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국 교육칼럼] 사립학교 교원채용과 '행동편항'
[김용국 교육칼럼] 사립학교 교원채용과 '행동편항'
  • 김용국 <정광고> 교사
  • 승인 2016.07.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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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교사.학부모, 면피용 행동편향에 나설 때"
"시의회는 관련 조례 제정하여 압박과 제재해야"


폭염 속 장맛비의 서늘한 기운이 반가운 7월 초입이다. 1학기 기말고사 출제로, 교내 공모전 심사로, 사이버 연수로, 교재 연구로, 학생 상담으로, 생활기록부 작성, 공문처리로 눈코 뜰 새 없다. 십오 년여 내 교직 생활의 팔 할을 나는 이렇게 살아왔다.

하지만 인생의 구 할을 책만 잡고 사는 더한 존재들이 있다. 바로 내가 가르치는 녀석들이다. 고교 학창 시절을 밤낮으로 수불석권하며 주독야독(晝讀夜讀)하는 제자들이다. 이들은 우리 사회가 대학의 명패가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학벌만능주의에 침잠해 있음을 이미 간파했다.

▲ 장휘국 광주광역시 교육감이 '비리사학 엄벌'과 관련 지난 6월 21일 오전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시교육청의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 제공

그렇기에 특출한 재능이 없는 아이들이 모인 일반고 인문계 고교의 아이들은 주독야독할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쩌면 자명하다. 이런 아이들 앞에서 인성을 신장한답시고 공자와 칸트, 소크라테스를 들먹이며 끼어들 여지는 없다.

우리 반 녀석들이 얼마나 바쁜가. 각 교과목의 숙제와 시험 준비, 수행평가는 기본이다. 생활기록부에 한줄이라도 올리려면 주말을 이용해 봉사활동도 다녀와야 하고, 진로탐색활동도 해야 한다. 게다가 백일장이나 경시대회는 물론 캠페인 활동에도 참여해야 하고, 틈틈이 자신의 진로에 맞춰 독서활동도 해야 한다. 나아가 뒤처지는 과목을 따라잡기 위해선 학원이나 과외 수강도 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니 어찌 밤 12시 안에 고단한 육신을 뉠 수 있겠는가.

학교 밖에서는 공교육의 위기를 들먹이지만 이처럼 학교는 이를 성찰할 시간도 없이 물 위의 백조처럼 보이지 않는 수면 아래에서 부지런지 발을 놀리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그나마 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그저 대견할 뿐이다.

그런데 학교 현장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부지런히 발을 놀리는 이들이 또 있었다. 이들은 국가정보원과는 달리 음지에서 일하며 음지를 지향해 왔다. 이들이란 바로 광주 지역의 몇몇 사학재단을 일컫는다. 올 들어서만 교사 채용 비리에 연루되어 수사선 상에 오른 광주 지역 사학재단이 무려 4곳이나 된다.

이와 관련하여 음지에서 수년 동안 몰래 6억여 원의 뒷돈을 챙긴 혐의로 지난 17일 A 사학재단 이사장과 법인실장 등이 의 몸이 되기도 했다. 이뿐인가. B 사학재단도 수년 동안 6억여 원을 음지에서 몰래 챙긴 혐의로 수사선 상에 올라 관련자들이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C 사학재단도 교사 신규 채용을 둘러싸고 신임 이사장파와 비이사장파가 법정 고소까지 하는 추태를 벌였지만 결국 유야무야 되고 말았다. 비리에 일조한 교사들은 뻔뻔스레 ‘하필 왜 나냐?’라고 항변하는 한편 승승장구하고 있으니 지켜보자면 토악질이 나올 지경이다.

이를 지켜보며 어쩌면 이들 비리 사학재단의 꿈의 팔 할은 민주시민 양성과 학생의 잠재력 계발이라는 일반적 교육목적과는 거리가 먼, 음지에서의 뒷돈 챙기기가 아니었을까 거칠게 생각해본다.

이쯤에서 ‘행동편향’이란 심리학적 용어를 떠올려 본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이 낫다는 면피용 인지적 오류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 인지적 오류가 필요한 때이다. 사립교원 채용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선 정부와 국회는 물론 교육관계자들의 행동편향이 적극 요구되는 시점이다.

우선 크게는 지역 국회의원들과 연대하여 학교를 이사장의 사유물쯤으로 여기게 하는 사립학교법을 개선하는데 매진해야 한다. 부패비리 사학재단들이 현행 사립학교법이란 보호막 뒤에 숨어 보신하는 것을 원천봉쇄하지 않으면 유명무실하기 때문이다.

또한 작게는 사립교원 채용을 팔 할을 넘어 십 할을 교육청 위탁공채로 해야 한다. 사학재단들이 자율적으로 이를 따라준다면야 금상첨화이겠으나 작금의 상황으로 보건대 이럴 가능성은 요원해 보인다. 하여 교육청과 시의회는 사학재단 지원비와 조례 제정이란 당근과 채찍을 통해 사학재단에 보다 강력한 압박과 제재를 가해야만 한다. 이러한 강력한 행동편향을 보일 때에 광주 교단에 여명은 새벽처럼 다가올 수 있다.

문제는 의지다. 요즘은 바쁘고 각박한 세상이라 누워서 떡 먹기마저 쉽지 않은 세상, 쉬운 건 그리 없다. 더군다나 청와대발 거대권력의 두터운 비호 우산까지 쓰고 있는 사학재단에 대해 사립교원 위탁공채를 요구하기란 녹록지 않다.

그렇다고 광주의 교육현장이 점입가경으로 더럽혀지는 걸 좌시할 수만은 없다. 사학재단의 교원 채용 비리로 얼룩진 광주 교단에 대한 책임회피를 위해서라도 교단 정화를 위한 강한 행동편향을 보여야만 한다.

첫걸음부터 오니를 뒤집어 쓴 자들이 교사란 인두겁을 쓰고 순백의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오명을 뒤집어써서는 안 된다. 이는 학생, 학부모 그리고 교사 모두의 비극이다. 이제 국회는 물론 교육청, 교사, 학부모들이 팔 할 이상의 정열로 면피용 행동편향에 나설 때다. 그리하여 사립교원 채용 비리와 관련된 기사의 종언을 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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