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 칼럼] 신뢰를 상실한 정권
[이기명 칼럼] 신뢰를 상실한 정권
  •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 승인 2016.08.08 1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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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것은 무엇인가

“정부가 무슨 말을 해도 난 안 믿는다.”
친구가 하는 말에 뭘 그렇게 속았느냐고 물으니 빤히 쳐다본다. 눈에는 ‘이런 병신’ 글자가 선명하다.
 
국방장관의 자신에 대한 사드 생체실험 약속. 믿는가. 안 믿는다. 그까짓 개·돼지 속여 먹기야 식은 죽 먹지지. 그럼 대통령이 약속하면 믿겠는가. 너무 나가지 말자.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연극 ‘햄릿’을 봤다고 한다. 제대로 봤다면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대사를 김동원 씨가 연기한 햄릿의 독백은 지금도 귀에 쟁쟁하고 이 대사는 세상 도처에 교훈으로 살아 있다.
 
■ 신뢰는 최강의 무기다 

▲ ⓒ청와대 누리집 갈무리

1954년 5월 7일. 프랑스군은 월남의 디엔비엔프(Dien Bien Phu) 전투에서 ‘보구엔지압(武元甲)’ 월맹군 사령관에게 항복했다. 미국도 월남에서 패했다. 최신 무기의 최강 군대가 단발사격 소총에 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월남전에 참전한 친구의 말이다. 미군이 지급한 최신 무기는 다음 날 월맹군과 베트공 손에 들려 있었다는 것이다. 이길 수 없는 전쟁이다. 전쟁의 승패는 믿음이다. 지휘관을 믿는 사병들. 서로가 신뢰하는 군대는 강군이 된다.
 
6·25전쟁 중에 기막힌 사건이다. 유아무개 군단장은 지휘권을 부군단장에게 넘기고 경비행기로 후방으로 날랐다. 밴프리트 장군이 한국군 군단장에게 물었다. 벤프리트 장군의 아들은 한국전에 조종사로 참전했다가 실종됐다.
 
(밴플리트) 장군, 당신의 군단은 지금 어디 있소?
(군단장) 잘 모르겠습니다.
(밴플리트) 당신의 예하 사단은 어디 있소? 모든 무기와 수송장비를 상실했단 말이오?
(군단장) 그런 것 같습니다.
 
한국전의 분수령이 된 청천강 전투와 현리전투에서 도망친 한국군 군단장은 ‘동일한 인물’이다. 땅을 칠 노릇이다. 이 잘난 군단장을 이승만은 참모총장, 국방장관까지 시켰다. 그의 이름은 밝히지 않는다. 군은 사기를 먹고 산다. 사기가 떨어지면 부정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 결정했으니 따르라
 
전쟁에서 지휘관을 잘못 만나면 병사가 죽는다. 왕을 잘못 만나면 나라가 망한다. 고구려 신라 백제도 한결같이 잘못 만난 왕 탓으로 나라가 망했다. 거기에 간신들이 반드시 한몫을 했다.
 
멀리 올라갈 것도 없다. 미친놈들이 국부(國父)라고 떠들던 이승만의 대한민국은 4일 만에 북한군에게 수도 서울이 함락됐다. 이승만은 간신들과 도망치고 국민들은 서울을 사수하니 걱정하지 말고 가만있으라는 방송만 들었다. 어쩌면 세월호 침몰과 그리도 같은가.
 
사드는 경북 성주로 결정됐고 반대하는 군수는 혈서를 썼다. 대통령은 결정됐으니 이런저런 말 말라는 말씀 남기고 몽골로 갔다. 헌데 왜 이리도 말들이 이리도 많은가. 그러나 다시 검토할 수도 있다고 한다. 어쩌나.
 
못 믿는 것이다. 대선에서 86%라는 지지를 보낸 성주 군민이 삭발에 상여를 메고 반대 시위에 나섰다. 이럴 수가 있는가. 있다. 못 믿기 때문이다. 놀랐을까. 화가 났을까. 그보다는 왜 이 지경이 됐는지 되돌아보는 마음이 중요하다. 믿으면 불 속이라도 뛰어들고 양잿물이라도 마신다. 그만큼 신뢰는 중요한 것이다.
 
사드 배치로 나라가 벌컥 뒤집어지는 모습을 보고 퇴역한 장군의 던지는 말이다. 방위산업에서 해 먹은 불법행위를 보고 애국심이 생길 국민이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귀순을 위해 초소에 노크하니 위에 초소로 가보라는 일선에 초병. 누구한테 무슨 교육을 받았는가. 국방을 책임지고 있는 국방장관, 청와대 안보보좌관, 방위산업, 이들은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힘을 얻는다. 지금 홍수처럼 밀려 나오는 온갖 의혹들이 단순한 레임덕 현상인가. 아니면 현실적 문제인가. 국민은 답답하다.
 
군대로 치면 군단장쯤 되는 검찰의 검사장이 수백억 부정 혐의로 구속됐다. 법무장관이 사과했다. 참담하다고 했다. 누가? 장관이? 차담한 건 국민이다. 없는 돈에 혈세 바친 국민이다.
 
경북 성주는 염려하는 것이 이상할 만큼 안전한 곳이라는 박근혜의 한마디만 믿고 따라가야 하는가. 앵커 출신에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어떤 의원은 성주에 사드가 배치되면 그 앞에서 성주명물 참외를 깎아 먹고 남겨서 참외 좋아하시는 어머님께 갖다 그리겠다고 했다. 심청이가 울고 갈 출천지 효자(出天之孝子)다. 그러나 성주 주민들은 믿는가. 못 믿는다. 왜 불신 때문이다.
 
우병우 민정수석의 출세는 모두가 ‘우연’이라는 행운이 도와줬다. 검찰이라는 위세에 눌려 행운이 그들을 도와준 것일까. 홍만표·진경준 그리고 이제 우병우가 떴다.
 
새누리당 공천에 관여했다고 녹취록에 등장하는 박근혜.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믿어야 하는데 믿지 못하는 국민의 불행은 어떻게 치유해야 하는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국민의 눈이 두렵지 않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에 떨고 있는 자들은 누구인가. 왜 국민들은 열화같이 찬성을 하는가. 자신들이 잘 알 것이다. 결사적으로 반대하는가. 그럼 그렇게 망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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