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 칼럼] 국민이 불쌍하지 않은가
[이기명 칼럼] 국민이 불쌍하지 않은가
  •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 승인 2016.08.03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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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버리면 국민도 버린다


1950년대 말, 논산훈련소에 입대하니 논산은 ‘돈산’이었다. 돈과 빽 만 있으면 못할 것이 없었다. 심지어 외박까지 할 수 있었고 성매매를 했다고 자랑하는 놈도 있었다. 연대마다 있는 특무대(지금의 보안사) 파견대에는 훈련병 몇 명이 빈둥거리고 있었고 그들은 얼마 안 있다가 군 병원을 거쳐 의병제대를 했다. 빽과 돈의 천국, 그것이 자유당 정권의 민낯이었다.
 
당시 훈련소에서는 양훈 양석천이 출연하는 ‘뚱뚱이와 홀쭉이 논산훈련소에 가다’라는 영화가 촬영되고 있었다. 몇 명의 훈련병이 차출됐는데 역시 대단한 빽 들이었다. 내무반에 참모총장 동생 벌 된다는 녀석이 있었고 몇몇 별들의 친인척이 있었는데 이들은 영화촬영 구경이나 하면서 힘든 훈련 면했다. 요즘으로 말하면 ‘꽃보직’이라고나 할까.
 
빽 좋은 친구들은 ‘닐리리야’ 했겠지만, 그것을 보는 다른 훈련병들은 속에서 불이 났다. 이들이 훈련소에서 받은 훈련은 권력과 국가에 대한 증오였다. 당시 논산훈련소 소장은 국회의원 출마 야심이 있었다는데 훈련병 중에서 자기 고향 출신은 좋은 곳으로 배출됐다. 당시 국방부나 육본 중요부서에 근무하는 사병들에게 장교들은 여간 조심하지 않았다. 뒤가 무섭기 때문이었다. 얘기가 길었다.
 
■국민의 소리 좀 듣자
 
어느 사회, 어느 조직에나 부조리는 있기 마련이고 비리와 불법도 있다. 지금 이 나라를 온통 오물통으로 만들어 놓고 있는 각종 비리와 불법은 국민들이 정상적으로 생각하는 상식의 수준을 한 참 넘었다. 일일이 지적하기조차도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 경북 성주 농민들이 지난달 30일 사드 배치에 반드하는 참외밭 갈아엎기 행사를 벌이고 있다. ⓒ팩트TV 갈무리

홍만표·진경준·우병우 등은 너무나 높은 곳에 있기 때문에 나향욱이 말하는 99%의 ‘개·돼지’들은 욕할 엄두도 나지 않겠지만, 우병우의 아들딸이 수억씩 하는 고급 외제 승용차인 ‘마세라티’나 ‘콰트로포르테’를 학원 퇴근길에 이용했다는 사실에는 피가 거꾸로 솟는다. 재벌 회장의 부적절한 성매매와 500만 원을 건네주는 손길을 보면서 쪽방 노인이나 노숙자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고위 공직자의 비리가 비단 오늘의 문제인 것만은 아니지만, 이번 홍만표·진경준·우병우의 경우에는 그들이 바로 부정과 비리를 척결하는 검찰의 고위층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그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사욕을 채우는 데 이용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양심이 있는 공직자라면 벌써 사직을 했을 것이다. 자신으로 인해 임명권자가 얼마나 속을 끓이고 비판을 받는지 모르는가. 무엇을 더 기다리고 있단 말인가.
 
성주 농민들이 참외밭을 갈아엎었다.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성주 농민들에게 있어서 참외농사는 목숨 줄이나 다름이 없다. 바로 목숨 줄을 자기 손으로 끊어버린 것이다. 참외를 뒤엎는 성주 농민들 눈에서 흐르는 피눈물을 보지 못하는가.
 
