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선택만 남았다

지진에 대한 경험이 없는 우리는 지진이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경주지진을 당하자 어마 뜨거라 지진에 대해 새롭게 인식했다. 땅이 흔들리고 집이 무너지는데 설마 하고 버티는 건 죽겠다고 자청하는 거나 다름이 없다.
  
螳螂拒轍(당랑거철)이란 말이 있다. 사마귀란 놈이 수레 앞에 팔을 벌리고 막아선다는 말이다. 만용이 아니라 미친 짓이다. 내 목숨 내가 아껴야 한다. 남이 내 인생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이게 나라냐  

ⓒ청와대 누리집 갈무리

짐승도 괴롭히면 반항한다. 하물며 사람이야 더 말 해 무엇하랴. 4·19와 6·10항쟁을 겪은 사람으로 국민의 분노는 누구보다 잘 안다. 이승만 독재 시절, 무서워서 말도 못하고 살아야 했던 시대. 3·15 부정선거를 목격하고 마산 앞바다에서 떠오른 실종된 김주열 군의 시신에서 눈에 박힌 최루탄을 보았을 때 국민들은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4·19는 죽음의 공포를 넘어선 국민의 저항이었다.
  
전두환 독재도 6·10항쟁으로 국민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명박도 광우병 촛불 앞에서 국민 앞에 사죄했다. 분노는 본능이다. 인간이 분노를 잃어버린다면 그것은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는 시체다.
  
11월 5일. 광화문 광장에는 왜 30만의 시민이 모였을까.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눈에서는 분노가 이글거렸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분노는 차라리 저주라고 하는 것이 맞는다. 어쩌면 박근혜를 선출한 자신들에 대한 분노였을 것이다.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같았다. “이게 나라냐”
  

12일 서울광화문 민중총궐기대회. ⓒ사진공동취재단

이제 100만의 국민의 함성이 서울을 덮었다. 국민의 함성은 오로지 하나다. 박근혜는 이제 대통령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통령 당선 이후 오늘까지 박근혜가 저지른 이른바 통치행위는 국민에게 고통을 준 것 이외에 무엇이 있는가. 이치에 닿는 말 한마디 못하고 레이저만 발사했다. 더 이상 말하기조차 부끄럽다. 사람이 못나기로 저 정도까지 갈 수가 있을까. 국민이 다시 말한다. ‘이것이 나라냐’
  
■잘못조차 모르는 박근혜
  
인간이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이해한다. 무오류는 신의 몫이라는 말도 있지만, 인간의 과오는 도리가 없다. 그러나 인간은 과오를 뉘우치는 능력을 소유했고 그것이 동물과 다르다.
  
지금 국민이 박근혜에게 분노하는 것은 그의 과오도 있지만, 전혀 반성할 줄 모르는 그의 오만에 있다. 지금까지 저지른 과오는 모두 최순실에게 넘겼다. 국민에게 한 사죄에서 박근혜는 최순실에 대해 ‘경계의 담장을 낮추었다’는 말로 책임을 피해가려고 했다. ‘난 바보다’라는 고백과 무엇이 다른가.  

12일 서울 광화문 민중총궐기대회 모습. ⓒ광주인

대통령이란 자리가 일개 아녀자에게 국정 전부라고 해도 좋을 전권을 넘겨줘도 괜찮은 하찮은 자린가.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 보더라도 박근혜는 이름만 대통령일 뿐, 진짜 대통령은 최순실이었다. 이 정권에서 공식 직함을 가진 권력자는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그들은 모두가 최순실 치마폭 아래 종이었다. 대통령의 연설문이 최순실의 사전 교정을 받아야 하고 그 심부름은 문고리 3인방이 맡았다. 이런 대통령이 하늘 아래 어디 또 있단 말인가. 그러고도 물러날 생각을 하지 않는 염치는 도대체 어디서 배워먹은 것인가. ‘사람이냐’
  
■간신들의 천국
  
“노무현 씨, 당신은 더 이상 대통령도, 사법고시 선배도 아닌 그저 뇌물수수 혐의자로서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
  

12일 서울 광화문 민중총궐기대회에 참석한 여고생이 '박근혜 퇴진'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광주인

민정수석 우병우는 뭘 하고 있었는가. 검찰은 뭘 했는가. 최순실은 보이지 않던가. 얼이 빠졌는가. 이런 정권이 제대로 굴러간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체육 곳곳에 최순실의 마수가 뻗치지 않는 곳은 하나도 없다. 재벌의 금고를 자신의 금고로 생각했다.
  
최순실의 딸을 입학시키기 위해 학칙을 간단히 바꿔 버리는 사학 명문 이화여대는 130년 명예를 오물통에 처넣었다. 그것을 보는 입시생과 학부모들의 상실감을 무엇으로 메꿀 것인가. 박근혜는 이 같은 사실을 모르는가. 바보가 알기는 뭘 알아 하고 비웃는 것이 바로 국민들이고 분노의 원천이다
  
이제 박근혜는 더 이상 바보 노릇을 그만두어야 한다. 국민이 더는 못 봐 준다. 능력이 없으면 정직하기라도 해야지. 누구를 붙들고 물어보라. 대통령이 정직하다고 하는 국민이 몇 명이나 되는가.

세월호 행방불명 7시간은 불신의 출발이었고 이제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를 못한다. 최순실이 자행한 온갖 망동이 고스란히 대통령의 무능과 불신으로 직결되는 것은 누구의 죄도 아니다. 오로지 대통령이 져야 하는 멍에다.
  
이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무엇이 남아 있는가. 그가 좋아하는 게 해외나들인데 이제 밖에 나가면 조롱의 눈초리다. 아무리 옷을 수없이 갈아입어도 소용이 없다. 국내에서는 어떤가. 더 설명할 필요도 없다.
 

ⓒ광주인

대통령의 죄를 물어 권좌에서 끌어내려야 한다. 더 이상 박근혜가 대통령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모욕이다. 지지율 5%의 대통령이 무엇으로 버틸 것인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권좌에서 내려오는 것이다.

■박근혜의 염치. 100만으로는 부족한가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완벽하게 버림받았다. 무엇을 기다리는가. 국민은 하늘이라고 한다. 하늘인 국민의 마음이 만신창이 상처투성이다. 범인이 대통령이다. 정치를 잘하라고 뽑아줬는데 고통을 주었으니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것이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기다릴 시간이 없다.
  
螳螂拒轍(당랑거철), 거역하면 수레바퀴에 깔려 삶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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