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식 높다더니 물갈이 대상들 왜 다시 찍나…”
“호남 민심 핵심은 ‘더민주로는 더이상 안된다’”

4·13 총선의 여파가 크다. 광주지역 곳곳에서 탄식 섞인 목소리가 들린다. 이번 총선에서 보여준 ‘호남 민심의 의미’가 무엇이냐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가장 큰 건 더불어민주당의 광주 완패 이유다. 더민주는 전체 123석으로 원내 제1당이 됐지만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에서 8석 중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호남 전체를 따지더라도 28석 중 3석 확보에 그쳤다.

전통적인 더민주 지지자들은 물론 상당수 시민들도 의아해하고 있다. “설마, 이럴 줄 몰랐다” “충격적”이라는 게 한결같은 얘기다.

더민주 지지자인 이아무개(48)씨는 “더민주가 수도권에서는 이기면서 제1야당이 된 건 축하할 일이지만 광주에서 한 석도 얻지 못해 기쁘지 않다”며 “그렇게 현역의원들 물갈이를 요구했으면서 정작 국민의당을 선택한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아무개(50)씨는 “오늘 하루 동안 서울에 있는 지인들로부터 ‘광주가 왜 그런거냐’는 전화를 다섯 통 받았다”며 “가장 정치의식이 높다는 광주시민들이 국민의당에 몰표를 준 건 충격적이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반응은 그동안 개혁 대상으로 꼽히던 현역 의원들이 당만 바꿔 출마한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압승한 데 대한 실망감이다.

국민의당은 박주선(동남을), 김동철(광산갑), 장병완(동남갑), 천정배(서구을), 권은희(광산을) 등 광주 8곳 중 5곳이 현역의원이었다. 이 중 박주선, 김동철, 장병완 의원 등은 현역 물갈이 대상으로 꼽히기도 했지만 모두 국회에 재입성했다.

광주에서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되던 현역의원들을 호남민들이 다시 선택한 이유는 뭘까. 그것도 전국적으로 가장 정치 의식이 높고 진보적으로 분류되는 광주시민들이 말이다.

여기에는 ‘더민주로는 정권교체가 안된다’는 절박함이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변하고 바뀌어야 한다는 경고의 메시지라는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가 선거 막판 광주에 내려왔을 때 환호하는 시민들이 많았지만 일부에선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광주 효령노인복지타운에서 만난 한 시민은 문 전 대표에게 “광주에서 두 번이나 밀어줬는데 안됐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며 “더민주로는 안된다”고 따져묻기도 했다.

‘더민주로는 안된다’는 심리적 저항감은 국민의당 현역의원들이 미워도, 안철수 공동대표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더민주를 바꿔야 한다는 의지로 나타났다.

총선 기간 현장에서 선거운동을 해온 더민주당 후보측 한 관계자는 “이번 총선에서 참패하더라도 더민주를 반드시 바꿔야 한다는 시민들의 의지가 강하게 느껴졌다”며 “더민주 후보 인물은 국민의당 후보보다 나은데 당을 잘못 선택했다고 하는 분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국민의당 내에서도 이 같은 민심을 읽고 있다. 국민의당 한 당직자는 이렇게 말했다.

“광주 민심의 핵심은 한 마디로 ‘더민주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안철수 공동대표나 국민의당이 좋아서라기보다 더민주에 대한 실망이 더 큰 게 녹색바람이 됐다. 국민의당이 제3정당으로, 대안정당으로 정권교체하라고 힘을 실어준 거다.”

결과적으로 보면 광주를 비롯한 호남은 더민주를 극한으로 밀어붙인 ‘벼랑끝 전술’을 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총선에서 참패하더라도 광주에서 더민주를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 정권교체는 불가능하다는 강한 메시지. 그로 인한 호남에서의 녹색바람은 서울 등 수도권에서 더민주 지지자들의 위기를 가져왔고 결집과 세 확산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역사에 가정은 의미 없는 일이지만 과거처럼 호남에서 압도적으로 더민주를 지지했다면 결과가 어땠을까를 생각해보면 아마도 더민주가 수도권에서는 참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민주가 보수적인 성향의 김종인 대표를 영입하는 등 전체적으로 우클릭하면서 지지세를 확산한 측면도 있지만 호남에서의 더민주 참패라는 위기감이 수도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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