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를 실망시킨 짐은 제가 다 지겠다” 사죄

8일 광주를 방문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립5·18민주묘지에 이어 구묘역을 찾아 참배했다.

‘망월동 묘역’으로 불리는 구묘역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희생자들이 트럭에 실려 처음 묻힌 곳이다. 1997년 국립5·18민주묘지(신묘역)가 조성되면서 구묘역의 대부분 묘지가 이장됐고 이후에는 민주화운동 열사들이 묻혀 있어 ‘민족민주열사묘역’으로 불리기도 한다.

ⓒ광주인

문 전 대표는 구묘역 입구 바닥에 놓인 이른바 ‘전두환 비석’을 밟고 들어섰다. 이 비석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 1982년 3월10일 차마 광주는 오지 못하고 전남 담양의 한 민박집에 묵은 걸 기념해 세운 것이다.

이후 1989년 1월13일 광주 시민들이 비석을 구묘역 앞으로 옮겨와 깨고 참배객들이 밟고 가도록 땅바닥에 박아 놓았다.

문 전 대표는 이 같은 내용을 묘역 해설사로부터 듣고 “원래 깨져 있던 건가요? 밟고 지나가겠습니다”라며 밟고 지나갔다.

그는 구묘역 참배에 앞서 묘역 옆에서 진행하고 있는 ‘5·18돌탑 쌓기’에 참여했다. 돌탑쌓기는 1993년 5·18민주화운동 13주기를 맞아 천주교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광주 YMCA, 5·18위령탑건립 및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시민주체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한 시민참여형 행사다.

‘희생자를 기리고 5월 정신을 계승하자’는 취지로 망월동 구묘역에 돌탑을 쌓기 시작했으나 지속적인 참여로 이어지지 않아 1.5m 가량 높이에서 중단됐다가 지난달 재개했다.

문 전 대표는 ‘광주정신 총선 승리!’, 김 위원장은 ‘5·18 정신으로 새롭게 시작하겠습니다’라고적은 돌을 쌓았다.

이어 구묘역을 참배하고 1987년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된 고 이한열 열사묘를 찾아 묵념했다.

그는 묘역 참배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구묘역에 오는 것이 마음이 더 애틋하다”며 “영령들은 다 옮겨졌지만 그 이후 광주정신을 계승하고자 했던 많은 열사들이 아직도 구묘역에 있기 때문에 신묘역은 5·18 정신을, 구묘역은 5·18 정신을 계승하자는 다짐을 하는 곳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5·18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은 “광주가 제게 보내주신 과분한 지지를 알고 있다. 그 지지에 제대로 보답하지 못했다”며 “대선패배로 실망을 드렸고 그 이후에도 이기는 모습도 정권교체의 희망도 안겨드리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또 “최근에는 야권이 하나로 똘똘 뭉쳐서 단합해도 모자랄 판에 많이 분열되고 이번 총선에서도 여전히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는 그런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며 “그래서 광주에서 광주 정신을 계승하는 것으로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주시민들께서 저에게 실망하고 질책하시는 것 제가 달게 받겠다”며 “그렇다고 더민주당, 또 더민주당이 이 지역에서는 낸 후보들에게 까지 그 짐을 지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광주를 실망시킨 짐은 제가 다 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박근혜 정권에 대한 심판 분위기는 전국 곳곳에서 넘쳐나지만 분노한 민심을 우리가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며 “오히려 야권이 분열돼서 민심과 전혀 다른 선거결과가 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정말 우리 국민들의 고통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잃어버린 8년이, 12년, 20년 이렇게 길어질 수도 있다”며 “정치권이 해내지 못한 일을 광주시민들께서 해주십사 간곡한 부탁 말씀 드린다. 정치권이 단일화하지 못한다면 광주시민들께서 시민의 힘으로 단일화를 시켜주셔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 “더민주가 많이 부족하고 그동안 실망도 드렸지만, 그래도 새누리당에 맞서서 정권 교체 할 수 있는 정당은 더민주밖에 없다”며 “광주시민들께서 다시 한 번 손을 잡아주시기를 간절하게 호소 드리는 심정으로 오늘 묘소에 무릎 꿇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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