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와 함께 국격도 침몰

광화문 광장에 비가 내린다. 피눈물이 내린다.
세월호의 참극을 복기하다 보면 숨이 턱 턱 막힌다.
 
“얘야. 이제 손을 풀어라. 아저씨하고 엄마한테 가야지”
 
서로 껴안고 숨진 채 손을 풀지 않았던 아이들이 잠수사가 엄마한테 가자고 달래자 손이 풀리더란다. 호흡이 멎는 것 같았다. 죽으면서 수도 없이 불렀을 엄마. 엄마는 살아서 자식을 목매어 부른다. 아직도 세월호 속에는 엄마를 부르는 아이들이 있다.
 
■ 나라를 떠나고 싶은 국민
 
“왜 한국을 떠났느냐.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지. 세 마디로 줄이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무턱대고 욕하진 말아줘. 내가 태어난 나라라도 싫어할 수는 있는 거잖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게 싫다. 

▲ ⓒ팩트TV 갈무리

<한국이 싫어서>라는 소설의 나오는 구절이다. 누가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그래도 한국에 살겠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젊었다면 소설의 주인공처럼 한국을 떠난다고 했을 것이다. 이유는 하나다.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욕하지 말라. 죄짓지 않고 살아온 인생들이다.
 

2014년 4월 16일, 전라남도 진도군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와 함께 대한민국의 국격도 애국심도 침몰했다. 새삼스럽게 세월호 침몰의 비극을 되살리는 것은 상처 난 가슴을 비수로 찌르는 고통이다. 그러나 기억해야 한다. 하늘을 떠도는 영혼과 그들을 보낸 가족들의 통곡이 지금도 이 땅을 울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매우 그렇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70%가 넘었다는 조사가 있다. 이들은 바로 이 땅에서 살고 있는 2030세대, 대학생과 직장인들이다.
 
이 나라를 떠나고 싶은 깊은 뿌리는 국가에 대한 신뢰의 붕괴다. 국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백약이 무효다. 아무리 창조경제를 말하고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를 표절해도 소용이 없다. 국가에 대한 신뢰가 없는데 무슨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으며 창조가 있겠는가.
 
■ 거짓말 하지 말라
 
2014년 4월 16일. 그날은 하늘도 땅도 숨을 쉬는 인간은 모두 할 말을 잃은 날이었다. 나라가 멀쩡한 아이들의 목숨을 바다에 묻은 날이다. 한국의 역사가 지속되는 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날이다. 국민은 아이들 영정 앞에서 대통령의 펑펑 쏟는 눈물도 보았다. 그 눈물을 살아 있는가.
 
2년 3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세월호는 아직도 인양하지 못한 아이들과 함께 차디찬 바닷속에 잠겨 있다. 왜 배를 인양하지 못하는가. 못하는가. 안 하는가. 국민들에게 물어보라. 대답은 같다. 꼭 대답을 들어야 하는가. 방송인 김제동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적었다.
 
“안산으로 가서. 얘들아. 이랬단다 라고. 할 수 있을 때까지. 깊이. 굳세게. 두 손 모읍니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해 손을 모으자는 것이다. 답글이 뜨겁다.
 
“그날이 꼭 온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더디고 답답하고 화도 나고 절망도 하고, 그러나 다시 시작입니다. 기억하고 있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반드시 그리 될 거예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더 더 가슴이 아프고 애들한테 너무 미안해 고개조차 들 수가 없습니다. 뉴스를 통해 가라앉는 배를 보며 한 생명이라도 더 구하지 못한 국가에 대한 원망만 커집니다. 제 생각이 잘못된 건가요?”
 
“아이들이 국가인데, 국가가 침몰했습니다” “뭔가를 해야겠어요. 기다리고 있었더니 이건 아닌 듯 하네요” “진실이 무섭다고 피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함께합니다”
 
나라는 무엇을 했는가. 무엇을 숨기는가
 
2014년 4월 16일. 그 날은 대못으로 못 박혀 있다. 대한민국의 역사가 지속되는 한 그 날은 사라지지 않는 수치로 남는다. 자랑(?)스럽다는 반만년 역사에서 가장 부끄러운 날이다.
 
도대체 이 나라는 왜 이 지경이 되었는가. 어쩌다가 수치를 잃어버린 인간들이 군림하고 있는가. 이렇게까지 타락할 줄은 몰랐다. 그러나 착각 말라. 무엇을 숨기려는지 이미 국민들은 다 알고 있고 그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도 이미 다 알고 있다.
 
하늘을 속이지 못한다는 것은 바로 국민을 속이지 못한다는 것과 같다. 국회에 나온 관리라는 인간들이 아무리 모르쇠로 일관한다 해도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저토록 치사한 인간들은 일찍이 본 적이 없다.
 
물대포에 쓰러진 백남기 씨에게 사과했느냐는 말에 총리는 안타깝다고 했다. 진정 안타까운 양심의 부재다.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하고 벼슬이 높으면 뭘 하는가. 그를 뒤 따르는 국민의 조롱을 견디는 인내력이 놀랍다.
 
■ 세월호를 덮을 생각 말라
 
5년의 세월이 흐른 후 가습기살균제 살인은 백주에 얼굴을 드러냈다. 롯데 비리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한다. 4대강 비리도 벗겨질 것이다. 서별관에서 국민의 세금을 물 퍼 버리듯 한 진상도 밝혀 질 것이다. 지금 KBS의 입을 막으려던 이정현의 반민주적 보도통제 행위가 낱낱이 그러나지 않는가. 죄는 언제고 밝혀지게 마련이다. 죄 진 인간들은 상응한 벌을 받아야 한다.
 
세월호 국정조사를 해라. 벌 받을 인간은 받아라. 그래야만 나라가 제대로 굴러간다. 이 지경으로는 나라를 지탱할 수 없다. 이 나라는 대통령의 나라도 총리의 나라도 국회의원의 나라도 검사들의 나라도 아니다. 이 나라는 국민의 것이다.
  
왜 철근 적재는 숨겼는가. 이 광화문 광장은 지금도 눈물로 가득 차 있다. 개 돼지 같은 민중이라서 숨겨도 괜찮단 말인가.
 
이정현 김시곤. 폭로. 미디어몽구가 카메라 한 대를 들고 비리와 불법의 현장을 누빈다. 카메라에 잡힌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유족들은 진상조사 청문회를 요구한다. 죽자하고 막는 정권이다. 그렇게 숨길 것이 많은가. 숨길 수 있다고 믿는가. 언론통제의 진상도 김시곤이라는 KBS 보도 국장의 입을 통해 낱낱이 밝혀진다. 그는 친정부 보수로 정평이 난 언론인이었다.
 
세월호의 과적과 철근, 제주 해군기지와 관련된 의혹은 덮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노란 리본을 제거하는 전경들, 세월호 가족들에게 줄 밥 실은 차를 막는 전경들. 이게 사랑의 할 짓인가. 아니 개 돼지라 괜찮다고 여기는가.
 
아무리 안보를 핑계 대고 수사 중임을 핑계 대고 별의별 묘수를 짜내도 국민을 모두 속일 수는 없다. 세월호의 숨겨진 추악한 모습이 완전히 드러날 때 침몰한 국 격도 살아난다.
 
광화문 광장에 쏟아지는 한 맺힌 부모들의 피눈물이 멎기 전에는 바다에 가라앉은 국 격을 살아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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