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셀프공천’... '듣보잡' 전략공천이 패인 
"더민주로는 안돼” 광주전남 민심 국민의당으로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전남지역에서 전통적인 제1야당으로 군림하던 더불어민주당이 13일 치러진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녹색태풍’을 일으킨 국민의당에 완패하며 주도권을 내줬다.

애초 광주·전남지역에서 접전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가 무색하게 더민주는 광주에서 전패, 전남은 단 한 석만 얻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 국민의당 광주지역 후보들과 지지자들이 13일 오후 6시께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 그동안 밀리는 것으로 평가되던 광주 광산을 권은희 후보가 이용섭 더민주 후보에 앞선다는 결과가 나오자 일제히 환호하고 있다. ⓒ광주인

이날 치러진 20대 총선 결과 국민의당은 광주 8개 선거구 모두에서 압승했고 전남지역은 10석 가운데 8석을 확보했다.

더민주는 담양·장성·함평·영광 지역구에서 이개호 후보만 유일하게 생존했다. 나머지 1석은 순천의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다. 스코어로 따지면 국민의당 16대 더민주당 1, 새누리당 1로 더민주의 참패다.

이는 이른바 ‘김종인 셀프공천’을 비롯한 공천 실패가 직접적인 계기이지만 ‘더민주로는 정권교체가 안된다’는 성난 민심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총선 기간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야권의 심장부에서 서로 야권의 적자라며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지난해 말 국민의당 창당 이후 대규모 탈당 사태와 문재인 더민주 대표의 대표직 사퇴, 김종인 영입, 공천파동,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야권연대 거부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광주전남 민심은 요동쳤다.

더민주 입장에서는 몇 번의 반전 계기가 있었다. 국민의당 창당으로 지난해 말부터 올해 1월초까지 잇따르던 대규모 탈당 사태는 1월 중순 문재인 전 대표의 사퇴 선언으로 일단락됐다.

이어 표창원, 양향자 등 더벤저스(더민주 어벤저스)로 불리는 문재인표 영입인사들이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키며 기운 더민주를 일으켜 세우는 듯 했다.

반면 국민의당으로서는 최대 위기였다. 추가 탈당이 중단되면서 원내 교섭단체 20석에서 도달하지 못한 데다 더민주의 기세가 거세지면서 당 입지는 좁아졌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의 바통을 이어받은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의 ‘전두환 정권 국보위 출신 논란’이 불거지면서 전세는 다시 안갯속으로 빠졌다.

혼전을 거듭하던 정국은 지난달 18일 더민주당이 광주의 3선 강기정 의원의 지역구인 광주 북구갑 등 그동안 공천을 미뤄온 광주지역 3개 선거구 후보를 전략공천하면서 확연히 기울었다.

더민주는 당시 동남을에 이병훈 전 아시아문화도시추진단장과 동남갑에 최진 대통령리더십원장, 북구갑에 정준호 변호사를 각각 전략공천 후보로 확정했다.

애초 전략공천은 서구을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와 강기정 의원의 지역구인 북구갑만 하기로 했으나 두 배로 늘었다.

여기에 김종인 대표가 ‘정무적 판단’에 따라 정청래·이해찬 의원 등 친노·친문 진영 의원을 컷오프하고 김 대표 자신을 ‘비례대표 2번’에 배치하는 이른바 ‘셀프공천’이 이어지면서 광주민심은 냉정하게 돌아섰다.

당시 지역 정가에서는 ‘이길 수 있는 후보’를 공천하라고 했더니 전혀 알려지지 않은 후보를 공천하고 김 대표는 셀프공천을 한다며 “총선은 끝났다”는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왔다.

당시 국민의당도 안철수 대표와 천정배·김한길 공동 대표간 수도권 야권연대 논란을 빚으며 내분이 심각했지만 더민주에 대한 실망이 더 커졌다.

‘국보위 논란’에 이어 셀프공천, 그리고 광주 전략공천의 실패는 국민의당 ‘녹색바람’을 태풍으로 바꿔놓았다.
 
덩달아 “더민주로는 진짜 안된다”는 여론이 급격히 비등해졌다. 이후 사전여론조사에서 더민주는 광산을 이용섭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들이 국민의당에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벤저스로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진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와 ‘지역 주치의’ 이용빈 후보,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 출신의 송갑석 등 인물론도 역풍을 막지 못했다.

선거 막판 문재인 대표가 두 차례에 걸쳐 광주전남을 방문해 각각 1박2일간 강행군을 펼쳤지만 바람을 되돌리기엔 한계가 있었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김종인 대표의 ‘셀프공천’ 파동과 광주 광산갑, 동남갑·을 등 전략공천의 실패가 뼈아팠다”며 “이번 총선에서 전패하더라도 더민주를 따끔하게 혼내야 한다는 정서가 강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광주 민심의 핵심은 ‘더민주로는 정권교체가 안된다’는 것”이라며 “50~60대 이상 유권자들의 교체 여론이 녹색 태풍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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