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북>과 <타잔> 새로운 타잔, 새로운 제인!

60년대 시절에 만난 만화영화 <홍길동>에 홀딱 반해 버린 난, 만화영화 마니아였다. 만화영화가 주는 환상의 나래는 글자 그대로 ‘꿈의 궁전’을 마음껏 맴돌며 춤추게 했다. TV까지 쫓아다녔다.

그러다가 중등시절에 말로만 듣던 디즈니 만화영화를 <피터팬>으로 처음 만났다. 황홀했다. 이소룡을 만나고 그동안 만났던 모든 무술영화들이 산산이 부서져버렸듯이, <피터팬>을 만나고선 그 동안 만났던 모든 만화영화들이 와르르 무너져버렸다.

캐릭터들부터 남달랐고, 그 화사한 색감은 차원이 달랐다. 그 수많은 애니메이션 동작 하나 하나가 환상적인 배경에 생동감이 넘쳤다. 황홀했다.

▲ 영화 <타잔> 포스터.

그 황홀한 감동은 80년대 시절에 <환타지아>로 꿈결처럼 이어졌고, 90년대에 <인어공주> <알라딘> <미녀와 야수> <라이온 킹> <포카혼타스>, 그리고 <타잔>으로 다시 만났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지브리 작품과 함께 <타잔>은 내 영화마당에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TV드라마로 초등의 한 시절을 지배했던 <타잔>, 두 손을 모아서 “아---아~~~앗!”을 내질러서 동네친구들을 방구석에서 골목길의 놀이마당으로 이끌어내는 암호로 외쳐댔다.(나중에 ‘뻐꾹 뻐꾹’으로 바꾸기도 했지만.)

<타잔>은 이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놀이로 진화했다. 혓바닥을 앞니 쪽 인중에 몰아넣고, 엄지와 검지로 두 광대뼈 쪽에서 두 볼 쪽으로 두 눈꼬리까지 함께 지그시 잡아당기면, 영락없이 침팬지였다.

게다가 팔을 주욱 늘어뜨리고선 꺼벙하게 엉거주춤하며 엉덩이를 쑤욱 내밀라치면, 온 동네아이들이 깔깔거리며 너도나도 “원숭이 똥구멍은 빠알게!”를 외치며 한 참 동안 ‘엉덩이 싸움’을 해댔다.

엉덩이를 마구 부딪치며 힘자랑을 하는 장난질이지만, 때론 밀리는 놈이 씩씩거리며 ‘어깨 싸움’을 걸어오기도 했다.
 
<정글북>은 영화관이 아니라 비디오 테이프로 만난 디즈니 만화영화다. 이번에 만난 실사영화 <정글북>과 <타잔>은 디즈니 만화영화보다 더 좋았다.

<정글북>은 꼬마 모글리만 실제 배우이고 나머지는 모든 게 컴퓨터 그래픽이란다. 실사영화와 그래픽 영화를 구별하기 어렵도록 세밀했다.

<정글북>과 <타잔>은 주제와 상황설정이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정글북>은 인도 정글에서 외따로 살아가는 소년 모글리가 주인공이고, 1894년 영국 작가 러디어드 키플링이 쓴 소설이다.

<타잔>은 아프리카 정글에서 외따로 살아가는 장년 타잔이 주인공이고, 1912년 미국 작가 에드가 라이스 버로스가 쓴 소설이다.

추정컨대, <타잔>이 <정글북>의 기본 뼈대를 모방했을 법한데, 남자 주인공 타잔에게 다부지고 탄탄한 근육과 날렵하고 강렬한 액션을 덧붙이고, 문명국 과학자의 딸 제인이 칙칙한 정글에 화사하게 피어난 꽃처럼 예쁘면서도 헝겊 몇 조각으로 겨우 가린 채 자랑스레 드러낸 육감적인 몸매로 엮어가는 러브스토리가 덧붙여졌으니, 대중재미는 자전거에 자동차만큼이나 <타잔>이 멀리 앞서 있다.

그래선지 만화나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 개수도 <타잔>이 <정글북>보다 10배쯤 앞서 있다. 이번에도 <정글북>이 <타잔>에게 조금씩 밀린다.
 
<정글북> 대 <타잔> : * 대중재미 B0 대 A0 / 영화기술 B+ 대 A0 / 감독의 관점과 내공 : 온건 민주파 B+ 대 강경 민주파 A0.

디즈니 만화영화 <정글북>과 <타잔>은 ‘붉은 꽃(불)과 사냥총’으로 상징하는 인간 우월주의 더 나아가서 백인 우월주의이며, 암암리에 제국주의 약탈이나 생태파괴를 옹호하거나 변호하는 보수파 작품이다.

▲ 영화 <정글북> 포스터.

그러나 이번 이 두 영화는 인간들의 탐욕을 반성하고 생태주의를 추구하는 진보적인 작품이다.

그런데 그걸 이끌어가는 내용이 <정글북>은 비교적 단조로워서 긴장감이 약하다. <타잔>은 좀 더 복합적이고 인간의 탐욕과 약탈을 더욱 생생하게 이끌어간다.

게다가 주인공과 조연들이 그 탐욕에 얽히고설키는 갈등이 탄탄하다. 그래서 감독의 관점과 내공을, <정글북>은 ‘온건 민주파 B+’이라고 평가했고, <타잔>은 ‘강경 민주파 A0’라고 평가했다.

<타잔>에서, 고릴라를 비롯한 들소 사자 코끼리 하마…. 그래픽에 어색함이 보이지 않는다. <정글북>처럼 사람의 말로 서로 대화하지 않으니까, 칙칙한 정글의 더욱 원시적인 풍치가 실감난다.

그 무엇보다도 <타잔>의 여자 주인공 ‘마고 로비’가 선명하게 돋보인다. 그 동안 타잔의 연인인 제인은 칙칙한 정글을 밝혀주는 화사한 미인이지만, 끊임없이 위험에 빠져 타잔을 외쳐 부르며 구출해야 하는 ‘연약하다 못해 사고뭉치’로 ‘보호대상’이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선 사뭇 다르다. 타잔을 돋보이도록 보조하는 조연이 아니라, 스스로 자기 주도로 활동하면서 달리고 싸우며 타잔을 돕기도 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만든다.

역시나 미인이지만, 자그맣게 곱단한 미인이 아니라 듬직하고 다부진 몸매에 당찬 액션도 마다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만의 카리스마로 교활한 악당에게 맞선다.

궁금해서 인터넷 마당을 뒤져보았다. 윌 스미스와 함께 주인공을 맡은 <포커스>(2015)가 우선 두드러진다. 오는 8월에 상영할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기다리겠다.

<예고편>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120791&mid=29306#t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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