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 생각 말라. 국민의 심판이다.

김종인은 문재인에게 호남에 가지 말라고 했다. 그 말대로 호남을 외면하고 영남만 돌아다녔다면 어떻게 됐을까.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한다. 그래도 인간들은 가정을 한다. 도피다.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선거에서 떨어진 정치인은 인간도 아니다. 총선은 끝났다. 끔찍한 말들이 난무한다. 언론은 참혹한 표현을 쏟아 놓는다. ‘궤멸’ ‘패닉’ ‘망연자실’ ‘초토화’ ‘레임덕’ 모두가 새누리당의 총선 참패를 두고 하는 말이다.

▲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누리집 갈무리

김무성은 당 대표 자리를 내놨다. ‘어부바’로 다친 허리가 미안하다. 혼절한 새누리가 깨어나 정신을 차리기까지는 한참 걸릴 것 같다. 오래 걸리더라도 깨어날 때 제대로 정신을 차렸으면 좋겠다. 아직은 집권당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선거 전에 입만 열면 심판해 달라고 요구했다. 여러 가지 의미가 함축된 말이다. 일을 안 하고 싸움만 걸어오는 야당을 심판해 달라는 의미다. 적어도 대통령의 마음은 그랬을 것이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말대로 심판했다. 그것이 설사 대통령의 말을 곡해한 것인지는 몰라도 심판은 엄중하게 했다. 위에서 언급한 ‘궤멸’ ‘패닉’ ‘망연자실’ ‘초토화’ ‘레임덕’ 등이 모두 해당된다.
 
■ 심판해 달라. 좋다. 해 주마.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게 해 달라” 
“위기를 극복하는 힘은 국민에게서 나왔다”
“20대 국회는 확 바뀌어야 한다.” 
 
대통령이 요구하는 심판의 내용이다. 틀린 말 하나도 없다. 문제는 국민에게 요구하기 전에 스스로 한 번쯤 자문해 봤으면 어땠을까. 국민은 대통령이 말하는 진실한 사람에 대해서 헷갈린다. ‘저건 진실이 아닌데.’ ‘저 사람은 진실한 사람이 아닌데’ 라고 생각한다. 가치평가에 대한 기준은 나름대로 다르다. 문제는 대통령의 생각과 국민의 생각이 다르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요구했고 국민은 요구를 들어주었다. 대통령은 심판을 부탁했고 국민은 심판했다. 그것도 적당히 심판한 것이 아니라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명쾌하게 심판을 한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국민의 심판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도리가 없다. 국민은 심판했고 대통령은 심판에 따라야 한다. 심판에 따르지 않는다면 이번에는 심판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을 심판할 것이다.
 
대통령은 국민의 요구를 따르면 된다. 그러면 아무 문제도 없다. 국민은 말한다. ‘대통령의 요구대로 심판했다’ 심판을 따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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