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 없는 ‘5·18기념식’ 의례적 행사로 ‘전락’
성의 없는 ‘5·18기념식’ 의례적 행사로 ‘전락’
  • 박준배 기자
  • 승인 2016.05.18 1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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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36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엄수
박근혜 대통령 3년째 불참…‘님을 위한~’ 합창

5·18광주민주화운동 36주년 기념식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렸으나 성의 없고 의례적 행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3년째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고 국가보훈처는 8년째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불허했다. 기념공연도 없었고 경과보고는 왜곡됐으며 총리기념사도 형식적이었다.

▲ 5.18광주민주화운동 36주년 기념식이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리고 있다. ⓒ광주인

◇ 3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엄수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이날 오전 10시부터 진행한 기념식에는 5·18유족과 황교안 국무총리, 여·야정치인, 윤장현 광주시장, 이낙연 전남지사 등 각계각층의 인사와 추모객 등 3000여명이 참석했다.

국가보훈처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에 항의, 지난 2년 동안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던 유가족들도 이날 행사장을 찾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도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취임 첫해인 지난 2013년 5·18 기념식에 참석한 이후 3년째 불참이다.

기념식은 개식·국기에 대한 경례·애국가 제창(1~4절)·순국선열 및 호국영령과 5·18민주화운동 희생영령에 대한 묵념·헌화 및 분향·경과보고·기념사·기념공연 합창(님을 위한 행진곡)·폐식 순으로 진행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정부 기념사를 통해 “5·18 민주화운동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큰 진전을 이루는 분수령이 됐다”며 “우리는 고귀한 5·18 정신을 밑거름으로 삼아 사회 각 부문에 민주주의를 꽃 피우며 자유롭고 정의로운 나라를 건설하는 데 힘써왔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화를 위해 하나가 됐던 5·18의 정신을 대화합의 에너지로 승화시켜 더욱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이뤄 나가자”고 강조했다.

황 총리의 기념사가 진행되는 동안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 등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념곡으로 지정하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앉아 ‘피켓시위’를 벌였다.

◇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제각각

식순에 따라 합창단이 ‘님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하자 추모객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노래를 따라부르는 제창은 제각각이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우상호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당선인,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와 천정배 공동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당선인,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당선인은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정의화 국회의장과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도 제창하거나 태극기를 흔들었다.

하지만 황 총리와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은 자리에서 일어선 채 노래를 따라 부르지는 않았다. 태극기도 흔들지 않았다.

◇ 제창 불허 박승춘 보훈처장 쫓겨나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불허했던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5월 유가족들의 항의로 기념식장에서 쫓겨났다.

박 처장은 공식 행사 시작 전 유영봉안소 방향에서 황 총리 등과 함께 입장했으나 유가족들이 “나가라”라고 항의하면서 기념식장을 떠났다.

그는 기념식장을 나서면서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허 결정을 청와대가 한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결정권은 청와대와 보훈처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민주주의 국가는 국민이 주인이다. 국민 의견을 들어서 결정한 것이지 특정 개인이 독단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답했다.

‘님을 위한 행진곡’ 합창 결정에 대해서는 “보훈단체들이 강력 반대한다. 보훈 단체들은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을 지킨 국가유공자 분들의 단체다”며 “보훈단체들의 명예를 유지하고 그 분들을 예우하기 위해서 업무하는 국가보훈처가 주관하는 기념행사에서 그것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5·18단체가 반대하고 일부 유족 대표들이 행사에 불참하는 상황에서 5·18당사자들의 의견이 더 중요하지 않느냐’는 지적에는 “당사자들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이 기념식은 정부 기념식이다. 당사자 분들의 기념식이 아니고 정부기념식이고 여기에는 정부를 대표하는 총리님이 참석하시기 때문에 국민의 의사이 중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 야권 인사들 제창 거부 일제히 비판

기념식에 참석한 야권 인사들은 국가보훈처의 ‘님을 위한 행진곡’ 공식 기념곡 지정·제창 거부 결정에 대해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종인 대표는 “‘님을 위한 행진곡’ 합창만 정부가 허용을 했는데 아집에 사로잡힌 결정이 아닌가 한다”며 “정부가 너무나 옹졸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전 대표도 “지정곡이냐 아니냐 하는 것은 또 몰라도. 합창은 되고 제창은 안되고 그게 도대체 무슨 논리냐”며 “논란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보수단체들이 참석자들의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반발해 집단퇴장하고 황 총리가 노래를 부르지 않은 것, 국가보훈처의 합창 결정 등에 대해 “국민통합에 저해하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보훈처장의 작태에 모든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며 “제가 법사위에서 수년간 보훈처를 상대로 많은 질문을 했는데 ‘북한에서 부르니까 못하게 한다’고 답변했다. 아리랑도 북한에서 부르는데 왜 여기서 부르냐”고 질타했다.

이날 100여명의 지지자들과 함께 묘역을 찾은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도 “당연히 님을 위한 행진곡은 합창으로 결론이 났어야 했다”며 “5·18의 뜻은 각성의 시작이고 분노와 심판의 시작이고 또 용서와 화해의 시작이다. 지금 국민이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이것들을 녹여내는 새판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야권, ‘기념식 축소’ 지적

대통령 불참,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에 기념공연도 없고 형식적인 총리 기념사 등으로 기념식이 빈약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광온 더민주대변인은 이날 오후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행사가 5·18 광주정신을 담아내기에는 너무 빈약하고 허약하고 의례적인 행사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늘 유가족들의 용납할 수 없는 행위에 대한 강력한 항의로 박승춘 보훈처장은 행사장에 들어올 수 없었다”며 “주무관청의 장이 기념식장에 들어오지 못한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었는데 이는 정부가 자초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5·18민주화 정신을 담기위해서는 보다 더 진지하고 5·18 정신에 충실한 행사를 마련하려는 의지와 자세가 요구된다”며 “우리당의 의지를 갖고 기념행사를 분명하게 5월 정신을 담아내는 행사로 바꿔가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들의 ‘님을 위한 행진곡’ 지정 요청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철저하게 축소시켰다”며 “대통령은 울부짖으며 항의하는 국민들을 보지 못 하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당은 대통령이 더 이상 불통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겸허히 4·13 총선의 민의를 받아들이고 진정한 소통과 협치를 통해 대한민국의 위기상황을 헤쳐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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