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창 불허, 자신들이 가해자 세력이라 생각해 불편한 것”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가보훈처의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허 방침에 “자신들이 가해자 세력이라고 생각해 불편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유 전 장관은 5·18광주민중항쟁 36주년 기념일인 18일 오전 팬클럽인 ‘시민광장’ 회원 10여명과 함께 광주 북구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구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민족민주열사묘역(구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광주인
▲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민족민주열사묘역(구묘역)을 참배하고 '님을 위한 제창'을 제창하고 있다. ⓒ광주인

참배에 앞서 유 전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님을 위한 행진곡’ 합창은 되고 제창은 안 된다는 이유는 자기들이 일어서서 부르기 싫다는 것”이라며 “내가 부르기 싫으니까 합창만 하라는 것인데 너무너무 옹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론분열이라는 국가보훈처의 논리는 노래를 부르기 싫어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모두에게 부르게 할 수 없다는 뜻”이라며 “국가기관이면 그런 주장이 맞느냐 안 맞느냐를 판단해야 하는데 말이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의 ‘국론분열 일으키지 않는 차원에서 방안을 찾으라’는 지시에 대해서는 “욕먹을 일은 자기가 않고 밑에 사람 욕먹게 하는 군주론식의 통치술”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하는 건 큰 문제가 아니다”라며 “일어서서 부르고 싶은 사람들이 정권 잡아서 부르면 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오늘 5·18광주민주화운동 36주년 기념식 참석하시나.

저는 여기서 사적인 모임에서 하는 거라 기념식 참석은 안한다.

- 그럼 어떻게 망월묘역에 내려오시게 됐나.

해마다 여기서 참배를 한다. 제 팬클럽이 있는데 ‘시민광장’이라고, 지금은 작가 팬클럽이고 과거엔 정치인 팬클럽이었다. 오늘은 주중이고 회원들이 직장인들이라 많이 못 왔는데 평소에는 20~30명씩 오셔서 같이 참배한다.

- 기념식에 참석 안 하는 이유가 따로 있나.

거기는 공직하는 사람들이 가는 데고. 뭐, 또 기분이 나쁘다. 제창을 안 하네 합창을 하네 하니깐. 그냥 여기서 참배할 거다. 정권 바뀌면 저쪽(국립5·18민주묘지)에 가서 하고.

어제 썰전 방송 어떻게 편집됐을지 모르겠는데, ‘제창하는 거 큰 문제는 아니다. 정권 바꿔서 제창 하면 돼’라고 했더니 김구라씨가 막 웃더라고.

합창은 되고 제창은 안 된다는 이유가 딱 한가지잖아. 일어서서 부르기 싫다는 거거든. 그럼 일어서서 부르고 싶은 사람들이 정권 잡아서 부르면 되지.

- 국가보훈처가 제창을 못하게 하는 반대 논리 중 하나로 님을 위한 행진곡을 진보진영에서 민중의 애국가로 대신 불렀다, 그래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는데.

그건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그런 것과 비슷한 거지. 애국가도 좋고 님을 위한 행진곡도 좋아요라고 하면 되지. 뭐. 그거를 두 개 중 한 개만 해야 하나? 왜 그렇게 대립적 사고방식을 하는지 모르겠다.

아니, 제창이 안 되면 합창도 안 돼야 하는 게 맞지. 무슨 이념적인 문제가 있어서 안된다면,  제창은 안 되는데 합창은 어떻게 돼?

합창은 되고 제창은 안 된다는 얘기는 노래는 문제가 없는데 다만 내가 부르기 싫다 그런 뜻이다. 합창하면 안 불러도 되니까. 그럼, 부르기 싫으면 안 부르면 될 일이지, 왜 남까지 못 부르게 하냐고. 자기들이 안 부르면 되지.

그런데 이제 일어서서 하는 게 어색하고 보기 싫은 거지. 자기들이 약간 가해자 세력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그게 불편한 거다. 그래도 국가를 맡았으면 참고 해줘야지. 그걸 자기가 하기 싫다고 해서 안 해버리면 되나.

이쪽 진보진영에서 국가권력 잡아서 애국가 안 부른 것 봤나? 애국가도 부르고 이것도 부르잖아. 그러면 자기들도 이것도 부르고 애국가도 불러야지. 복잡하게 따질 게 뭐 있어. 나 부르기 싫으니까 합창만 해, 이거잖아. 얼마나 옹졸한 거냐고. 너무너무 옹졸한 거다.

- ‘나 부르기 싫으니까 합창만 하라’는 논리가 국가보훈처의 논리와 같다?

그렇지. 국가보훈처의 논리가 표현을 그렇게 안 해서 그렇지, 국론분열된다 어쩌고저쩌고는 그 노래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부르기 싫어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모두에게 부르게 할 수 없다는 뜻이거든.

국가기관이면 그런 주장이 맞냐 안 맞냐를 판단해야지. 그럼, 아무 놈이나 와서 되지도 않는 소리 하면 그 사람 때문에 국론 분열된다고 안할 거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 박근혜 대통령이 국론분열 없는 차원에서 방안 찾으라고 가이드라인을 줬는데.

그거는 욕먹을 일은 자기가 안하고 밑에 사람 욕먹게 하는 군주론 식의 통치술이지. (박 대통령이) ‘제창 안돼요’ 하면 자기가 욕먹을 거 아냐. “국론분열이 없는 방안 강구해보세요?” 그걸 말이라고 해. 그니까 보훈처장이 대신 욕먹어라 이거야. 난 못 부르겠다. 오지도 않으면서. 웃기잖아요. 말이 돼?

- 사실 대통령이 말하는데, 어떻게 보훈처장이 결정하겠나.

제창하지 말고 보훈처장이 대신 욕먹으란 얘기잖아. 그런데 언론에서는 소통의 장이 마련됐다느니 하는 헛소리 보도하는데 내가 볼 땐 아무것도 안 바뀌었어.

- 님을 위한 행진곡 노래 자체가 갖고 있는 상징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가사 중에 ‘새날이 올 때까지~’에서 ‘새날’이 혁명이라 싫다는 거 아냐? 그럼 5공 때인데 혁명 안해? 당연히 혁명이 필요할 때였으니까 부른 거고, 지금은 혁명이 필요한 시기가 아니라고 하면 우리가 역사적으로 형성된 거라고 이해를 하고 부르면 되지.

프랑스 국가가 라마르세예즈(마르세유의 노래)인데 그 가사 보면 얼마나 살벌한데. ‘피가 넘쳐흐르도록’ 그런 뜻인데, 그래도 그게 역사 속에서 위치가 잡히면서 지금 상황을 노래한 게 아니고 우리가 국가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런 시기가 있었고 그게 국가의 전부는 아니지만 그 흐름이 국가를 형성하는데 기초가 됐다, 이걸 인정하기 때문에 부르는 거잖아. 우리 애국가가 왜 애국가야. 3.1운동 때 부르고 그랬으니까 그런 거지.

▲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민족민주열사묘역(구묘역)을 참배에 앞서 음료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광주인
▲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민족민주열사묘역(구묘역) 참배에 앞서 기자들과 문답을 나누고 있다. ⓒ광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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