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생각할 능력이 부족한, 그래서 홀로 설 수 없는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 문제의 본질입니다.

박시종 <시민의 힘> 대표.

최순실 등 저급한 비선실세의 국정 농단도 심각하지만, 그들을 박근혜 씨 주변에서 제거하는 것만으로 사안이 종결되지 않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머리를 빌릴 수 있는” 능력만 있어도 해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순실을 통해 그럴 능력이 없는 자신의 한계를 숨겨왔다는 것 아닙니까? 국가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주위를 값싼 환관으로 가득 채웠다는 비판조차 이 대목에선 한없이 가벼워집니다.

국민이 먼저 엄중한 사태의 본질을 깨달았습니다. 최악의 국정 지지율은 박근혜 씨에 대한 국민들의 통치 불능 선고입니다. 이에 맞선 ‘정권 연명치료’는 부질없는 짓입니다. ‘연명치료’가 박근혜 씨를 다른 사람으로 바꾸는 ‘환인술’(換人術)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 씨에 의한 자가 연명치료는 물론 정치적 타협에 의한 인공 연명치료도 정직한 해법은 아닙니다. 무슨 ‘죽은 제갈량’도 아니고 박근혜 씨를 왕좌에 앉힌 채 무려 1년 4개월을 식물인간으로 있으라고 하는 것이 어찌 온당한 해법이겠습니까?

더욱이 국가 최고통치권을 사실상 공백 상태로 내버려두더라도 아무 탈 없을 대한민국 현실이라면 또 모릅니다. 그러나 일일이 여삼추입니다.

국민의 강력한 지지를 토대로 빠르고 크게 혁파해내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이제 야당이 솔직한 해법을 말해야 할 때입니다.

대통령의 하야와 그로 인한 정치적 격랑이 두렵다고요? 죽은 정권의 무의미한 연명, ‘이게 나라냐’는 절규의 무한반복, 대한민국의 끝없는 추락, 이보다 더 두려워할 것이 어디 있습니까? 대통령의 하야와 혁명적 변화가 지금 시기 유일한 ‘구국의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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