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기 철도파업, 응원이 필요한 이유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도입은 쉬운 해고”

정영동 철도노조 호남본부 교선국장.

‘참담하다.’ 요즘 국민들이 느끼는 심정이다. 국정농단 사태의 비리들이 연일 새롭게 드러나고 있고 국민들은 매일 스마트폰을 뒤적이는 것이 습관처럼 돼버렸다.

여기에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는 미국의 대선결과도 한자리를 차지했다.

반면, 국정농단사태에 묻혀 여론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는 철도파업은 벌써 45일째를 넘어서고 있다.

여전히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철도파업. 철도노동자들은 왜 무노동 무임금의 임금손실을 감수하면서 장기파업을 하고 있을까.

과거 철도민영화 반대가 대부분이었던 철도파업과 달리, 이번 철도파업은 정부가 무리하게 밀어 붙이고 있는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도입을 막기 위한 것이다.

올해 1월 정부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이라는 지침을 발표하고 모든 공공기관에 대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요해 왔다.

노동조합의 반대가 심해 정부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자 많은 공공기관에서는 노사합의 없이 일방적인 이사회 의결이라는 불법을 저질렀다. 120여 개의 공공기관 중 60여 곳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철도노조 호남지방본부.

일부 공공기관은 근로자에게 동의서 서명을 강요해 물의를 빚거나, 성과연봉제 찬반투표에서 반대가 우세했음에도 도입을 확정하기도 했다.

철도도 마찬가지다. 철도공사의 요구로 교섭이 시작됐지만, 두 차례 교섭 후에 철도공사는 스스로 교섭 철회, 일방적인 이사회 의결을 통해 2017년 1월 1일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했다.

법과 원칙을 입버릇처럼 얘기하던 정부가 이처럼 비상식적이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드러났다. 800억원으로 노동개악을 청부입법한 재벌들과 박근혜 정권의 은밀한 거래였음이 밝혀졌다.

노동개혁이라며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온 일명 ‘쉬운 해고’ 계획은 저성과자 퇴출을 위한 성과연봉제를 공공부문에서 시작해 일반기업까지 확대하려는 것이다.

더불어, 정부는 지난 6월 ‘에너지·환경·교육분야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과 ‘민자철도 활성화 방안’이라는 공공부문 민영화 계획까지 발표했다.

공기업민영화와 쉬운 해고가 바로, 800억원에 대한 대가로 박근혜 정부가 재벌들에게 주는 선물인 것이다.

철도노조 호남지방본부.

공공부문의 성과연봉제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 공공부문 성과연봉제는 직원들의 고용불안 문제와 함께 사회 경제적인 부작용으로 그 피해가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는 문제가 있다.

병원의 성과연봉제는 환자로부터 최대한 많은 진료비를 부담시키기 위한 과잉진료가 발생할 것이고, 금융권의 성과연봉제는 ‘웰스파고’의 사례처럼 허위개좌개설, 연회비 착복 등 은행을 범죄조직으로 만들 것이다.

또한 에너지 분야의 성과연봉제는 올 여름 모두가 우려했던 ‘전기누진제’와 같은 요금폭탄이 더 늘어날 것이 자명하다.

2005년 일본JR철도 후쿠지야마선에서 500여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열차탈선사고가 있었다. 열차지연 시 주어지는 채벌의 중압감 때문에 1분 30초를 만회하기 위해 무리하게 운행을 한 것이 사고의 원인이었다. 여기에는 평가시스템인 성과연봉제가 있었다.

이렇듯 철도의 성과연봉제는 무리한 경쟁과 열차 안전업무 외주화 확대 등으로 열차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또 성과연봉제는 공공부문 민영화 최대 걸림돌인 노동조합을 약화시킬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경쟁과 성과주의로 개별화되고, 회사에 쉽게 통제되는 직원들에게 노동조합은 더 이상 보호막이 되지 못하게 된다.

민영화가 되고, 민주노조가 무너진 KT에서 상시적인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이용된 C-Player라는 저성과자 퇴출프로그램, 역시 성과연봉제에 기반을 두고 있는 제도다.

철도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면 일부 보수언론을 통해 단골 메뉴처럼 등장했던 것이 불법파업, 철밥통, 귀족노조 파업이다.

