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 것이다. 말해 보라


기자가 말했다.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다.’ 드골이 말했다. ‘바로 침묵한 것이 죄다’. 드골은 나치 하에서 협조한 프랑스의 언론인과 아무 말도 못하고 침묵한 언론인을 가차 없이 처단했다. 이유는 묻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나치 점령 아래 ‘비시(Vichy)’ 정권에서 나치에 협력한 프랑스의 지식인들 수만 명이 법정에 섰다. 그중에 언론인 수천 명이 처형됐고 일간지 ‘오늘’의 정치부장 ‘조르쥬 슈레아스’와 칼럼니스트 ‘폴 샤크’도 총살됐다. 발행인과 출판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늘날 프랑스 언론의 자유는 그 같은 형극(荊棘)의 길을 넘어 쟁취한 것이다.
 
‘모진 놈 곁에 있다가 벼락 맞는다’가 아니라 실제로 벼락을 맞는 오늘의 현실이다. 억울할 것이다. 본분을 다하면서도 벼락 맞은 언론인이 얼마나 많은가. 성실하게 책임을 다하는 훌륭한 검사들은 얼마나 억울할 것인가. ‘검새’나 ‘기레기’란 말은 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이다.
 
■ ‘기레기’와‘검새’
 
한국의 언론현실을 비판하면 외계에서 왔냐고 질타받을 것이다. 왜곡·편파·불공정·오보 등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조·중·동이나 종편을 보면 저것이 언론이고 저들의 뇌구조는 어떻게 생겼는가 하면서도 그들의 영향력으로 한국 정치가 엉망이 되는 것을 보고 억장이 무너진다.
 
언론의 위력은 정보의 독점에 있다. 독점이란 어떤 경우에도 남에게 피해를 준다. 독점기업의 피해를 국민은 몸으로 체험한다. 불의한 권력에 빌붙어 왜곡보도를 일삼는 한국의 언론을 보면서 언론의 정도를 말하는 것이 사치일지 모르나 언론도 인간의 영역이고 기레기도 인간이다. 그래도 너무하다. 권력과 고교 동창이라는 이유로 언론사 사장이 된다. 권력은 언론사 장악이 필수고 장악은 거저먹기다. MBC가 왜 저 꼴이 됐는가. 권력의 하수인 사장 때문이다. 그래도 그는 2억 3천 973만원 규모의 ‘특별퇴직위로금’을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공정방송 탄압, 업무상 배임 등의 문제를 일으켰다가 해임된 그의 아픈 마음을 위로해 줘야 하는가.

▲ 동아일보 기자들이 1974년 10월 24일 자유언론실천선언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누리집

지적할 수조차 없는 악조건 속에서 언론의 정도를 걷는 언론과 언론인이 있다. 언론인으로서 존경을 받고 그것은 오늘의 현실에서 최고의 영광이다. 조·중·동을 읽고 종편과 연합뉴스TV와 YTN을 보면 인내력의 한계를 느낄 것이다. 종편에 나와서 진행을 한다는 앵커나 출연자들을 보면 외계에서 온 인간을 본 것 같다. 꼴에 모두 전문가란다. 해도 정도껏 해야 될 것이 아닌가. 오죽하면 장 모라는 자는 퇴출당했다. 그는 김대중 정권에서 요직을 지냈다. 하나둘이 아닌 그들을 보고 있으면 불쌍하다는 생각에 가슴이 저리다. 저토록 썩을 수 있는가.
 
‘법원은 허현준 청와대 행정관이 어버이연합에 일본군 위안부 관련 합의 지지 집회를 지시했다는 시사저널 보도에 대해 제기한 출판금지 가처분 신청을 10일 기각했다. 이와 관련한 보도는 경향신문과 한겨레만 지면에 보도했다.’ 미디어오늘의 보도다.
 
다른 언론들은 왜 보도를 하지 않았을까. 청와대 행정관의 이 같은 행위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행위다.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보도하지 않는 언론을 언론이라고 할 수 없다. 허현준은 시사저녈 보도에 대해 출판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은 기각했다. 이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그래도 믿을 수 있는 것은 법원이라고 했다. 그러나 왜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분노는 사라지지 않는가. 이유를 검찰 자신이 가장 잘 알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검찰에 대한 불신은 법에 대한 불신이고 바로 국가의 기둥인 법에 대한 불신이다. 나라가 정상적일 수가 없다.
 
불법과 비리가 창궐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국방관련 비리, 총알이 뚫고 나가는 방탄복. 30년 동안이나 바뀌지 않은 사병 침낭. 사병이 먹는 불량건빵, 물이 새는 군화. 언론이 보도하지 않으면 자식을 군대에 보낸 국민들은 깜깜 모른다. 방위산업 비리를 취재 폭로해서 바로잡는 것이 바로 언론의 사명이자 애국이다. 그래서 언론이 바로 선 나라에서는 불의가 맥을 못 춘다. 대통령 닉슨의 목을 자른 것도 미국의 언론이다. 미국이 괜히 민주주의 강대국이 된 것이 아니다.
 
