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경찰의 원천봉쇄 공권력 행사는 부당

서울에서 열리는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상경하려다 광주에서 경찰에 저지당한 뒤 연행돼 기소된 농민들이 법원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1심은 유죄를 인정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경찰의 공권력 행사가 부당하다며 농민들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농민단체는 ‘경찰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를 단죄한 판결’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이 25일 오후 광주지방경찰청 앞에서 농민 투쟁 항소심 무죄판결보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광주인

광주지법 형사2부(이종채 부장판사)는 24일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과 도로교통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국농민회 광주전남연맹 소속 농민 6명에 대해 징역형과 벌금형을 내린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1심은 박형대 전농 광주전남연맹 정책위원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농민 김아무개씨 등 5명은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 2013년 12월19일 ‘쌀 목표가격 인상’을 위한 전국 농민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에서 서울로 향하던 중 경찰에 가로막혔다.

농민들은 광산구청에서 출정식을 하고 서울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각지에서 운송된 벼 8만㎏을 1t 화물차 50여대에 나눠 싣고 광산IC 방면으로 향했다.

하지만 광주공항 인근 편도 4차선 도로에서 경찰 병력 100여명이 방패를 들고 도로 전 차선을 막아섰다.

농민들은 부당한 진압으로 “왜 도로를 막는지 이유를 말하라”며 경찰에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박 정책위원장을 비롯한 농민 7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당시 경찰은 도로를 점거하고 교통 흐름을 방해한 혐의와 신고하지 않은 집회를 열었다며 집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유죄를 인정했으나 2심 재판부는 경찰의 공무집행에 문제가 있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농민들의 도로 점거 등 행위는 경찰의 저지에 의한 항의의 의미로 즉흥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집시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위법한 집회·시위가 예상된다고 하더라도 시간이나 장소적으로 근접하지 않은 다른 지역에서 열리는 집회 참가를 위해 이동하는 것을 함부로 막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전농 광주전남연맹은 26일 광주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환영’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불법 집회가 우려된다는 자의적이고 주관적 판단으로 국민들의 자유를 억눌러서는 안된다는 것과 표현의 자유는 국가가 책임지고 보장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농민에 대한 무죄가 아니라 경찰에 대한 유죄를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판결로 한국사회 민주주의 발전에 비해 역행하고 있는 경찰의 집회 관리 문화에 경종을 울리게 됐다”며 “경찰은 농민들에게 사죄하고 부당한 집회관리문화를 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부당한 공권력으로 백남기 농민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경찰이 더 이상 사과와 처벌을 뒤로 미뤄서는 안된다”며 “경찰의 불법적 행위에 대해 국가배상, 경찰지휘 책임자 징계 청구 등을 추진해 경찰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뽑겠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이번 판결에 대해 상고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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