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온마음센터 플래시몹팀 12일 광주 방문
광주 충장로, 5·18민주광장서 두 차례 공연
광주 중·고생 30명 자발적 동참 "잊지 않겠다"

“내 모습이 보이질 않아 앞길도 보이지 않아 나는 아주 작은 애벌레 살이 터져 허물 벗어 한 번 두 번 다시 나는 상처 많은 번데기~”

12일 오전 11시45분께 광주 동구 충장로 광주우체국 앞 네거리에 YB(윤도현밴드)의 ‘나는 나비’ 노래가 울려퍼졌다.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청소년 60여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노래에 맞춰 활기찬 율동을 펼쳤다.

▲ 안산온마음센터 플래시몹팀 청소년 대표 최혜빈 양이 12일 광주 충장로 광주우체국 앞에서 열린 '플래시몹' 도중에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는 내레이션을 하고 있다. ⓒ광주인

“추운 겨울이 다가와 힘겨울지도 몰라 봄바람이 불어오면 이젠 나의 꿈을 찾아 날아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거야 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

길을 가던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학생들의 공연을 지켜봤다. 노래가 끝나갈 무렵, 한 학생이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2014년 4월16일 온 국민이 슬퍼했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잠시 숨을 고른 학생은 다시 말을 이어갔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생명이 존중되는 사회,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모두가 다짐했지만 아직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잊지 않겠다던 약속을 잊은 것밖에 없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함께해주세요.”

이날 ‘깜짝 공연’은 경기도 안산에서 내려온 중·고등학생 34명과 광주에서 모인 중·고등학생 30여명이 펼친 ‘Remember 0416 Ready Action 플래시몹’이었다.

안산지역 10여개 중·고교 학생으로 구성한 안산온마음센터 플래시몹팀은 11일부터 이틀 간 ‘전주go-광주go 플래시몹 투어’를 진행했다.

이들은 전날 전주 한옥마을에서 플래시몹을 하고 이날 광주로 내려와 충장로와 5·18민주광장에서 두 번의 깜짝 플래시몹을 펼쳤다.

안산 모바일과학고 2학년 한봄희 양은 “세월호 참사 당시 삼촌의 친구분인 단원고 한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며 “참사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는데 점점 잊혀지는 것 같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참여했다”고 말했다.

안산 광덕고 2학년 김서영 양은 “세월호 참사를 안좋은 쪽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많은 국민들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12일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플래시몹을 하고 있다. ⓒ광주인

광주지역 중·고등학생들도 동참했다. SNS를 통해 소식을 들은 중·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신청하고 참여했다. 플래시몹 율동은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스스로 배워왔다.

광주 대성여중 3학년 김민선 양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플래시몹 소식을 듣고 친구들과 왔다”고 말했다.

동아여중 3학년 박두나 양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있는 걸 보면 욕이 나올 지경”이라며 “하루빨리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거들었다.

풍암중 3학년 이시은 양은 “광주지역 중학교에서 세월호를 잊지 않기 위한 여러 활동들을 하는데 풍암중은 상대적으로 활동이 부족해 미안한 마음이 컸다”며 “열심히 하기 위해 친구들과 참여했다”고 말했다. 
 
안산 플래시몸 팀은 지난해 4·16 세월호 참사 1주기 당시 ‘잊지 않겠다’며 캠페인의 일환으로 구성했다.

지금까지 제주, 안양, 서울, 전주 등 전국을 순회하며 플래시몹을 해왔는데 지역에서 중·고생들이 함께 참여한 건 광주가 처음이다.

플래시몹팀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안산 학생들과 지역 학생들이 전체 일정을 함께 짜고 함께 플래시몹에 참여한 건 광주가 처음”이라며 “아무래도 광주가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이 남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안산 학생들은 플래시몹에 앞서 이날 오전 광주 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에서 열리고 있는 ‘기억 더하다’ 전시를 둘러봤다. 플래시몹이 끝난 후 광주 학생들과 장기자랑, 소감을 나누는 시간을 갖고 안산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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