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작가회의와 함께하는 '촛불 詩' 연재

당신들의 천국
              송태웅 


듣자 하니
그들의 조국은
우리와 함께 하는 조국이 아니었더군
저 머나먼 고렷적부터
조선시대까지
흡혈귀처럼 농민들의 피고름을 빨아먹고
제 배만 채워왔던 모리배들의 나라는
거짓과 모략과 아첨과 배신의 나라였더군
 
그대, 기억하는가
한 줌도 안 되는 세력에게
나라와 생존과 양심을 빼앗긴 농민들이
죽창을 들고 장태를 굴리며
장성 갈재를 넘어
서울까지 진격하던 것을
우리는 전봉준 장군, 김개남 장군, 손화중 장군과
들녘에 피어난 개망초꽃 같은 수많은 농민군들의
순결한 머리와 붉은 심장을 민족의 제단에 바쳤지만
우리에게 남은 것은
우금치에서의 처절한 피울음이었다
 
여전히 그들은
일본제국주의자들에게 아첨을 떨어서
몇 푼 돈에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치욕을 떨어내버리고
이젠 미국에 꼬리를 흔들어
사드를 이 땅에 끌고 오려 한다
 
그대, 이제 알겠는가
지금 새누리당과 박근혜 일당의
오래된 뿌리가 어디이며 그 누구인가를
 
통일대박?
아!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자가
어쩌면 이렇게 천박할 수 있는가
통일이 고스톱판에서의
쓰리고처럼 온다고 말할 수 있는가
 
책가방 맨 초등학생부터
머리 허연 어르신들까지
우리는 이미 알아버렸다
남북대결을 부추겨
다시 이 나라를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에 몰아넣어야만
미국으로 하여금 전투기와 미사일과 탱크를
팔아 먹을 수 있게 하고
저들은 남북으로 분단된 민족을
또다시 통일세력과 반통일세력으로 이간질하여
영구히 권력을 잡을 술수만 부리고 있다는 것을
 
그대, 알고 있는가
박근혜는 쌀 수매 가격으로 21만원을 약속했다
그런데 현실은 13만6천원
지난달에는 12만9천원이었다
20년 전 가격이 13만3천원이다
짜장면 가격만도 두 배 이상 뛰었는데
주식인 쌀값만 20년 전과 똑같음을
이 기가 막힌 농민의 현실에 항의하기 위해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여한
전남 보성군 웅치면 부춘마을의
69세의 농민 백남기 어르신에게
캡사인신을 섞은 물대포를 발사하여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하였음을
백남기 농민의 그 원통한 죽음 앞에
현 정권의 무리들은 어떻게 했는지를
그들 중 그 누가
그 흔해 빠진 ‘유감’이라는 한 마디라도
말했는가
 
어제 내린 가을비처럼
굵은 눈물 훔치면서
우리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비무장의 선량한 농민을 죽여놓고
오히려 그들은
백남기 농민이 병사했을 거라고 우기면서
원통한 주검에 칼을 대
그를 두 번 죽이려 했음을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지
358일 만에 광주 망월동에 묻혔지만
우리는 책임자를 처벌하고
박근혜를 구속수감할 때까지
그의 원통한 죽음을 잊을 수 없다
 
어쩌면 그렇게 그 아비에 그 딸인가
그들의 조국은
우리의 조국이 아니었더군
이러려고 대통령이 됐나 지껄이더니
그러려고 대통령이 됐더군
 
이제 말이 필요 없다
침몰하는 배에서
단 한 명도 살려내지 못한
정부는 정부가 아니다
꼬박꼬박 세금 바치고
충성을 다할 우리들의 나라가 아니다
그날 2014년 4월 16일
대통령이라는 자는
천금 같은 7시간 동안이나
꼴도 보이지 않고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진도 앞바다에 생때 같은 자식들과
사랑하는 아버지, 어머니를 묻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원통한 가슴에
들이대는 비수는
어느 지옥에서 온 악마의 얼굴이었는가
 
대통령이라고 쓰고 박근혜라고 불리는 자여
집권여당이라고 쓰고 새누리라고 불리는 자들이여
이제 내려와라
내려와서 민중의 심판을 받으라
내려오지 않으면
우리의 손에 든 촛불이
곧 횃불로 바뀔 것이다
 
우리 이제 이렇게 말하자
박근혜가 뻔뻔하게 살아 있는 나라
그 나라는
우리들의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그것은
당신들의 천국뿐이라는 것을


 











** 송태웅 시인은 1961년 전남 담양 출생. 2000년 계간 <함께 가는 문학> 시부문 신인상 수상. 시집 <바람이 그린 벽화>, <파랑 또는 파란 >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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