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017년은 정유년이다. 위 제목은 정유년에는 분서갱유가 일어난다는 말이다. 원래 분서갱유는 진시황제에 의해 저질러졌던 일이다. 진나라 기록 이외의 책은 모두 불사르고, 시황제의 부덕을 격렬히 비난하여 금령을 어겼다고 단정한 460명이나되는 선비들을 깊은 구덩이에 빠뜨려서 묻어 죽인사건이다.

▲ 김선호 전 광주광역시의회 교육의원(전 교장).

작년 11월 3일 박근혜 정부는 많은 국민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를 확정고시했다. 고시 전후를 막론하고 국정화 반대 여론이 찬성보다 훨씬 많았던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모든 교과서가 검인정인데 유독 한국사교과서만 국정화를 고집하고 있다.

총선 참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는 국정화를 계속 추진할 뜻을 강력히 피력했다. 박 대통령 역시 ‘지금과 같은 교과서로 배우면 정통성이 오히려 북한에 있기 때문에 북한을 위한, 북한에 의한 통일이 될 수밖에 없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근거로 계획대로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국정화교과서 편찬 3대 원칙은 전문성과 투명성과 개방성이다. 정부는 집필 기준과 집필진은 물론,집필진 응모 현황과 편찬 심의위원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지금까지 지켜진 것은 하나도 없다. 정부의 대국민 약속이 대국민 사기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역사를 쓰는 일은 역사학자에게 맡기라.’고 일침했던 이준구 교수는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는 현대판 분서갱유에 해당하는 끔찍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저항하는 많은 역사학자들과 국민들이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은 불살라버리고 다시는 거론조차못하도록 땅 속에 묻어버리겠다는 진시황과 같은박 대통령을 빗대어 한 말일 것이다.

도대체 막무가내로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박근혜 대통령의 잘못된 효심으로 역사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라는 거리의 현수막이 정확하게 답변하고 있다. 그렇다. 잘못된 효심 때문이다.

대통령이었던 아버지는 새마을운동을 펼치며 보릿고개를 이겨내며 산업근대화로 국가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공이 막대한데, 어쩔 수 없이 빚어진 5·16 군사혁명이 총칼로 정권을 찬탈한 쿠데타로 낙인 찍혀있고, 군사독재정권 하에서 많은 시민들을 좌경용공으로 몰아 살상시킨 자로 기록되어 있는 역사교과서가 딸인 박 대통령을 분노케 한 것이다.

아마도이 부분을 매우 교활하고 교묘한 화법을 동원하여 두루뭉술하게 표현한 역사교과서가 발간될 것으로 국민들은 짐작하고 있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역사란 사실의 기록이다. 이 사실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잊히기 마련이고,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고 이를 잊어버린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고 했다. 불법적 총칼로 정권을 찬탈한 5·16군사쿠데타가 미화되고, 군사독재정권 하에서의 비인륜적 작태를 기록하지 않고 가르치지 않는다면 그와 같은 무법천지의 행태는 반복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날조·왜곡되거나 변형·미화된 역사적 기록을 거부하고자 한 것이다.

금년 말쯤이면 한국사 국정교과서의 내용이 드러나게 될 것이고, 내년부터 교과서가 배부되어 학생들에게 가르치게 될 것이다. 다행히 역사적 사실대로 진술되었으면 좋겠지만, 많은 국민들이 염려하는 방향으로 기술되었다면 국민들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먼저 학교 현장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들이 반응을 보일 것이고, 그 가르침을 받은 학생들 또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반역사적 반사실적 역사책으로는 가르칠 수 없고 배울 수 없다는 분서갱유가 일어날 것이다. 진시황 시절에 위로부터의 분서갱유가 있었다면, 2017년 정유년에는 밑으로부터의 분서갱유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학생들에 의해서 학교마다, 교사와 국민들에 의해서 도처에서, 반역사적 반사실적 국정화교과서를 불태우고, 여기에 찬동하거나 동조한 사람들의 이름을 땅속 깊이 묻어버리는 분서갱유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정부와 정권이 학생과 국민을 묻어버릴 것인지, 학생과 국민이 정부와 정권을 묻어버릴 것인지는 역사적 사실이 어떻게 서술되어 있는지에 달려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행태를 보며 국민들은 짐작하고 있다. 정유년에는 분서갱유가 일어난다고…….

** 윗 칼럼은 전교조광주지부가 발행하는 <광주교사신문> 186호에 실린 내용을 재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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