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 칼럼] 안철수의 사퇴. 진정인가.
[이기명 칼럼] 안철수의 사퇴. 진정인가.
  •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 승인 2016.07.03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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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

쩍 하면 배를 가른다. 일본 사무라이(武士)영화에 자주 나오는 장면이다. 전쟁에서 패한 지휘관도 자살을 한다. ‘콰이강의 다리’에서도 포로수용소장이 자살을 한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진정성이 있다. 문득 안철수 국민의 당 대표가 떠오른다. 안철수는 리베이트로 4번 사과를 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 직전 일본군의 오까나와 사령관 ‘우시지마’가 자결하면서 끝까지 항전하고 포로로 잡히느니 차라리 자살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하긴 세계적 작가라는 ‘미시마유끼오’(三島由紀夫)는 전쟁을 금지하는 평화 헌법을 뒤엎으라며 할복자살했다.
 
■ 안철수의 자진사퇴, 무엇이 문제

▲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 ⓒ국민의당 SNS 갈무리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했다. 안철수의 경우다. 선관위가 고발을 했을 때 머리가 빨리 돌아가야 했다. 고발 내용은 거의 사실로 들어났다. 국가가 보전해 준 선거비용. 다시 말해서 국민의 혈세를 떼먹은 것이다. 클린정치의 상표인 안철수의 당이 한 일이다.
 
박선숙 김수민 왕주현은 서로 입도 제대로 맟추지 못했다. 김수민은 왕주현이 시키는 대로 했다 하고 왕주현은 모든 돈 문제는 박선숙 사무총장에게 보고했다 하는데 박선숙은 모른다고 한다. 이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국민의 당은 어느 나라 정당인가.
  
억대의 리베이트가 왔다 갔다 하는데 사무총장이 이를 모르고 또한 최측근이라는 박선숙이 당대표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면 이걸 믿으라는 것인가. 국민의 당이 우리 선관위와 검찰을 너무 얕잡아 본 것이 아닌가. 더구나 조사단장이라는 법학자 이상돈은 검찰이 기소하면 망신을 당할거라고 큰 소리 쳤는데 요즘 얼굴이 많이 상했다. 상식은 중요한 것이다.
 
안철수 대표에게는 안 됐지만 일이 자꾸 꼬여간다. 일이 터졌을 때 잘라야 하는데 늦었다. 왕주현이 구속되고 여론은 나빠지고 더구나 태산처럼 믿고 있는 호남의 지지율이 심상찮다. 호남출신 의원들이 동요한다. ‘이런 짓 하라구 너희들 찍어 준 줄 아느냐?’ 더 무슨 일이 터질지 알 수가 없다. 김수민 왕주현의 행동이 불안하다. 김수민도 터지기 직전이다. ‘난 절대로 혼자 안 죽는다. 난 왕주현이 시키는대로 했다’ 왕주현도 같다. ‘난 모두 박선숙에게 보고했다.’
 
■ 묘수로 사퇴를 했지만
 
대표직을 사퇴한다는 것은 엄청난 결단이고 안철수의 청렴의지를 과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위기는 기회라고 하지 않던가. 대표직을 던졌다. 최고위원회에서 ‘사퇴는 아니 되옵니다.’ 바지가랭이 붙잡고 말렸단다. 짜고 치는 고.스톱인가. ‘막스 베버’까지 등장했다. 지도자의 책임과 윤리다.
 
"제가 정치를 시작한 이래 매번 책임져야할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온 것도 그 때문입니다." 얼마나 당당한 사퇴 이유인가.
 
언론은 안철수의 책임을 지는 결단에 초점을 맟춘다. 안철수가 그것까지 계산했다면 대단한 머리다. 잘 맞아 떨어진다. 책임질 줄 모르는 한국 정치에서 안철수는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가. 그러나 국민은 안철수 보다 똑똑하다.
 
■ 안철수의 깨끗한 정치
 
안철수의 상표는 깨끗한 정치다. 국민들이 지난 총선에서 안철수를 지지한 이유는 그가 주장하는 깨끗한 정치였다고 생각한다. 특히 호남에서 안철수에 대한 지지가 높았던 것도 그런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리베이트 사건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 당에는 ‘돈 든 상자를 과일상자로 알고 아랫사람에게 주었다’는 도지사 부인의 전설같은 얘기가 있다.
 
리베이트 사건으로 고발된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그건 관행이었는데’라면서 억울해 할지도 모르나 적어도 안철수의 당에서는 이런 인식이 통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나 역시 정치는 현실이었던가. 안철수의 당대표 자진사퇴를 위선의 극치라고 하는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박지원이 비대위원장이 됐다. 정치 9단이라는 박지원은 비대위원장만 3번을 했다. 국민의 신뢰와는 상관없이 그의 요리솜씨가 국민의 당을 어떻게 살려내고 안철수에게 구세주가 될지 국민은 지켜본다.
 
JTBC 뉴스룸에서 손석희 앵커가 쏟아놓는 앵커브리핑은 늘 가슴을 아프게 한다. 6월 29에 앵커브리핑은 정치인 모두가 교훈으로 간직하자. 손석희 앵커에게 이해를 구한다.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아이들이 흙장난을 하면서 부르곤 하는 노래, 가만히 가사를 들어보면 두꺼비의 입장이 참 난처할 것 같습니다. 모래 더미 몇 번 두드리면서 헌집 줄 테니 새집을 달라 하니 말입니다.

헌 정치를 새 정치로 바꾸겠다면서 국민의당을 창당했던 안철수 대표. 총선 과정에서 비례대표 의원이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의혹이 불거지면서 당 수장직에서 또다시 물러났습니다. 

낯설지 않은 '철수정치'. 물론 정치인의 행위는 필연적으로 정치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그의 또 한 번의 철수 역시 전략적 후퇴라는 분석이 당연히 뒤따릅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가 새 정치를 하겠다면서 당을 깨고 나와 흔들었던 새 정치의 깃발은 당초부터 제기되었던 그 어떠한 비관적 예측보다 극적인 모습으로 내려놓은 셈이 됐습니다. 

어찌 보면… 안철수 대표도 억울할 듯합니다. 정치를 새롭게 바꿔보겠다며 정치에 뛰어들었지만,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처럼 "그게 새정치냐" 하는 비아냥에 늘 시달려야 했으니까요. 

한때 신드롬을 일으키며 교과서에까지 등장했던 과거의 영광은 뒤로한 채, 말 그대로 '정치판' 이라는 험난한 광야에서 눈빛마저 바꿔가며 싸워야 했겠지요. 

생각해보면 그렇습니다. 정치의 변화는 그렇게 쉽게 헤아릴 수는 없는 것인지… 손바닥으로 모래를 몇 번 두들기는 수고로 헌집 대신 새집이 생길 것이라고 바라는 것처럼… 그렇게 해서 얻은 새집이라 봤자 슬쩍 왔다가는 파도에도 금방 휩쓸려 버리고 마는데 말입니다.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 이 와중에도 옆집 까마귀들의 행태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데… 그가 원래 백로였다는 사람들의 믿음마저 모래로 지은 집 신세는 아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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