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박지원’ ‘노무현 문재인’

인간은 관 뚜껑을 덮고 나서야 평가할 수 있다고 한다. 긴 설명이 필요 없고 실명을 할 필요도 없다. 국민들은 다 알고 있으니까.
 
‘하의도’와 ‘봉하’를 모르는 국민은 거의 없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출생지다. 일 년 열두 달 이곳을 찾는 국민의 발길은 끊이질 않는다. 여기서 국민들은 살아생전 두 분 대통령의 기억을 가슴에 되새긴다.

▲ ⓒ박지원 의원 SNS 갈무리

한겨레신문에 연재되는 이희호 여사의 글을 읽으면 새삼 옷깃이 여며진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목숨이 왜 아깝지 않았으랴. 독재자와 타협만 했다면 편안한 삶을 영위했을 김대중 대통령은 사형선고를 받고서도 타협을 거부했다. 가슴이 터질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을 생각하면 목부터 멘다. 봉하에 가서 부엉이바위를 쳐다보면 머릿속이 하얘진다. 저 위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몸은 없어도 그들이 걸어간 길은 역사에서 살아 숨 쉰다.
 
■ 문재인과 김홍걸
 
"그립습니다. 대통령님께서 저희에게 남기신 말씀 꼭 받들겠습니다. 문재인"
 
문재인이 4월 18일 하의도의 고 김대중(DJ)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방명록에 남긴 글이다. 살아생전에 김대중 대통령은 무슨 말을 남겼을까. ‘분열하지 말고 단합해서 국민이 주인 되는 민주국가를 세우라.’ 유언 같은 당부였다.
 
그 자리에는 문재인도 김홍걸도 있었고 박지원도 권노갑도 있었다. 인간은 필요에 따라 기억도 하고 망각도 한다지만 적어도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잊지 못할 것이다. 특히 박지원은 누구인가. 영원한 비서실장이 아닌가. 지금도 단골메뉴다. 지금 그가 보여주는 행동은 평생을 목숨으로 모셨다는 비서실장의 모습인가. 유언 같은 김대중 대통령의 당부를 기억하는 행동인가.
 
자신의 행위마다 이희호 여사를 증인처럼 끼워 넣는 박지원의 행동은 상식은 고사하고 기본적 인간의 행위를 뛰어넘는다. 어떻게 그런 발상이 나온단 말인가. 그런 철없는 짓 말아야 한다.
 
"15년 전 해주신 마지막 말씀 잊지 않고 있습니다. 노무현정신, 김대중정신은 하나입니다. 김홍걸“
 
김홍걸이 봉하 노무현 대통령 묘소에서 방명록에 남긴 말이다. 김홍걸이 ‘더민주’에 입당한 이래 거의 문재인과 행동을 함께한다. 그의 신념을 뚜렷하다. 절대로 김대중과 노무현 정신이 갈라져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며 갈라질 수도 없다는 상징적 의미다. 자신의 이해득실만 따져 약속과 공언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정상배들과는 다르다. 분명하게 그것을 보여 준 것은 우리 정치가 기억해야 할 것이다.
 
■ 박지원이 가는 길
 
"더 이상 아버지의 이름을 호남 분열과 갈등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분열의 수단으로 아버지의 이름을 말하지 말라. 그 분이 하늘에서 눈물을 흘릴 것이다“ 

▲ 지난 18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김홍걸 더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과 함께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를 참배하고 생가를 둘러보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 블로그 갈무리

김홍걸의 이 말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이며 누구를 향해 하는 말인지도 국민들은 다 안다. 물론 박지원을 비롯해 동교동계라고 불리는 김대중 대통령 살아생전에 충성을 다 바쳤던 이른바 가신이라는 사람들은 더욱 잘 알 것이다. 왜냐면 바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박지원이 존재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바로 ‘친노패권’과 ‘호남홀대론’이다. 박지원이 전당대회 경선 당시 한 번도 빠짐없이 주장했던 것이 바로 ‘친노패권’과 ‘호남홀대론’이다. 경선에 패한 이후에도 그는 종편에 출연해 끊임없이 주장한 것 역시 그것이었다. ‘친노패권’과 ‘호남홀대론’은 박지원이 살아가는 힘의 원천이었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이당은 호남을 싹쓸이했다. 박지원을 주시했다. 역시 예측은 맞는다.
 
박지원은 자신의 대권출마를 거론한 것이다. 이희호 여사도 자신에게 대권출마를 권했다고 덧붙였다. 드디어 갈 데까지 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부탁이 있다. 제발 이희호 여사만은 편히 계시도록 하라는 것이다. 그게 마지막 도리다. 김대중 대통령이 하늘에서 내려다보신다.
 
‘국민의당’이 제대로 되기를 바라는 국민은 많다. 그러나 걱정이다. 어디를 가든지 반드시 분열의 씨앗을 뿌리는 손이 있기 때문이다. 누구라고 지적하기도 민망한 주인공은 벌써 움직이기 시작했다. 호남공화국의 제왕이라는 착각 속에서 영화를 만끽하던 그는 변방에 안철수를 용인할 수가 없다. 당권을 먹겠다는 것이다. 안철수도 시한폭탄과 함께 산다. 국민은 싫지만, 또 한 편의 막장드라마를 보아야 할 것이다.
 
■ 호남에 지도자는 반드시 필요
 
김홍걸의 더민주 입당 이후 그가 보여 준 일련의 행동은 호남뿐이 아니라 많은 국민에게 신뢰를 주었다. 신중한 처신과 절제된 언어와 분명한 소신은 한국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김대중 대통령 이후 호남에는 가뭄 끝에 단비와 같다.
 
김대중·노무현을 잇는 한국 민주화 세력은 문재인과 김홍걸이라는 두 사람으로 해서 희망을 본다. 이번 문재인·김홍걸의 하의도와 봉하 순례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김홍걸 교수의 영입은 단순한 인재영입과 당 확장 차원이 아니다. 우리 당의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소중한 계기다. 원심력이 끝나고 이제부터는 구심력이다.“
 
이 같은 문재인의 발언 역시 이 나라 정치의 고질적 병폐였던 영남패권(친노패권)과 호남홀대론의 종식을 갈망하는 비원(悲願)이 성큼 다가 온 현실을 지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존경심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김대중 대통령의 경우 이른바 동교동 가신이라는 사람들의 처신이 얼마나 김대중 대통령의 존경에 상처로 작용했는지 잘 알 것이다. 한광옥·한화갑·김경제를 비롯해서 이제 동교동을 떠나간 박지원·권노갑 등 가신들의 배신도 김대중 대통령 명예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고 할 수 있다.
 
부산과 경남에서 ‘더민주’가 7명의 당선자를 냈다. 친노패권 종북세력의 허구가 무너진 것이다. 호남은 어떤가. 여전히 영남패권, 호남홀대론이 건재하고 국민의당이 싹쓸이를 했다. 그럼 영남 안철수라는 모순은 어떻게 설명이 되는가. 모두가 호남을 절해의 고도로 가두고 왕국을 건설하려는 자들의 야욕이 빚어낸 비극이다. 그러나 너무 걱정하지 말라. 국민들은 4월 8일 광주 충장로에서 보여준 광주시민들의 열광적인 화합의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김홍걸·문재인의 하의도와 봉하 순례는 그것이 상징하는 동서화합의 진정성으로 빛을 발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온 국민의 비원(悲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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