 아니고 병사라고 우기는
S의대 신경외과 백모 교수의 비양심적 소신을
불의의 서슬이 튼튼하게 자랄수록
들풀 같은 민초들의 불꽃은 고요해졌지
JTBC 태블릿 PC 보도가 나오기까지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행위들
󰡒위록지마󰡓라 할 때 "네"라고 설설 기던
알면서도 호가호위하던 정치인들

 

이것은 나라가 아니다
대통령의 비선 측근들과 어리석고 무능한
조종 받은 군주 한 명이 온 세상을
어지럽히는 것을 두 눈으로 보고 있다
군대생활 함께한 참으로
오랜만에 광장에서 다시 만난
친구여, 이것은 혁명이다

 

살아 있지만 죽은 것처럼 살아가던
우리 몸속에 잠들어 있던 전설을 깨우듯
동학농민운동, 3.1운동,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월 민주화항쟁의 유전자들
SNS에서, 광장에서, 시민들에 의한,
이것은 촛불혁명이다

 

우리에게 내일의 생은 없다
대통령 퇴진과 탄핵을 넘어
새로운 질서를 구축할 때까지
친일, 독재와 반역의 역사를 청산하고
더불어 사는 경제민주화를 완성할 때까지

 

아이들에게만은 더 이상
이런 세상을 물려줄 수 없다는
아픈 각성이 따라오는 밤이다
역사의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 긴 호흡으로
서로를 격려하며 힘내길 소망하자

 

괴물 같은 자본주의 헬조선을 추방하고
젊은이들의 참세상 진실을 인양하자
이것은 오래된 침묵의 함성이다
광장에서, 집에서, 세계 곳곳에서
마음속 촛불을 들어 함께 외치자
자신의 몸을 태워 어둠을 밀어내는
친구여, 촛불은 우리들의 혁명이다

* 2016.9.5일자 뉴욕타임지 보도 인용


 







광주출생.
2009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 <그리운 풍경에는 원근법이 없다>, <너덜겅 편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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