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일 시인 17주기 앞두고 문학축전 주최
활판시집 <그래도 봄은 오는가> 발간 등 추모사업 활발

3일 곡성 조태일시문학기념관에서

발바닥이 다 닳아 새 살이 돋도록 우리는
우리의 땅을 밟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숨결이 다 타올라 새 숨결이 열리도록 우리는
우리의 하늘 밑을 서성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조태일 시 <국토서시> 일부

1970~80년대 암울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온몸으로 맞선 저항시인이자, 문학사에 남을 <국토> 연작시로 잘 알려진 곡성 출신 죽형(竹兄) 조태일(1941~1999) 시인의 삶과 문학정신을 기리는 행사가 마련된다.

▲ 조태일 시인.

(사)죽형조태일시인기념사업회(이사장 박석무)와 곡성군(군수 유근기), 광주․전남작가회의(회장 조진태)의 주최하는 <조태일 시인 17주기 문학축전-그리운 쪽으로 고개를>이 9월 3일(토) 오후 4시 곡성 조태일시문학기념관에서 열린다.

조태일 시인의 17주기(9월 7일)를 나흘 앞두고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권력의 부조리에 굽힘이 없었던 시인이자, 한 시대의 기둥과 같았던 조 시인의 삶과 작품세계를 기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김완 시인의 사회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는 박남준 시인의 추모시 낭송을 시작으로 광주고 출신 문인을 대표해 오덕렬 수필가와 조태일 시인의 제자이자 아동문학가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이성자 작가가 추모사를 밝힌다.

조태일 시인이 발행하던 <시인>지로 등단하고 생전에도 가까이 지냈던 김준태 시인과 고교시절 친구였던 송문재 광주교사협의회 회장은 이야기 손님으로 초대돼 조 시인과 얽힌 일화를 소개하고 따뜻하면서도 엄격했던 인간적 면모는 물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권력에 맞서며 민주화를 위해 앞장섰던 시대정신과 문학정신에 대해 들려준다.

특히 김준태 시인은 “조태일 선생은 조지훈의 지조, 김현승의 청교도주의, 김수영의 앙가주망을 순결하게 결합시켜 온몸으로 시를 쓰며 또 그렇게 살았던 시인”이라고 밝히고, 고향과 국토에 대한 사랑을 노래했던 조태일 시인을 회고할 예정이다.

또한 조 시인의 17주기를 맞아 죽형조태일시인기념사업회가 기획하고, 박건한 시인이 제작한 시선집 <그래도 봄은 오는가>(시월출판사)를 조 시인의 가족에게 헌정하는 순서도 마련된다. 이 시선집은 지금은 거의 사라진 활판 방식으로 제작돼 눈길을 끈다.

또한 이번 행사는 단순한 문학행사를 벗어나 다양한 장르의 공연무대로 열기를 더한다. 남도소리의 맥을 잇고 있는 내벗소리민족예술단은 전통국악의 아름다움을 동리산 계곡에 수놓는다. 인형극, 동요 등 어린이 문화예술의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해온 섬진강도깨비마을 외에도 성악 등 풍성한 무대가 마련된다.

이밖에도 고동실, 김선자, 박남인, 우동식, 손세실리아 등 곡성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참여한 시인들의 시낭송을 통해 조태일 시인을 기억하는 순서도 마련한다. 제주에서 ‘시인의 집’을 운영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는 손세실리아 시인은 추모시 <시 스무 편>을 통해 “이번 생에 내게 주어진 시업은/당신께 제출할 시를 탈고하는 일/도토리 단풍잎 가라앉혀놓고/침묵 속 고행 중인/살얼음 낀 불갑사 계곡의 빙어가 되어//다만/쓰고 또 짓는 일”이라며, 조 시인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했다.

죽형조태일시인기념사업회 박석무 이사장은 “시인의 삶은 어떠해야 하는지 직접 일러주었던 그의 빈자리가 오늘은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조태일 시인이 우리 가슴속에 살아있듯이 그가 삶과 시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숭고한 뜻이 영원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조태일 시인.

조태일 시인은 곡성 태안사에서 대처승의 7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고, 광주서중, 광주고, 경희대를 졸업했다. 196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돼 문단에 나왔고, 시집 <아침선박> <식칼론> <국토> <자유가 시인더러> <산속에서 꽃속에서> <풀꽃은 꺾이지 않는다> <혼자 타오르고 있었네> 등을 펴냈다. 1969년 <시인>지를 창간한 이래 김지하, 양성우, 김준태, 박남준 시인 등을 발굴했다.

1980년 신군부가 계엄령 전국 확대에 앞서 감금한 예비 검속자에 포함돼 수감생활을 하는 등 표현의 자유와 민주화를 위해 앞장선 대표적인 민족․민중시인이다. 1989년부터 광주대에서 후학을 양성했으며, 1999년 9월7일 간암으로 작고했다. 편운문학상, 만해문학상을 수상했고, 보관문화훈장이 추서됐다.

이번 행사에는 누구나 무료로 참가할 수 있으며, 참가를 희망하는 사람은 행사 당일 2시 5․18기념문화센터(광주 상무지구)에서 출발하는 전세버스를 이용하거나 개별적으로 참가하면 된다. 
(062)523-7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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