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더 이상 바보 되기 싫다

‘위기는 기회’라고 한다. 그러나 위기는 위기다. 다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노력이 있어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방법은 무엇인가. 정직이다. 정직 이상으로 설득력을 가진 무기는 없다. 지금 안철수가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오직 한 가지 길. 정직이다.

이른바 ‘김수민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으로 국민의당과 안철수 대표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이상돈이 단장으로 조사를 맡고 박지원이 공천 ‘부당거래’ 의혹에 대해 “전혀 없다”고 열을 올려도 믿는 사람은 없다. 정직과 담을 쌓은 사람이 무슨 소리를 해도 믿는 바보는 없다. 평소에 정직은 그래서 소중한 것이다.

▲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 SNS

선관위가 이 사건을 처음 검찰에 고발했을 때 국민들은 이미 알아봤다. 안철수가 아니라고 펄펄 뛰다가 금방 기가 죽어 사과하는 것을 보고 이미 안철수는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다고 믿었다. 바지저고리가 아닌 다음에야 명실상부한 실권자인 안철수가 모를 리가 있는가. 더구나 박선숙이 누구인가.

얌전하게 검찰 조사를 받고 진상이 밝혀지면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고 국민에게 용서를 빌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미루어 보건대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 검찰 조사 후 리베이트 범죄가 밝혀진다 해도 전매특허인 야당 탄압이라고 할 것이다.

■ 허물어진 이상돈

이상돈 의원(전 법학교수)은 리베이트 진상조사위원장이 됐지만, 손석희와 회견으로 그냥 무너졌다. 너무 가엾고 불쌍하다. 저렇게 망가지는구나. 바보처럼 말도 못하는 모습을 국민들은 ‘뉴스룸’에서 잘 봤을 것이다.

“법률가의 상식으로 보건대 그걸 기소하고 영장 청구하고 기소하면 검찰은 망신당할 거라고 본다. 공소 유지가 안 된다고 본다.”

차라리 나오지나 말지. 아마 이상돈은 잠을 못 잤을 것이다. 거짓말하기가 정말 힘들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생각해 보라. 혐의자를 조사도 하지 않고 무혐의라고 하면 믿는 바보가 있겠는가.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이상돈이 민망하다.

■ 국민은 왜 안철수를 지지했는가

국민의당과 안철수를 지지하는 국민들은 누구인가. 구태의연한 썩은 정치에 진절머리가 난 국민들이다. 안철수가 주장하는 새 정치를 지지하는 국민들이다. 과거의 정치와는 다른 새로운 정치, 바로 ‘클린정치’를 이루어 낼 수 있는 새로운 정치인이라고 기대하고 그를 지지했다고 믿는다.

그러나 안철수와 국민의당이 주장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모두가 관행이라는 한 마디다. 지금까지 해 오던 관행에 따라 한 일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안철수가 주장하는 새정치는 어디로 갔는가. 어느 정치인이 말할 것처럼 안철수의 새 정치는 관속으로 들어갔는가.

안철수가 처음 정치에 입문했을 때 젊고 참신하고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새로운 지도자가 나왔다고 열광했다. 박원순에게 자신의 50% 지지율을 바치고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했을 때 열광했다. 이제 이 땅에도 새로운 지도자가 나왔다고 믿은 것이다.

그 다음을 더 얘기해야 하는가. 국민은 안철수의 진짜 얼굴을 여러 번 목격했다. 구태로 찌든 정치인들의 얼굴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 정치적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는 대의도 명분도 다 버렸다. 밥 먹듯 탈당했다. 창당도 했다.

안철수의 가치판단 기준은 황당하다. 그는 통합신당의 정강정책에서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남북정상선언를 삭제하자는 주장에서 더 나아가 4·19혁명과 5·18 광주민주화운동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기막힌 제안을 한 그의 가치기준을 국민들은 어떻게 판단해야 할 것인가. 그는 지금 호남에다 목을 매고 있고 지난 총선에서는 광주 전남에서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그래서 국민을 우습게 아는가.

