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 좀 먹었기로 왜들 야단

박근혜 대통령과 이정현 새누리당 새 지도부의 청와대 오찬이 시끄럽다. ‘송로’ 버섯 요리 때문이다. 무식한 탓인지 난 아직 송로버섯을 구경도 못 했고 이번 난리에도 그냥 송이버섯 비슷한 것인 줄 만 알았다. 송로가 참 대단한 버섯인 모양이다. 프랑스 루이 14세가 즐겨 먹었고 몇 년 전 한국에서 900g짜리 송로버섯이 1억6천만 원에 낙찰됐단다. 버섯이 아니라 다이아몬드다.
 
박 대통령은 “토속 음식으로 소식을 즐긴다(2006년 방송 인터뷰)”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1일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의 청와대 오찬 메뉴는 송로버섯, 바닷가재, 훈제연어, 캐비어(철갑상어알을 소금에 절인 것)샐러드, 샥스핀(상어 지느러미)찜, 한우갈비 등 동서양의 산해진미가 고루 나왔다. 제대로 먹고 소화나 잘 시켰는지 모르겠다.
 
■ 먹는 거 가지고 치사하게
 
맨날 김치만 먹고 살 수는 없다. 때로는 삼겹살도 먹고 생선구이도 먹고 특별한 날에는 암소갈비도 먹을 때가 있다. 대통령이라고 다를 거 없다. 특히 11일 오찬이 박 대통령한테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4·13총선에서 새누리가 참패를 당하고 우병우 민정수석 때문에 속도 상한 판에 ‘충성 충(忠)’의 화신인 이정현이 당 대표에 선출되고 최고위원도 한 명을 빼고는 모두 친박이 차지했으니 이런 경사가 어디 있는가. 그래서 멋지게 한턱 쏘고 싶었을 것이다.

▲ ⓒ청와대 누리집 갈무리

문제는 국민감정이다. 송로를 먹던 다이아몬드를 먹던 조용히 먹으면 되지 이걸 왜 국민들까지 알게 해서 속을 뒤집어 놓느냐는 것이다. 송로를 먹었다고 이정현 대표가 브리핑했을 것 같지는 않고 보나마나 자랑하고 싶어서 좀이 쑤신 촉새 의원이 자랑했을 것이다. 대통령이야 워낙 대범하니까 까짓거 상관하지 않겠지만, 국민들의 속은 편하지가 않다.
 
찜통더위에 누진세 때문에 비지땀을 뻘뻘 흘리고 있을 국민들은 ‘잘들 논다’고 할 것이다. 먹는 거 가지고 시비하는 거 치사하다고 한다. 지들이 청와대 못 가고 송로를 먹지 못했으니 샘이 나서 그런다고 할지 모르나 과연 그런 이유에서일까. 이정현이야 나온 거 먹었을 뿐이라고 하겠지만, 이정현의 생각은 어떤지 한번 듣고 싶다.
 
■ 이정현의 선택
 
이정현이 당대표 출마를 했을 때 속으로 걱정을 했다. 그가 당 대표가 되면 문제가 심각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유는 집권여당의 당 대표쯤 되면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해야 하는데 이정현의 경우 대통령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그건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같은 생각이다. 그리고 그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이정현은 이제 당 대표의 영역을 벗어나 청와대의 대변인이나 홍보수석의 역할까지 도맡아 하는 느낌이다. 당에서도 언론통제가 시작됐다. 최고위원회에서 개인 소신은 자제해야 한다. 청와대와의 찰떡 소통이야 걱정 없겠지만, 그 소통은 둘 만의 소통이고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소통이 되리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별로 없다. 청와대와 당이 완전무결한 종속관계가 될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이정현을 쓰레기통에서 꺼내어 당 대표까지 만들어 준 것은 솔직히 박 대통령이다. 그의 충성심을 어느 누가 따라가랴. 그러나 여기서 분명히 짚어야 할 것은 맹목적인 충성은 맹종이라는 사실이다. 맹종이 불러온 비극을 우리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탱크로 몇만 명 깔아버리면 간단하다고 한 차지철이나 총은 쏘라고 준 것이라는 맹종파들. 그런 부류의 인간들은 아직도 세상에 상존하고 있으며 예측불허의 인물들이다. 언론사 보도국장에게 보도 중지를 요구하는 만용을 서슴지 않는 이정현의 뒤에 웃고 있는 차지철의 모습이 보인다.
 
이정현은 입만 열면 호남을 입에 담는다. 이것이 호남을 위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그렇지 않다. 호남은 이정현의 출세 길에 계단이 아니다. 예산폭탄을 쏟아 붙겠다는 이정현의 선거공약이 과연 미래의 호남을 위해서 어떤 기여할 것인가. 이정현은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입만 호남이라는 비아냥은 듣지 말아야 한다.
 
