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정신이 안 드는가

막장 드라마였다. 드라마는 현실이었다. 악몽에 시달렸다. 눈을 뜨니 태양은 다시 떠올랐다. 남보다 유달리 애국심이 투철해서도 아니다. 보통 국민들은 모두 조국을 사랑한다. 조국은 대한민국이다.
  
그 날, 최순실이 검찰에 출두한 시각, 아수라장이 된 검찰청.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최순실이 남긴 이 말 한마디와 버려진 한 짝의 ‘프라다’ 명품 구두. 버려진 것은 신발만이 아니다.

이 나라의 국격과 국민의 자존심도 휴지처럼 버려졌다. 눈물이 흘렀다. 어쩌다 이 나라가 이 지경이 되었는가. 이 나라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어찌 나 하나뿐이랴. 이 땅 곳곳에서 눈물을 흘리는 국민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다시 눈물이 흐른다.
  
■동굴에 갇힌 식물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 누리집 갈무리

박근혜 대통령은 10월 29일 청계광장에 모인 수만 군중을 보고 또 검찰에 출두한 최순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생각은 무슨. 생각할 줄 알아야 생각을 하지’ 이건 모욕이 아니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국민의 파문선언이다. 해외에 나가서도 최순실에게 자문을 구했다는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 할지라도 지금까지 대통령이 의지한 최순실이 식물이 됐듯이 대통령도 식물이 된 것이다.
  
청계광장 남녀노소 수만 군중의 형형하게 빛나던 분노의 눈빛. 한결같이 그들이 외치는 박근혜 퇴진과 하야. 저 못난 이명박에게도 하야와 퇴진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국민은 이제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똑똑하게 목격한 것이다.

정치는 잘못하면 시정할 수 있다. 하지만 능력이 없는 것은 방법이 없다. 더욱 문제인 것은 박 대통령 자신이다. 능력이 없다는 것조차도 모르고 있다. 자신의 지지율이 9.2%라는 사실을 알고나 있는가.
  
능력이 없는 대통령에게 국가운영의 운전을 맡길 수는 없다. 청와대는 지금 기능을 상실했다. 보좌기능도 상실됐다. 정지된 상태로 내버려 둘 것인가. 기막힌 일이다.
  
새누리당은 어떤가. 당 대표라는 이정현은 불신을 받고 저마다 살길을 찾느라 정신이 없다. 원래도 그랬지만 최순실 사태를 맞아 완전히 집권당으로의 기능이 마비됐다. 흔히 ‘당·정·청’이라 하지만 어느 곳 한 군데도 정상적인 곳이 없다. 이대로 내버려 둘 것인가. 나라가 망하게 둘 수는 없다.
  
■일방적인 총리임명. 국민이 납득하는가  

최순실씨가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민중의소리 갈무리

최순실이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영상녹화도 하지 않는다. 검찰 출두할 때 ‘죽을죄를 지었다. 용서해 달라’고 읍소하던 최순실은 검찰조사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무엇이 죽을 죄였는가. 검찰은 10여 가지의 혐의를 받고 있는 최순실이 귀국할 때 내버려 뒀다. 31시간 동안 무슨 짓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 증거인멸 하라고 시간 주었는가. 방조다.
  
검찰은 안종범·정호성을 출국금지 시켰다. 우병우는 왜 그냥 놔두는가. 우병우는 아무 때나 출국을 해도 괜찮은가. 안종범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다. 우병우는 조사할 것이 없는가. 겁이 나서 못하는가.
  
이런 검찰을 어느 국민이 믿겠는가. 민정수석이 바뀌었다 해도 국민은 민정수석을 믿지 않는다. 왜 믿지 않는지 그들 자신도 알 것이다. 땅에 떨어진 검찰의 신뢰는 법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오늘의 검찰에게 최순실을 맡겨 놓을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의 소리다. 특검을 해야 한다.
  
대통령은 야당과는 일언반구 의논도 없이 총리를 임명했다. 국민들이 납득하겠는가. 계속해서 정치를 내 맘대로 하겠다는 선언이다. 국민에 대한 도전이다. 아직도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은 새누리를 탈당하고 국회에서 여·야가 추천하는 총리를 임명하는 것이 순리다. 그 후 정치는 총리에게 일임해야 한다. 그것이 현재로는 본인이나 국가를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이다. 더 참혹한 일을 당하기 전에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
  
‘우리가 남이가’의 김기춘과 새누리를 망친 최경환의 이름이 거론된다. 막후에서 수습공작을 한다는 것이다. 반격을 획책한다는 것이다.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탱크로 깔아뭉개면 된다는 차지철을 불러와도 안 된다.
  
동굴속에 혼자 남겨졌다는 박근혜 대통령. 어느 누구를 원망할 수 없다. 모두가 자업자득이다. 어울리지도 맞지도 않은 모자는 이제 벗어야 한다. 미련을 버려야 한다. 그것이 비극을 자초하지 않는 유일한 길임을 깨달아야 한다.
  
아무리 어리석은 인간도 직관이라는 것이 있다. 동물도 같다. 이는 본능과도 같은 것이다. 지금 무엇이 위기인가 직관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의 마지막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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