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찬란하고 우울한 반전의 코미디 쇼"

주연 : 대통령, 조연 : 야당, 단역 : 보훈처, 그 외 : 국회의원
장르 : 휴먼 계몽드라마
콘셉트: 국론분열을 막는 기상천외한 방법

제작 : 보훈처
투자 : 청와대 박근혜, 여야 3당 원내 지도부.

관객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합창 논란으로 야기된 이번 야3당 원내대표와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 회동에서 작고한 코미디언 이주일의 ‘홀리데이 인 서울 초원의 집’ 극장식 쇼 한편을 보았다.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아주 독특한 형식의 극 전개방식으로 관객들의 예상을 뒤엎었다. 시나리오 구성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반전의 클라이맥스는 오히려 극 전체의 균형을 무너뜨리며 많은 제작비와 톱 배우들을 출연시키고도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독창’으로 재난영화가 된 ‘임을 위한 행진곡’

‘임을 위한 행진곡’ 제작발표 그 자체는 아주 참신했다. 시기적절한 타이밍과 거대 투자. 배급사, 톱 배우까지 제작 단계부터 블록버스터 영화로 관객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평론가들은 이명박 정권 출범 이듬해인 2009년 이후 참신한 기획 시나리오로 올 봄 극장가의 스크린 수를 장악하며 천만 관객돌파를 예고했다.

▲ 지난해 5.18광주민중항쟁 35주기 기념식에서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오른쪽에서 다섯 번째)과 정의화 국회의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맨 오른쪽)가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는 가운데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오른쪽 네 번째)과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오른쪽에서 세 번째)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광주인

그런데 영화 첫 장면인 여야 3당 원내 지도부의 청와대 회동 장면을 보면서 관객은 극적 긴장감이 결여되면서 극전 긴장감의 동력을 잃어 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관객들은 입장료가 아까워 마지막 반전의 기대를 버리지 못했다. 영화의 백미는 반전의 묘미에 있다는 것을 많은 영화들의 학습을 통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 당위성 없는 반전 코드는 재난영화로 추락하게 되었고 몇몇 빛나던 주연급들의 연기는 빛을 바랬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영화는 복선(伏線)이 있다. 복선이란 앞으로 일어날 사건을 관객들에게 넌지시 암시하는 것을 말하는데, 복선을 어떻게 잘 배치하느냐에 따라 극적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감동을 끌어내는 장치를 말한다.

복선은 양날의 칼과 같아서 유호적절하게 잘 쓰면 극적 긴장감을 높이지만 잘못 쓰면 한 방에 훅 가기도 한다. 관객은 어느 정도 영화의 결말을 예상하고 손에 땀을 쥔다. 연출 또한 그런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극적 감동을 최대한 끌어올리려 한다. 그런데 이번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은 그런 관객의 기대에 철저히 배신하고 제창이 아닌 독창으로 불리는 결말을 도출하고 말았던 것이다.

*5월의 꽃을 보러 벌떼들이 몰려온다

그런데도 영화 제작자와 감독 스텝들은 팬 사인회 차원에서 광주에 온다 한다. 5월의 꽃망울은 피지도 않았는데 떼를 지어 오겠단다. 영화의 테마 음악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겠다고 먼 길 마다않고 오겠단다. 반갑지 않다고 손사래를 쳐도 염치불구하고 기꺼이 오겠단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건너편 지하 노래방에서 ‘내 나이가 어때서’나 부를 것이지 재미도 없고 술도 없고 점수 팡파레도 안 울리는 데 왜 오려 하는 것일까?

*광주민화운동이 인권 평화의 세계적 문화콘텐츠로 자리하길

5.18 광주민주화운동 제단 앞에서 묵념을 하고 광주계승을 다짐하면서 숙연한 연기를 보이겠지. 그리고 많은 변명들을 늘어놓을 것이다.

문제는 여전히 피를 흘리지 않는 민주화는 요언하다 것이다. 좋은 말로 타협과 상생을 외쳐대지만 그것은 싸우기 싫은 게으른 자들의 망상일 뿐이다.

그렇다고 아주 늦지는 않았다. 진정으로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신념과 의지를 지녔다면, 이번 4.13 선거 운동의 백분의 일만이라고 노력을 하면 된다. 그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비상한 두뇌로 광주민주화운동을 평화와 인권의 문화콘텐츠로 발전시킬 방안을 고민하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싶다.

그런 고민과 노력만이 광주시민들의 마음을 열게 한다. 광주가 인권의 성지로 자리매김하면서 평화와 민주를 사랑하는 세계인들이 광주를 방문할 수 있기 계기를 마련하는 일에 매진할 때다.

** 박기복 영화감독은 전남 화순 출신으로 진흥고, 서울예대를 졸업하고 한일공동영화 <피그말리온의 사랑>각본, 영화 <강아지 죽는다>각본,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시나리오 공모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으로 당선된 바 있다. 현재 영화사 <단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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