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으면 죽는다

단식을 시작하자 동조 단식이 뒤따른다. 이어서 단식중단을 촉구하는 단식도 시작되고 이를 반대하는 단식도 시작된다. 서로가 지지 반대하는 단식 때문에 쌀 소비량이 줄어 음식점이 문을 닫고 쌀가게도 망했다. 나라가 망했다. 실없는 소리를 들으며 웃을 수가 없었다. ‘정현아. 밥 먹어라. 어머니의 말씀이다.’
 
얇은 사 하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깍은 머리 고깔에 감초오고. (이하 생략)
 
조지훈 시인의 명시 ‘승무’의 구절이다. ‘파르라니 깎은 머리 고깔에 감초오고’의 절창이 가슴을 적신다. 삭발의 사연은 얼마나 많을까.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 내 몸을 부모가 주었으니 조금도 훼손하지 않고 온전하게 보존함이 효도의 시작이라) 공자님의 말씀이다.

▲ ⓒ새누리당 누리집 갈무리

단식과 삭발이 세상을 놀린다. 단식의 역사는 까마득 깊은데 그걸 따질 생각은 없다. 다만 먹고 살도록 되어 있는 인간이 먹는 걸 끊고 죽겠다니 못 할 짓이라는 생각이다. 제 몸 가지고 지가 굶어 죽겠다니 내버려 둬야 하는가.
 
이정현의 단식. 죽기를 각오한다고 공언했는데 이정현쯤 되면 죽는 것도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죽으라면 죽는시늉이라도 할 대통령이 단식중단을 당부했는데 말을 안 듣는다. 지금까지 하던 충성이 모두 꽝이 아닌가. 출구를 열어 줬으니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정현의 부모님도 곡기를 끊었다니 이정현이 천하의 불효자식이다.
 
머리가 나쁜 탓일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이정현이 밥을 굶는 이유와 명분을 찾을 수가 없다. 새누리당 반대자니까 그렇다고 하겠지만, 여론도 전혀 아니다. 초딩이 축구시합을 해도 전략이 필요하다. 나름대로 전략이 있었을 텐데 누가 조언을 했다면 바보고 자신의 전략이었다면 당 대표 낙제다.
 
정세균 트집은 웃기지도 않는 코미디다. 설명할 가치도 없다. 차라리 ‘미르’와 ‘K스포츠’와 ‘최순실’을 덮기 위한 것이라면 이해는 하지만 역시 최하위 수다. 국민의식은 이정현의 머리꼭대기에 앉아서 내려다보고 있다. 이정현과 새누리가 사는 길은 꼼수를 버리고 정도를 가는 것이다.
 
■ 우리는 백남기다
 
이정현의 단식을 국민들이 가슴 아파하며 ‘우리는 이정현이다’ 동조 단식이라도 하면 좋겠지만, 국민들의 마음은 ‘우리는 백남기다’로 뭉쳤다. 다시 물대포를 쏠 용가가 없어서인가. 백남기 추모행진은 경찰도 막지 못했다. 아니 전경들이 막지를 않았을 것이라고 믿는다. 백남기 추모사를 들으며 눈물을 흘린다지 않던가.
 
정치를 떠나서 벌거벗은 국민으로 생각해 보자. 이게 정치냐. 이게 나라냐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을 할 것인가. 법이 길을 잃고 오물통에서 허우적댄다. 법이 불신받으면 불법이 왕이다. 대다수의 검사가 한 줌도 안 되는 비리검사들로 해서 얼굴을 못 들고 다닐 지경이다. 서울의대 학생들이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를 두고 교수들을 가르쳐야 할 판이다. 이게 나라냐 라고 할 만하지 않은가.
 
아버지의 치료를 거부해 사망케 했다는 백남기 씨 주치의의 사망진단서는 자식들을 천하의 패륜아로 만들었다. 한국 최고의 서울의대 교수가 맞는가. 히포크라테스가 땅을 칠 것이다.
 
단식은 가장 원시적이고 인간본능을 무시한 저항수단이다. 그러기에 가장 절절한 저항수단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대의명분은 있어야 한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이 민주주의란 대의를 걸고 단식을 단행했다. 그들의 단식은 국민의 성원을 넘어 세계적 관심이 됐다. 그렇기에 성공을 했고 민주발전에 공헌했다.
 
이정현의 단식은 그의 선택이다. 그러나 목숨을 걸어놓고 했다는 단식이 얻은 것도 없이 허망하게 끝나 버린다면 얼마나 속이 상할 것인가. 또한, 역사는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딱한 생각이 든다.
 
지금 이 나라 처지가 여당 대표라는 사람이 잘못도 없는 의장 사퇴하라며 단식이나 할 때가 아니다. 국민들은 최순실이란 여성이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고 믿는다. 미르인지 K스포츠인지 때문에 재벌기업들은 파쇄기에 문서 넣기에 바쁘다. 이런 정치를 보면서 새누리당은 다음 선거에서 국민에게 지지해 달라고 할 염치가 있는가. 빈대도 낯이 있다고 한다. 댓글부대나 동원해 모략 음해나 할 작정이라면 일찍 포기하는 것이 낫다. 한 번 써먹은 사기는 다시 통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북한 주민에게 권유했다.
 
“북한 주민 여러분들이 희망과 삶을 찾도록 길을 열어 놓을 것이고,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기를 바란다”
 
최 일선에서 북한군에 귀순을 종용하는 대북방송을 떠올린다면 잘못일까. 사람마다 격이 있다. 대통령도 다를 것이 없다.
 
■ 비정상화의 정상화
 
이정현이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갔다. 단식의 중단이다. 죽겠다고 한 단식이라지만 잘했다. 자신도 죽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꼬락서니가 우습게 됐다. 다시는 그런 짓 하지 말아야 한다. 다른 정치인들도 같다.
 
사실 국민들의 말은 이렇다. 잘한 게 뭐가 있다고 이 법석이냐. 도망가는 건 민심이고 쌓이는 건 불신이다. 이제 천하 없는 인간이 단식해도 국민은 콧방귀를 뀔 것이다. 이정현이 대박을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쪽박도 못 챙겼다.
 
이제 정치를 정상화시키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일주일 동안 농땡이 부려 까먹은 국정감사를 제대로 해야 한다.
 
국민들의 건강한 감정에 고문을 가한 이정현의 단식은 정치혐오와 상처만 남긴 채 끝났다. 단식은 앞으로 절대로 못 하게 해야 한다. 단식금지법 만들어라. 괜히 죄 없는 머리만 박박 깎는 삭발금지법도 만들어라. 법 만드는 거 좋아하는 정치인들 아닌가.
 
이제 억지가 통하는 정치는 안 된다.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면 될 것 같지만 절대로 안 된다. 국민이 용서 안 한다. 대통령이 북한주민들 넘어오라는 격조 없는 말도 하지 말아야 한다. 얼마나 한심한가.
 
야만적인 단식은 절대로 하지 마라. 굶으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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