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 성동 지하강당 빈소, 신자·정치인 등 추모 발걸음 이어져
“민주화의 큰 별 졌다” 정치권, 여야 구분없이 성명·논평 ‘애도’

“조비오 신부께서 못다 이룬 민주와 평화, 통일의 뜻을 저희들이 이루겠다.”

21일 광주 북구 임동성당 지하강당에 마련한 고 조비오 신부의 빈소는 정치인과 시민, 신자 등 추모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빈소 입구에는 평소 어려운 이웃을 위해 헌신해 온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조화 대신 쌀 화환이 길게 늘어섰다.

추모객들은 5·18민주화운동 등 민주와 통일을 위해 평생을 헌신해 온 조비오 신부의 선종을 안타까워했고 정치권은 여야 구분없이 일제히 성명과 논평을 통해 애도의 뜻을 표했다.

▲ 21일 오후
▲ 고 조비오 신부 애도. ⓒ광주인

정치인·시민·신자 등 추모 발걸음

천주교 광주대교구는 이날 오후 2시 광주 임동 주교좌성당에서 옥현진 총대리주교의 주례로 첫 미사를 거행했다.

200여 명의 천주교 신자와 시민은 슬픔과 애도 속에 성가를 함께 부르고 기도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옥 총대리주교는 “이제 긴 세월 지셨던 십자가 내려놓으시고 하느님 품에서 영원한 안식 취하시길 바란다”며 고인이 남긴 세 마디 유언장을 낭독했다.

“책, 기물 등은 소화자매원에 귀속한다. 혹시 남은 재산이 있을 경우 소화자매원에 귀속한다. 장기를 기증한다.”

고인의 유언이 울려 퍼지자 일부 신자들은 하얀 미사포 아래로 가만히 눈물을 훔치며 어깨를 들썩였다.

고인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는 추모미사에서 “통장을 보니 매달 잔고가 0원 처리됐더라”며 “모든 걸 나눠준 당신은 항상 비우셨고, 나누셨고, 일신을 위해 돌보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미사가 끝나고 정치인들과 시민들, 신도들의 추모 발걸음이 이어졌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몽골 출장에 앞서 이날 낮 임시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가톨릭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일하며 조 신부와 역사의 고비고비마다 함께 한 윤 시장은 “큰 별이 지고 나니 헤아릴 수 없는 슬픔에 가슴이 미어진다”며 안타까워했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이형석 위원장과 당직자, 민형배 광산구청장과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 등도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광주인
ⓒ광주인

대권 잠룡 중 한 명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7시께 빈소를 방문해 조문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손 전 대표는 “조 신부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민주화운동 현장에 계셨다”며 “5·18 기념재단의 초대 이사장을 지냈고 광주와 5·18 정신을 선양하는데 큰 역할을 하신 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금 같이 나라가 어려울 때 지도자를 잃은 것을 대단히 애석하게 생각한다”며 “조 신부의 뜻을 잘 받들어 민주주의와 광주정신이 빛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손 전 대표는 정계 복귀 시점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대권 잠룡 중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22일 오후 빈소를 방문하고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23일 장례미사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여야 구분 없이 일제히 애도 성명 논평

정치권은 이날 여야 구분 없이 일제히 애도 성명과 논평을 내고 민주화와 통일을 위한 고인의 뜻을 이어받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광주시당은 논평을 통해 “조비오 신부님은 5·18 민주화운동의 산 증인이자 민주화를 위해 헌신해 오셨다”며 “소외된 사람, 어려운 시민들과 함께 하셨고 통일과 민족 화합에 노력하신 그 분의 뜻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정치권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은 성명을 내고 “민주성지 광주의 큰 별이 진 것을 시민과 더불어 깊이 애도한다”며 “더민주는 신부께서 못다 이룬 민주와 평화와 통일의 뜻을 이루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애도했다.

더민주 전남도당도 논평을 통해 “5.18 당시 계엄군의 야만성을 폭로하고, 약한 자에게는 한없는 사랑을 쏟았던 고인의 선종에 대해 도민, 당원과 함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그의 사회 정의, 인권 향상의 정신이 영원히 시대의 횃불로 영원히 기억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광주시당은 논평에서 “150만 광주시민과 함께 애도의 뜻을 전하면서 헌신의 길을 뒤따를 것을 다짐한다”며 “최근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내 5·18 사적 원상복원 문제도 조속히 해결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의당 광주시당도 성명에서 “마지막 가시는 날까지 나눔과 봉사의 마음을 실천해 오신 신부님의 헌신을 고단한 삶의 현장 곳곳에서 쉼 없이 이어가겠다”며 “민주주의가 짓밟히는 이 시대에 다시 한번 민주화의 큰 스승이신 신부님의 선종을 애도하며 정의가 넘치는 세상을 향해 더 전진하겠다”고 말했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추도사를 통해 “신부님은 병들고 소외된 약한 사람들과 함께 했고 80년 5월에는 시민수습대책위원장을 맡아 광주시민을 지켰으며, 광주시 남북교류협의회 공동위원장을 맡아 민족의 평화와 통일에 헌신하셨다”고 회고했다.

이어 “지역의 원로로서 광주시정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많은 조언을 해 주시길 바랐는데 이렇게 일찍 선종하시니 허망하기 그지없다”며 “광주시민들의 애도 속에 부디 안식을 누리시길 기원한다”고 추모했다.

5·18기념재단도 애도성명을 통해 “고인은 천주교 광주대교구 소속 사제로 5·18 당시 광주가 고립무원이 된 극한상황에서도 수습위원으로 죽음의 행진을 비롯한 진실을 밝히고 5·18을 알리는 데 평생을 바쳤다”며 “고인이 광주시민과 함께 지킨 5·18의 진실, 민주·인권·평화의 가치는 광주정신으로 거듭났다”고 평가했다.

▲ 21일 오후
▲ 고 조비오 신부 애도. ⓒ광주인
▲ 고 조비오 신부 애도. ⓒ광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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