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 위한 행진곡’ ‘쉰들러 리스트 테마 음악’은 닮았다

1980년 5월 대한민국 광주, 1945년 1월 폴란드 아우슈비츠에서 20세기 인류 최대 학살 사건이 벌어졌다.

전두환 군사 독재 권력의 계엄군과 히틀러의 나치 독일 친위대의 학살은 인간의 잔인한 폭력성과 광기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2년 백기완의 시 '묏비나리'를 황석영이 개작해 노랫말을 만들었고 김종률이 곡을 붙였다. 5월 당시 희생된 시민군 윤상원과 노동운동가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을 위해 망월동 공동묘지(현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 지난해 5.18광주민중항쟁 35주기 기념식에서 윤장현 광주광역시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 참석자 중 일부가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광주인

‘쉰들러 리스트 테마 음악’은 1993년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을 맡고 존 윌리엄스가 곡을 붙였다.

두 노래는 홀로코스트(대학살)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죽어간 동지들과, 벗들과, 동포들의 억울한 희생을 기리고 영혼을 달래기 위해 만든 진혼곡이었다.

애절한 리듬과 가사가 뭉클하고 숙연해지는 것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평등과 평화의 인간다운 삶이 아직도 보장되지 않아서 일 것이다.

다시 논쟁의 중심에 선 5월의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

광주민주화운동 36주기를 앞둔 올해도 기념식 공식 지정곡을 놓고 5.18 기념행사 단체와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팽팽히 맞서고 있다.

13일 박근혜 대통령은 여야 3당 원내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 요구와 관련한 대책 마련을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어서 박대통령은 ‘국론분열을 일으키지 않는 좋은 방법을 찾도록 국가보훈처에 지시’하겠다고 답했다.

13일 회동에 앞서 먼저 정부가 답해야 할 부분이 있다.

5.18 민주화운동은 1995년 '5.18특별법' 제정 이후 1997년에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까지 5·18 기념식에서는 모든 참석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방식이 유지됐다. 그러던 것이 2009년 기념식부터 합창단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원하는 참석자들이 따라 부르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문득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배우 이병현과 김영철의 대사가 떠올랐다.

‘말해 봐요, 저한테 왜 그랬어요?’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모욕감을 느끼셨습니까? 혹은 치맛바람에 휘둘리며 일등을 놓치지 않으려는 아이처럼 광주가 먼저 쓰게 된 ‘민주주의’ 민주화‘라는 명칭으로 인해 상처 난 자존심의 열등감 때문입니까?

‘5월 광주’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청와대 테이블 현장을 TV로 보면서 영화적 상상을 해본다.

짜고 치는 고스톱 하우스 방 풍경이 그려지고 지방의 조폭 중간 보스가 큰형님 앞에서 나이트클럽 지분을 조금 올려달라고 구걸하는 캐릭터로 보여 진다.

큰형님은 온갖 너스레를 떨며 중간 보스의 청을 들어주면서 카리스마와 준엄함을 보여주었다 할 것이고 중간 보스는 그걸 성과라 여기며 동네방네 나발 불고 다닐 게 눈에 선하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처음부터 그들의 몫이 아니라 광주시민과 민주시민들이 판단하고 결정할 문제다. 거저먹으려 하지 마라. 최소한 금남로에서, 도청에서, 화순에서, 나주에서, 해남에서, 담양에서 총칼의 피로 얼룩진 희생은 아니더라도 진정성 있는 고민으로 며칠 잠 못 이루고 코피 정도는 흘려는 보았는가?

협상이나 논쟁으로 다뤄질 수 없는 광주정신을 구걸의 협상 테이블로 끌고 가서는 안 된다. 그것은 편히 영면해야 할 5월 영령의 넋과 관을 끌고 가는 두 번 죽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 박기복 영화감독은 전남 화순 출신으로 진흥고, 서울예대를 졸업하고 한일공동영화 <피그말리온의 사랑>각본, 영화 <강아지 죽는다>각본, 광주문화정보산업진흥원 시나리오 공모에 <님을 위한 행진곡>으로 당선된 바 있다. 현재 영화사 <단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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