이제 그에게 기대할 것은 무엇인가. 자신의 과거를 깨끗하게 청산하는 것이다. 말로만 하는 청산이 아니라 행동으로 하는 것이다. 이번에 국민에게 충격을 안겨준 리베이트 비리는 안철수가 다시 태어날 수 있는 하늘이 준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아무도 믿지 않을 진상조사 따위는 그만두는 것이 좋다.

안철수와 박지원 박선숙은 이 사건의 진상을 잘 알 것이다. 모른다고 하면 국민의 당은 존재할 가치가 없으며 안철수 또한 당의 대표가 될 수 없다. 책임져야 할 사람에게는 분명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당이 엄청난 상처를 입을 것이다.

그게 바로 기회다.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진솔한 모습에서 국민들은 신뢰를 보낼 것이다. 이번 리베이트 추문에 연관있는 어떤 인물이라도 가차없이 제명 출당을 시킨다면 안철수의 진정성은 국민이 믿어 줄 것이다.

못 된 것은 배우기가 쉽다. 아직도 국민들은 안철수를 지도자의 반열에 올려놓는다. 공정한 경쟁을 해야 한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인물을 잘 알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 말이 있다. 옆에 있는 사람을 보면 인간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에게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미워해서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난 6월14일 JTBC ‘뉴스룸’에서 손석희 앵커는 가슴 아픈 ‘앵커 브리핑’을 했다. 함께 읽어보자. 손석희 앵커에게 양해를 구한다.

“오늘(14일) 뉴스룸 앵커브리핑이 주목한 단어는 ‘반비례 대표’입니다. 물론 이런 단어는 존재하지 않지만, 실체는 존재합니다.

지난 총선에서 두드러진 투표 행태 중 하나는 이른바 ‘교차투표’였습니다. 지역 일꾼을 고르는 것과는 별개로 힘을 실어줄 정당을 따로 고른다는 의미죠.

후보가 아닌 각 정당이 받은 그 한 표, 한 표는 그래서 각 정당에 대한 ‘믿음’과 ‘기대’를 상징합니다.

그러나 돌아보면 비례대표, 당을 대표한다는 그 얼굴들은 과거부터 논란을 불러온 경우가 많았습니다.

‘전국구’가 아닌 ‘錢국구’. 공천헌금 논란으로 관련자들이 줄줄이 옥살이를 하거나 당의 대표들조차 생전 처음 보았다는 사람이 비례대표 상위권으로 등장했다던 그 웃지 못할 사건들.

이번 선거에서 더민주가 보여준 비례대표 파동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유권자들이 쥐어준 그 한 표의 무거운 권리를 원래 본인의 것이었던 양 제멋대로 휘둘러온 ‘구태’의 결과들이었죠.

그리고 우리 모두가 기억하는 것처럼 지난 총선 당시 교차투표의 혜택을 크게 받은 곳이 국민의당이었습니다.

자신들의 예상보다도 정당 득표율은 더 높았으니까요. ‘새 정치’를 해보겠다고 하니 기대가 있었고, 믿음도 주고 싶었던 것이겠지요.

그러나…

“비례대표 확정 30분 전에 알았다.” “관계자들도 이의 제기했으나… 대체할 사람 없다는 이유로 통과됐다.”

국민의당 비례대표 당선자를 둘러싼 홍보비 리베이트 논란은 ‘비례대표’의 자격론으로 번졌습니다.

추천자가 누구인지조차 분명치 않다는 비례대표라면… 검찰 수사를 떠나서 정치적 공방을 떠나서 그 당을 믿고 한 표의 권리를 맡긴 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게다가 당선권 바깥인 줄 알고 그냥 넘어갔다는 해명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럴 때 등장하는 선진국의 사례… 비례대표 하면 떠오르는 독일은 각 정당의 비례대표 심사 과정을 녹취해 선관위에 의무적으로 제출합니다.

밀실에서 태어나는 우리 정당들의 비례대표는 어찌 보면 반비례 대표. 유권자의 믿음과 기대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어긋남으로써 반비례하는. 물론 이런 단어는 존재하지 않지만, 실체는 존재합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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