이정현은 힘든 길을 걸어 오늘에 이르렀다. 그야말로 입지전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 17계단의 길을 힘들게 기어서 올라 왔지만, 굴러떨어지기란 간단하다. 그 선택을 바로 자신이 해야한다.
 
‘강 건너 궁전 식탁’에서 송로버섯에 캐비어 요리를 먹으면서 전기료 6,000원 깎아 주는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했다는 정치. 고작 몇 천 원 가지고 징징대는 서민들이 얼마나 찌질하게 보였을까?” 과연 국민들이 찌질한가. 이토록 찌질하게 만든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이정현이 생각해야 할 문제다.
 
■ 대통령에게 할 말 하는 당 대표 이정현
 
대통령 박근혜의 불통은 이제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의 불통으로 해서 한국의 정치는 갈등의 소용돌이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제 이정현이 나서야 할 때가 됐다. 이정현의 충성을 대통령은 추호도 의심치 않는다. 이정현이 무슨 소리를 해도 대통령은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당 대표이자 대통령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이정현이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해도 달게 받아들일 것이고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아무리 아니라고 하고 싶어도 레임덕은 이미 와 있다. 싫어도 인정을 해야 한다. 지는 해를 아무리 붙잡아도 도리가 없다. 이정현은 평생에 충성을 다 한 대통령에게 우병우의 사퇴를 직언해야 한다. 그게 충성이다. 못 된 관료들 몰아내도록 대통령에게 압력을 넣어야 한다. 그게 진짜 충성이다.
 
송로버섯, 바닷가재, 훈제연어, 캐비어 샐러드, 샥스핀 찜, 한우갈비로 끝 낸 청와대 오찬이 이토록 국민의 마음을 뒤집어 놓을 줄을 알았을까 몰랐을까. 몰랐을 것이다. 왜냐면 이정현도 흙수저였으니까. 기억해야 한다.
 
이정현이 너무 과분한 ‘궁전 식사’를 했다고 국민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를 한다면 국민들은 뭐라고 할까. 대통령은 또 뭐라고 할까. 그런 거 신경 쓸 거 없다. 냉면 한 그릇이면 충분할 이정현의 뱃속도 지금 결코 편안하지 않을 것이다.
 
JTBC 손석희 앵커가 브리핑에서 송로를 언급했다. 송로는 바야흐로 언론의 주인공이 되는 모양이다. 손앵커에게 또 양해를 구한다.
 
손석희 앵커 브리핑.
 
"짜장면" 혹은 "자장면" 
발음과 표기가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되었을 만큼 대표적 서민 음식으로 자리 잡은 짜장면. 
지난 주말. 무려 19년 만에 다시 그 짜장면을 먹어봤다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전해졌습니다. 
그는 악취가 진동하는 축사 쪽방에서 19년 동안 강제노역을 하다 탈출한 지적장애인. 
시장통 허름한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맛본 그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 이라면서 어머니에게도 사드리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에겐 짜장면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고급음식' 이었을 테지요.
또 다른 고급음식 이야기도 전해졌습니다. 
바로 송로버섯. 텔레비전 예능프로그램 속 이른바 아주 잘 나가는 연예인의 냉장고에나 등장하던 고급재료입니다.
땅속의 다이아몬드… 프랑스 루이 14세가 즐겨먹은 음식… 그 버섯을 찾기 위해 특별히 훈련시킨 개나 돼지가 동원된다 하고, 쉐프들은 그 귀한 버섯을 기름에 담궈 향을 우려낸 뒤 고급음식에 한 두 방울씩 떨어뜨려 풍미를 더하기도 한다는군요. 
물론 평범한 서민들이야 구경도 못해본 그 맛과 풍미가 궁금해서 인터넷 검색창을 두드리며 그저 상상만 해볼 따름이지만 말입니다. 
송로버섯과 캐비어 샐러드, 샥스핀, 바닷가재, 한우갈비, 능성어 요리… 
여당의 신임대표를 환대한 청와대의 밥상이 논란이 된 건 그 고급진 메뉴들 때문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찔끔 누진제 인하로 여전히 에어컨을 상전처럼 모셔야 하는 사람들. 계속되는 실업난. 추경을 걱정해야 하는 궁핍한 나라 살림살이. 
밥 한 끼 가지고 뭘 그러느냐 싶기도 하지만 그런 여러 가지 사정들이 묘하게도 겹쳐 떠오르니까 사람들은 좀 허탈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밥 한 끼로 처벌이 운위되는 세상이 아니던가… 
'음식 재료로 조금 쓰인 것일 뿐'
그 날의 메뉴 논란에 대한 청와대의 해명이었습니다. 
이 쯤 되면 청와대 메뉴에 눈 흘겨야 하는 시민들 입장이나 그 메뉴 별거 아니었다고 해명해야 하는 청와대 입장이나 참 딱해 보이기도 하는…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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