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함성 ‘박근혜 퇴진’

‘백만대군’이란 말이 있다. 그냥 말로만 들었고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이제 목격했다. 총성도 들리지 않고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그것은 분명히 전쟁이었다. 거대한 전쟁이었다. 위대한 전쟁이었다.
  
총대신 촛불을 켜 든 병사들은 위대했다. 가진 무기는 촛불이었다. 입이었다. 그들이 발사하는 총탄은 ‘박근혜 하야’ ‘박근혜 퇴진’이었다. 꽃보다 더 아름다운 백만의 촛불 속에 울려 퍼지는 ‘박근혜 하야’ 소리는 하늘과 땅에 가득 찼다. 어느 누가 이런 합창을 할 수 있는가. 있다. 국민이다.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민중총궐기'에 전국 각지에서 모인 100만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촛불을 들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들도 보았을 것이다. 박근혜도 들었을 것이다. 구중궁궐 청와대라 할지라도 백만의 병사가 외치는 함성을 막지는 못했을 것이다. 헌법을 유린한 자가 헌법의 보호를 받겠다는 역설의 현실이 아프다.
지난 12일 민종총궐기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을 시도하고 있다.
  
■국민과 싸우자는 것인가
  
이제 내가 무슨 죄를 저질렀느냐고 물을 수도 없게 됐다. ‘포괄적 뇌물죄’ 같은 죄명은 의미가 없다. 법이 정하는 것이기에 재임 중에는 소추를 당하지는 않는다 해도 이미 박근혜는 국민의 법정에 섰다. 백만의 배심원 앞에 섰다. 그러나 그는 당당하다. 아니 당당한 척하는가.
  
검찰 조사를 받겠다. 특검 조사도 받겠다. 이는 최순실이 아닌 박근혜가 국민 앞에 한 약속이다. 약속했으니 조사를 받으면 된다. 왜 받지 않겠다는 것인가. 죄가 없다는 것인가. 죄가 있고 없고는 조사를 받으면 드러난다. 국민은 꼼수라고 한다. 당연히 꼼수다. 최순실이 정범이고 자신은 행동대장일 뿐이니 죄가 없다는 것인가. 국민을 바보로 아는가.
  
박근혜의 변호사는 당당하게 말했다. ‘대통령 이전에 여성이니까 여성으로서 사생활은 보호해 주어야 한다.’ 맞는가? 틀렸다. 대통령은 당선되는 순간부터 사생활이 없다. 화장실에서조차 사생활이 없다는 것이 대통령의 운명이다.

대통령의 한 마디로 나라의 운명이 달라진다. 여성대통령의 사생활을 들먹일 것이라면 대통령을 그만두면 된다. 그다음에는 어디 가서 7시간 동안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고 어떤 주사를 맞아도 국민은 관심 없다. 그때 사생활을 주장하면 된다. 지금 대통령은 국민과 전쟁을 하고 있다. 결과는 뻔하다. 그런데 무슨 짓인가. 왜 저항인가. 혹시 국민과 전쟁해서 이기겠다는 것인가.
  
■나라를 포기할 수는 없다
  
최순실이 저지른 해악은 끝도 없고 한도 없다. 대한민국을 세계의 조롱거리로 전락시킨 최순실의 앞에서 충실하게 조연을 한 박근혜를 보며 국민은 너무 슬프다.

국민의 눈은 그렇게도 어두웠던가 한탄해도 이제 소용이 없다. 엎지른 물은 다시 주워 담지는 못하더라도 빨리 치우긴 해야 한다. 왜냐면 이 나라는 최순실의 나라도 박근혜의 나라도 아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국민의 나라다.
  
줄줄이 끌려 나와 포토라인에 서는 박근혜의 사람들을 보면 분노에 앞서 서글프다. 그 좋은 머리에 학벌에 경력이 어쩌다 저 지경이 됐는가. 재벌의 총수라는 자들이 최순실의 말 한마디에 수백억의 돈을 아낌없이 바치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과연 이 나라가 희망이 있는 나라인가. 있다. 희망은 바로 국민이 밝힌 촛불이고 함성이고 절규다.
  
■박근혜의 마지막 애국심
  
이 나라를 망친 주범은 정치인이라고 한다. 어찌 정치인뿐이랴. 언론·검찰·재벌 등 헤아릴 수도 없이 많다. 그중에서도 언론과 검찰은 수위를 다툰다. 지금 검찰이 칼날 위에 올라 있다. 평검사들의 속이 부글거리고 있다고 한다. 언론도 같다. 이제 철이 드는 모양인가.
  
어느 인간이 정치를 한다 해도 별수 없다.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말은 귀가 따갑게 들었다. 그러나 그 중에도 나은 놈이 있다고 믿는다. 덜 나쁜 놈과 조금은 나은 인간을 선택하는 것이 선거며 국민의 지혜며 의무다. 저마다 잘났다고 떠들어 대는 대선주자들이나 이른바 잠룡들을 국민은 믿지 않는다. 그래도 아무리 못된 인간이기로 지금보다는 낫겠지 하는 것이 국민이다.
  
우선은 박근혜가 즉시 하야하고 국민은 대통령을 다시 뽑아야 한다. 백만의 함성과 촛불이 요구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박근혜는 국민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 김종필은 ‘오천만이 덤벼들어도 박근혜는 사퇴하지 않는다’고 했다.
 
과연 그런가. 국민과 싸워 이길 수도 있다는 생각인가. 빨리 단념해야 한다. 박근혜는 국민의 가슴속에서 이미 사라진 이름이다. 대통령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마지막 애국심을 국민은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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