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권 청와대. 보훈처에 있다고 애기 하는 것 어렵다"
 박 대통령과 소통했냐는 질문에 "아 하.... 너스레 웃음!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제36주기 5.18광주민중항쟁 기념식에서 유족들에 의해 쫓겨났다. 정부 주관 기념식에서 보훈처장이 퇴장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처장은 18일 오전 10시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황교안 국무총리 윤장현 광주광역시장과 함께 식장에 들어섰다가  5.18유족회원 어머니들에 의해 저지당했다.

▲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18일 36주기 5.18광주민중항쟁 기념식장에 입장 하던 중 일부 유족들의 항의로 퇴장당한 후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차량으로 이동 중이다. ⓒ광주인

1980년 5.18 당시 아들과 딸 그리고 가족을 잃은 유족회 회원 김길자(77), 이근례(78), 임근단(84)씨는 식장으로 입장하는 박 처장을 향해 "여기가 어딘데 들어오냐"며 항의한 것. 

황 총리를 뒤따르던 박 처장은 유족들이 막아서면서 행사장 밖으로 밀려났다. 그는 취재진과 경찰들에게 둘러싸인 가운데 5.18유영소 앞에서 약 4분여 동안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무산과 관련한 질의.응답을 한 후 차량에 탑승했다.

박 처장은 '님을 위한 행진곡' 제청과 기념곡 지정 권한이 청와대 또는 보훈처에 있냐는 질문에 "보훈처에 있다고 애기하는 것도 어렵고 청와대에 있다고 보는 것도 어렵다"고 애매한입장을 밝혔다.

그 이유로 박 처장은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다. 따라서 국민의 의견을 들어서 결정한 것이지 어느 특정개인이 이 문제를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는 궤변을 내놓았다.

예년과 같이 '님을 위한 행진곡' 합창 결정에 대해서도 박 처장은 "많은 분들의 의견을 수렴했는데, 이 노래를 찬성하는 분도 있고 반대하는 분도 있기 때문에 현재 어느 한 쪽 방향으로 결정하면 그 결정하는 것이 바로 갈등의 논란이 된다"고 거듭 '국론분열 논린'를 내세웠다.

또 박 처장은 "보훈단체들이 강력 반대한다. 보훈 단체들은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을 지킨 국가유공자 분들의 단체다"며 "보훈단체들의 명예를 유지하고 그 분들을 예우하기 위해서 업무하는 국가보훈처가 주관하는 기념행사에서 그것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다"고 '이념대결 논리'를 언급했다.

이어 '5.18단체가 반대하고 일부 유족 대표들이 행사에 불참하는 상황에서 5.18당사자들의 의견이 더 중요하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물론 당사자들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이 기념식은 정부 기념식이다. 당사자 분들의 기념식이 아니고 정부기념식이고 여기에는 정부를 대표하는 총리님이 참석하시기 때문에 국민의 의사이 중요하다"고 제창 불변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이처럼 '이념적 대립'으로 꽉 막힌 박 처장을 식장에 내쫓은 5.18유족회 70대 한 회원은 "박승춘이 오면 쫓아내려고 했다. 우리가(5.18유족회)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허용을 요구하면서 2년 동안 기념식에 불참했는데 그 자리를 가짜 5.18 회원들로 위장해서 앉혔다"고 울분을 토했다.

▲ 5.18 기념식장에서 쫓겨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광주인

또 다른 70대 회원은 "올해 기념식도 맥이 없다. 말로만 국민통합 화합 이야기 하지 말고 실천으로 옮겨야지"라며 "'님을 위한 행진곡'을 못부르게 하는 것이 화합이고 통합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박 처장의 '기념식 퇴장'을 바라본 5.18단체 회원들은 "박 처장이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며 "5.18정신에 맞는 보훈행정과 기념식 운영을 해야 할 책임자가 이념으로 여론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올해 5.18기념식은 1997년 국가기념일 제정 이후 사상 처음으로 5.18행사위원장이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무산'에 항의하면 불참한 행사로 기록됐다. 정구선 5.18행사위원회 상임위원장은 이날 아침 한 방송과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을 가리켜 "적반하장", "옹졸하다", "포용력이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박 처장은 '박 대통령과 소통했느냐? 청와대에서 연락이 왔느냐?는 질문에는 "아 하"라는 답변과 너스레 웃음을 내보여 쫓겨난 보훈처장으로서 성찰과 5.18기념식에 맞지 않는 행태를 보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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