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를 잊지 못하는가

차 뒷좌석에 노무현을 흘깃 봤다. 눈가에 물기가 있었다. 가슴이 저렸다. 중앙지 기자들과 함께한 저녁 자리는 불편했다. 어느 기자가 물었다. ‘당신이 무슨 대통령에 출마하느냐’ 숨이 막혔다.
 
노무현이 대통령 출마선언을 한 후 많은 기자를 만났다. 대부분의 얼굴에는 ‘당신이 무슨 대통령 출마인가’라는 비아냥과 경멸이 담겨 있었다. 가난한 농촌 출신의 상고학력, 노무현의 삶이 끝날 때까지 그들이 노무현에게 들이댄 무기는 오직 유치한 우월감이었음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노무현은 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이 됐다.
  
■ 가슴에서 지울 수 없는 이름 노무현
 
7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가 잠든 봉하에는 오늘도 수많은 국민이 찾는다. 부엉이바위를 바라보며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이 아프다. 참으로 몹쓸 사람들이었다. 노무현을 모욕하며 가학적 쾌감을 느끼던 자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가. 검찰에 출두하는 전직 대통령을 보면서 회심의 미소를 짓던 검사는 속으로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한번 당해 봐라’ 그렇게 밖에 생각이 안 든다.

▲ ⓒ<팩트TV> 갈무리

오랜 세월을 지켜봤다. 내 인생을 바꿔 놓은 노무현이다. 수많은 사람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그를 비하하던 인간들도 바꿔 놓았다. 앞으로 더 많은 인간이 바뀔 것이다.
 
가치의 평가를 옳고 그름으로 재단했고 옳다고 생각하면 두려움을 몰랐던 그의 용기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교훈이라고 믿는다. 초등학교 때 독재자 이승만을 반대한 백지동맹을 주도했던 노무현. 3당 합당 때 ‘이의 있다’고 외치던 노무현이었다. 열다섯 살 어린 나이에 온도계 공장에서 수은중독으로 사망한 노동자 문송면 군을 위해 싸운 노무현이었다.
 
초선의원 시절 청문회에서 모든 의원이 ‘회장님’이라고 부르던 증인 정주영에게 사과를 받아내던 노무현.
 
장인 때문에 사랑하는 아내를 버려야 한다면 대통령을 포기한다던 노무현. 그는 지금도 국민의 가슴에 슬픔으로 살아 있다.
 
손바닥만 한 조그만 나라가 남북으로 갈리고 동서로 갈린 차마 견디지 못할 비극의 땅에서 그는 정치만이 벽을 허물 수 있다는 믿음으로 온갖 수모를 견뎌냈다. 벽은 언제고 반드시 허물어질 것이라고 믿고 싸웠다.
 
■ 봉하에 와서 무엇을 배우는가
 
노무현은 간곡하게 부탁할 것이다. 부엉이바위에서 그의 영혼은 자신을 추모하는 정치인들에게 호소할 것이다. 나는 추모하지 않아도 좋다. 제발 국민이 절망하는 정치는 하지 말아다오.
 
오늘의 정치는 더럽게 썩었다. 정치가 썩으면 세상에 온전한 곳이 사라진다. 보자. 법은 세상에 질서를 지탱하는 기둥이다. 지금 이 나라 국민 어느 누가 법을 신뢰하는가. 믿는다면 미친놈 소리를 듣는다.
 
부장판사를 지낸 변호사가 저지른 전관예우 비리와 홍만표라는 검사장 출신 변호사가 저지른 차마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비리를 국민들은 뭐라고 하는가. 이 나라는 희망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지금 온 세상을 뒤엎는 묻지 마 흉악범들이 왜 생기는가. 도덕이 사라졌다. 법정에 선 범인들이 처벌을 받으면서 웃는다. 네놈들이 나보다 나은 게 뭐가 있느냐.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후부터 지금까지 정치의 타락은 극을 향해 치닫고 있다. 설명이 필요한가.
 
박근혜 정권 심판이라는 이번 총선은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을 준다. 도덕적 뿌리가 허약한 새누리당은 이제 사라질 것이다. 그들 스스로 망한다고 예언한다. 아쉬워할 국민 하나도 없다.
 
안철수와 박지원은 왜 봉하에 오는가. 달걀을 맞아도 좋다고 했다. 왜 그런 생각을 하는가. 맞을 짓을 했는가. 노빠가 달걀을 던지리라고 생각하는가. 반사이익을 기대하는가. 대통령의 꿈이야 누가 꾸지 말라는가. 다만 제대로 꾸라는 것이다. 어차피 봉하에 왔으니 노무현을 조금이라도 배우고 가라는 것이다. 특히 안철수는 노무현을 온 몸으로 배워야 한다. 좋은 머리로 꼼수나 쓰면 얻는 것은 국민의 조롱이다.
 
‘환생경제’라는 한나라 의원들의 연극이 있었다. 현직 대통령을 ‘노가리’로 부르며 ‘육시럴X’, ‘개잡X’, ‘거시기 달고 다닐 자격도 없는 X’, ‘불×값’, ‘등신 같은 X’ 존재하는 모든 욕설이 등장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앞줄에 앉아 박장대소했고, 그의 관전평은 “프로를 방불케 하는 연기”라는 것이었다.
 
그 때 언론은 무엇이라 했는가. 연극을 하면서 욕설을 내뱉던 의원들. 그리고 ‘노무현 아방궁’이라며 허위날조 거짓말을 써 갈기던 조·중·동 기레기들도 봉하에 내려와 아방궁을 보라. 그것이 바로 속죄다.
 
친구가 들려준 얘기다. 왜 노무현이 마지막 선택을 했는가. 살아 있는 한 이명박 정권과 검찰은 노무현과 그의 주변을 괴롭히며 즐길 것이다. ‘실컷 즐겨봐라.’ 한마디로 정리된다. 그 어떤 자도 노무현을 모르고 있었다. 알 수가 없다. 인간이 다르다.
 
■ 가슴에 담고 살라
 
벌써 7년이 지났다. 아내가 깨우는 소리에 놀라 깬 그 날 아침. 생각하면 지금도 머리는 텅 빈다. 추모식 참석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막혀도 어찌 죽어서라도 잊을 수가 있으랴.
 
모두 가슴에 담고 살라. 가장 당당하게 살았고 가장 조국을 사랑했고 가장 슬프게 세상을 떠난 바보라는 이름의 노무현 대통령. 그는 언제까지나 당신들 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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