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을 돌아본다

‘2014년 화물자동차 공급량 산정기준’에 따른 우리나라의 화물차량의 총 대수는 429,568대다. 일반화물의 경우 차주의 97% 이상이 지입차주이며 개별과 용달화물까지 포함한 전체 영업용 화물차량의 약 70%는 지입차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지입제란 운수면허를 가진 운송사업자와 화물차를 소유한 차주가 위수탁계약을 맺고 화물운송에 종사토록 하는 제도를 말함)

화물차주인 노동자들은 자신이 구입한 화물차도 운송업체 명의로 등록해야하며 운송업체는 화물차를 한 대도 소유하지 않고 화물면허증으로 화물노동자들에게 연간 5천억(일반화물 기준)의 지입료를 챙긴다. 노동자들이 받는 운임료는 화물주와 운송업체가 전권을 갖고 결정한다. 운송업체들은 사업허가 표시일 뿐인 번호판을 정부로부터 받아서 차주들에게 수 천 만원에 넘긴다.

▲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본부가 지난 10일 부산 감만부두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행진을 하려하자 경찰이 막고 있다. ⓒ민중의소리 갈무리

이렇듯 지입제는 운송업무와는 아무 상관없는 운송업체들에게 중간착취와 불로소득을 챙겨주는 황금거위가 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화물차업계의 지입제는 전세계적으로도 그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을 정도로 전근대적인 노동착취제도이며 이 지입제가 사라지지 않고서는 화물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한 화물차업계에는 운송자본과 화물노동자간 노예계약이 판을 치고 있다. 화물연대가 공개한 <ㅎ운송사와 지입차주간의 각서>에 따르면 ‘어떠한 단체 등에 가입하면 모든 채권관계는 소멸 한다’ ‘노조 상조회 친목회 등의 조직에 가입 시 계약해지에도 일체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다’ ‘운송료 조정 시 일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관리자의 업무지시 및 일반 청소 등의 업무지시에도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무조건 따른다’ ‘운송거부 시 2개월 치 손해배상액을 우선 공제 한다’ 등 헌법에 보장된 자유, 결사, 노동의 권리가 처참히 짓밟히고 있다.

이 정도 수준이면 주인의 한마디에 생사가 갈리는 노예 계약이며 주체성을 지닌 인간들의 계약이 아니다. 노예로 살아가란 것이다.

현행 법제도하에서 화물노동자들은 부가세를 납부하는 소위 ‘사장님’으로 분류되어 노동자들이 누려야할 각종 권리로부터 제외된다. 그러나 운송 시간과 장소 및 보수를 화주나 주선업체가 결정하고 화물노동자가 독자적으로 시장 개척을 할 수 없는 점 등은 노무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볼 때 종속적인 노동자로 보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들은 노동자가 아니라서 4대보험도, 퇴직금도, 연장휴일수당도 아무것도 적용 받지 못한다. 일반 노동자나 거의 다름없지만 노동자로 대접조차 받지 못한다.

화물노동자의 주당 평균 운행시간은 47.9시간(대기시간 포함하면 69.9시간)이며 밤 10시 이후 야간 운행은 14.1시간으로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운임은 밑바닥이며 차량 할부금, 알선료, 번호판 값, 기름 값, 보험료, 통행료, 감가상각비 등을 제하고 나면 빚더미만 남는다. 운행할수록 적자인 셈이다.

2009년도에 정부는 화물노동자들의 열악한 삶을 개선하기 위해 운임단가를 현실화하기 위해 강제적용을 담은 표준운임제안을 만들었으나 현정부는 참고원가제(말 그대로 참고만 하는 것임)로 대폭 후퇴했으며 2004년부터 시행해온 최소한의 수급조절제도를 폐기하고 자유로운 증 톤으로 화물차를 대폭 늘리려하고 있다.

결국 현정부의 화물정책은 화물노동자들의 족쇄를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더 두꺼운 족쇄를 채우는 식이며 화주와 운송자본에게는 더 많은 이윤을 챙겨주는 친자본 정책인 것이다.

이런 와중에 화물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고 있다, 그 규모가 전국적이든 어떻든 지간에 그들도 사람이며 그 자신과 가족이 먹고 살아야 한다. 그 책임이 정부와 운송자본에게 있음이 명확한데도 불법파업과 물류대란을 외친다. 그냥 노예로 살던지 아니면 나가 죽으라는 것이다.

배부른 자본진영의 수구 논리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는 춥고 배고프고 서로운 비정규직들이다. 흔들리지 말고 결연히 싸우고 노예이기를 단호히 거부하자. 사람이 사람으로 대접받지 못한다면 그런 사회는 존재할 가치도 이유도 없다. 빨리 뒤엎어 바로 세우는 것 밖에는! 인간이고자 하는 화물연대 파업을 적극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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