■ 기레기는 입이 없는가
 
기레기(기자쓰레기)란 비아냥을 들으면서 뱃속이 말이 아닐 것이다. 괴로울 것이다. 기자도 먹고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먹지 않고 살 수는 없다. 그러나 과거 이승만·박정희 독재 시절 동아일보는 불의한 권력에 대해 치열한 투쟁을 했다. 목이 잘리고 월부 책장사를 하며 목숨을 이어가다가 죽었다. 그 때 동아일보 기자는 존경에 대상이었다. 배불러서 투쟁한 것이 아니다. 지금 동아일보 기자들에게 그 말을 하면 대답을 안 한다. 아니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명함 내놓기가 부끄러운 기레기들도 기자가 되기 전에 사회정의와 불의척결을 위한 전사가 되겠다고 다짐을 했다. 지금도 그 다짐만은 잊지 않았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인, 정운호와 홍만표 관련 전관예우 비리를 집요하게 파헤친 JTBC는 국민의 존경을 받는다. 손석희 앵커는 국민이 존경하는 언론인이다. 이제 손석희는 권력이 손댈 수 없다. 얼마나 속으로 밉겠느냐만 그에게 손을 대면 정권을 부지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 언론인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는가. 기레기들에게 묻는 질문이다.
 
국민의 지지를 받는 언론을 이겨 먹는 권력은 없다. 박정희 독재시절에 마음에 안 들면 무조건 잡아다가 주리를 틀 던 그런 시대를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 기레기들은 사주를 두려워하는 노예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언론인으로서 실종된 양심을 살려야 한다.
 
참여정부 시절 언론은 자유를 누렸다. 그때가 그립지 않은가. 집회장에서 쫓겨나는 기자들. 명함도 제대로 내놓지 못하는 기레기들에게 언론의 정도를 말하는 것이 잘못일지 모르나 썩어 문드러지는 나라를 바로 세울 힘은 오직 언론이라는 것을 국민은 알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의 염원이다.
 
■ 언론을 국민이 감시한다
 
종편이 기고만장이다. 민언련(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조·중·동을 비롯한 종편과 YTN, 연합뉴스TV까지 적극적인 감시를 하고 가차 없는 비판에 나섰다. 열악한 조건 속에서 언론민주화를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실상은 김어준의 ‘파파이스’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고 다음 날 바로 3천 500명의 후원회원이 가입했다. 그만큼 국민들은 언론의 피해를 절감하고 언론이 바로 서기를 원하는 것이다.
 
머지않아 종편에서 이들 사이비 정치평론가와 시사평론가와 사이비 교수들의 모습은 사라질 것이다. 2만원에 동원되는 불쌍한 탈북 노인들을 부려 먹는 어버이연합도 사라질 것이다. 언론의 비판으로 견뎌 낼 재주가 없다. 단순한 희망사항이 아니다.
 
언론이 일어서야 한다. 불의와 동거하는 기레기들도 독립을 해야 한다. 국민은 누굴 믿고 사는가. 세월호 참사. 독가스나 다름없는 살인가습기로 말도 못하고 죽어 간 아기들. 30년 된 불량 침낭을 덮고 자는 우리 군인들. 불량건빵도 언론이 보도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언론이 살아야 나라가 살고 국민이 산다.
 
전관예우라고 불리는 범죄를 파헤친 것도 언론이다. 왜 JTBC가 신뢰도 1위의 방송인가. 한겨레·경향신문이 왜 국민의 신뢰를 받는가. 언론의 사명을 다 하는 기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기사를 모두 보도했다. 오로지 조선일보만 5월 내내 언급하지 않았다고 ‘미디어오늘’이 지적했다.
 
선서라는 것이 있다. 공개된 약속이다. 포털에서 중앙언론 기자들이 기자로서 출발할 때 선서를 하는지 알아봤다. 보이지 않는다. 없는 것인가. 너무나 당연해서 선서 같은 것은 하지 않는가. 대신 선문대학 신문 기자의 선서문을 소개한다. 중앙언론도 이보다 더 나은 선서가 없을 것이다.
 
첫째, 우리는 진실만을 말하며 진실이 아닌 것은 말하지 않는다.
둘째, 우리는 정의를 위해 일하며 정의가 아닌 것에 대하여는 끝까지 투쟁한다.
셋째, 우리는 자신이 쓴 글에 관하여 모든 책임을 진다.
넷째, 우리는 기자의 명예를 자신의 생명보다 소중히 여긴다.
 
검찰에서 가장 유능한 검사로서 평가받아 전직 대통령들을 수사 지휘했던 홍만표 변호사가 구속됐다. 그는 어떤 선서를 하고 검사가 되었을까. 머리가 좋으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선서

나는 이 순간 국가와 국민의 부름을 받고
영광스러운 대한민국 검사의 직에 나섭니다.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내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라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은 것입니다.
 
나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바른 검사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나의 명예를 걸고 굳게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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