본질을 왜곡하고, 파업하는 노동자들을 폄훼해왔던 보수언론들의 보도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많은 국민들이 공공부문 성과연봉제가 국민피해라는 것에 공감하고, 철도파업이 헌법에서 정한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파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총파업을 응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법파업이라고 나 홀로 외쳐왔던 철도공사마저 이제는 불법파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철도노동자들의 파업은 합법이고, 정당하고, 국민의 신뢰까지 얻었지만, 그럼에도 철도파업은 장기화하고 있다.

철도노조 호남지방본부.

철도파업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던 정부가 국정농단 사태로 어떤 역할조차 기대할 수 없는 식물정부가 돼버렸고, 교섭의 당사자인 철도공사 사장 또한 교섭을 통한 해결보다는 이번 기회에 노동조합의 버릇을 고쳐놓겠다며 협박과 불통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도공사 사장은 국회가 제안한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은 노사문제라며 거절하더니, 교섭석상에서는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정부지침 변경이 없어 합의할 수 없다고 한다.

낙하산 사장의 한계와 노사관계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철도공사 사장의 이러한 태도로는 철도파업의 해결이 더욱 요원할 것이다.

특히, 파업기간에 이뤄진 철도공사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참담함과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파업참여 중인 직원들의 집으로 찾아가 가족들에게 ‘복귀하지 않으면 해고될 수 있다.’ 협박하고, 파업으로 임금이 제대로 나오지 못하게 된 조합원들의 급여명세서를 각 가정에 등기우편으로 발송해 직원과 가족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국정감사에 출석한 위원장을 우롱하는 문자를 보내는가 하면, 합법파업을 진행 중인 노동조합지도부에 대해서 업무방해 고소와 직위해제, 징계위 출석 등으로 온갖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러왔습니다. (업무방해 19명, 직위해제 253명, 징계의결출석요구 184명)

철도노조는 공사의 이런 부당노동행위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 채증한 자료를 근거로 노동부에 고발을 진행하고 있다. 철도파업을 파괴하는 데에만 몰두하고 있는 철도공사 사장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또한, 합법적인 철도파업에 국가재난사태에만 투입이 가능한 군병력이 대체기관사로 투입돼 위험천만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철도공사는 무차별적이고 불법적인 대체근무자 배치로 열차운행율을 높이는데만 급급해, 크고 작은 열차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열차안전은 안중에도 없고, 노조 파괴에만 열을 올리는 철도공사의 행태에 국민들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철도파업 사태의 해결은 어떻게 보면 쉽고도 어려운 문제다.

노동조합의 요구는 일방적으로 2017년 1월 1일부로 시행하기로 한 성과연봉제 도입을 취소하고 노사합의로 결정하자는 것이다.

정부와 철도공사 사장이 헌법을 지킬 용기만 있으면 된다. 서울대병원과 서울메트로·서울도시철도공사와 마찬가지로 임금체계 변경은 노사합의로 한다는 원칙만 확인하면 되는 문제다.

정부의 노동개악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밝혀진 재벌과의 더러운 거래 때문이라는 것이 드러난 이상, 철도노동자들은 더 이상 기다리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 하야 시국촛불에 적극적으로 결합할 것이다. 대통령이 하야해야 성과연봉제를 중단시킬 수 있다면 당연히 국민들과 함께 투쟁할 것이다.

철도노조 호남지방본부.

철도파업을 응원하는 국민들의 후원과 지지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전남농민회와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모금을 통해 쌀 5kg 610포대를 파업 중인 철도노동자들에게 전달했다.

각계 각층의 시민사회단체와 노동단체, 그리고 일면식도 없는 모임과 단체에서도 모금을 통해 투쟁기금을 전달하고 있다. 너무나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철도노동자들의 파업은 철도안전과 공공철도를 지키기 위함이고, 이것이 결국 철도노동자 자신들을 지키는 일임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꼭 승리해야만 한다.

거리선전전을 하면서 만나는 시민들 중에는 고생한다며 음료수를 손에 쥐어주고 가시는 분들이 많다. 더없이 힘이 나고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다.

철도파업을 응원해주시고 지지해주신 국민들에게 보답하는 것은 보다 값싸고 안전하고 편리한 공공철도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불편해도 괜찮아. 철도파업 이겨라”로 응원해주시면 고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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