사드가 배치되면 어느 누가 성주에서 생산된 참외를 사 먹겠느냐는 것이다. 국회의원 민경욱은 사드 레이더 전자파 앞에서 참외를 깎아 먹고 모친에게도 갖다 드리겠다는 효심을 약속했지만, 성주 군민들 앞에서는 매 맞을 소리다. 과연 사드의 성주배치는 적절한가. 아니 한국 배치는 적절한가. 사드는 북한의 1,000여 문이나 되는 장사정포를 막아낼 수 있는가. 북한의 핵은 한국을 겨냥한 것인가.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사드는 한국에 배치되고 한국은 우리 땅이다. 이 땅의 주인은 국민이다. 국민과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김영란법이 무서운가
 
김영란법은 합헌이라는 헌재 판결이 났고 헌재가 오래간만에 옳은 일 한 번 했다는 여론이다. 그러나 말들이 많다. 특히 3.5.10 에 대해서 찬반이 분분하다. 더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3만 원 이상, 5만 원 이상, 10만 원 이상이면 걸리는 것이 많다. 특히 말 많은 사람은 국회의원과 언론인들이다. 언론의 경우, 기자들은 언론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언론자유는 밥 먹는 것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기자정신으로 보장된다. 할 말 못하고 쓸 것 못 쓰는 기자들이 언론자유를 말 할 자격이 있는가.
 
기자들은 3만원 자리 밥을 먹으면서 어떻게 취재를 하느냐는 것이다. 취재원과 단둘이 취재를 하려면 남의 시선을 느끼지 않는 조용한 곳이라야 하는데 3만원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지금까지의 버릇으로 불편할 것이다. 그러나 감수해야 하고 이겨내야 한다. 기자가 편한 직업인가. 잘못 생각했다. 더 이상 욕먹을 소리 하지 말아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예외조항을 두었다. 청탁문제다. 국민의 민원을 해결하려면 김영란 법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역시 국회의원의 이기주의요 편의주의다. 김영란 법은 비리를 근절할 수 있는 있는 획기적인 법이다. 공직사회에 오죽이나 비리가 만연해 있으면 이런 법이 생기겠는가. 99%의 개·돼지들에게는 아무 상관없는 법률이지만 두 눈은 뜨고 있으니 확실히 지켜봐야 한다.
 
■국민의 경고. 국민이 떠나면 나라가 망한다
 
고위 공직자의 비리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고위공직자라 할지라도 그들도 사람이니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문제는 그들이 저지르는 잘못이 사회 전체와 국가 전체에 끼치는 영향 때문이다. 그들의 비리는 바로 국민의 불신을 자초한다. 국민의 불신을 받는 공직자가 어떻게 국민을 위해 나라의 일을 해 나갈 수 있단 말인가.
 
이번 검찰 검사장들의 비리가 국민에게 절망을 준 것은 바로 이들이 이 사회의 비리를 척결하는 엄중한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저지른 비리를 보며 국민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더구나 비리를 저지르고 빠져나가려는 간교한 온갖 술수는 최고수준이다. 이는 생선 가게를 고양이에게 맡긴 것과 같다. 국가의 도덕적 기강을 망치도록 방치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새벽에 눈을 뜨면 우병우를 비롯한 그의 가족들의 비리에 차라리 눈을 감고 싶을 지경이다. 우병우의 비리가 새로 발견되지 않으면 그날 기사를 쓸 수 없을 정도로 화수분 같은 온갖 비리 의혹. 국민들은 이제 우병우란 이름만 들어도 귀를 막을 지경이 됐다. 그를 모르는 국민이 어디 있을까.
 
그럼 대통령은 알고 있는가. 헷갈린다. 왜냐면 알고서는 절대로 이대로 놔두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죄추정의 원칙 때문인가.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우병우는 그 직책에서 물러나 심판을 기다려야 하고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뿐이다. 대통령의 결단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 모든 국민의 눈은 휴가를 끝낸 대통령을 향해 있다. 이유는 다 알 것이다. 국민을 버리면 국민도 버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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